Development • 프로젝트
나산그룹, 왕십리 역세권에 5성급 호텔 신축 추진
도심 MICE 허브 도약 위한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 안병균 전 회장 일가, 차세대 경영진 중심 재기 시동
‘나산그룹’(현재 공식 법인명 아님) 창업주 안병균 전 회장 일가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5성급 호텔 건립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장남 안필호 대표가 이끄는 ㈜선운을 중심으로 한 차세대 경영진이 왕십리역 역세권에 지하 8층~지상 최고 28층 규모의 초고층 복합관광숙박시설을 짓는 대규모 개발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안 전 회장 시절부터 이어진 부동산·호텔 사업 기반 위에서 추진되는 만큼 ‘나산가(家)의 부활 무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왕십리 5성급 호텔 프로젝트 윤곽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선운은 서울 성동구 행당동 293-11 일대에 지하 8층~지상 최고 28층, 연면적 6만6363㎡(2만75평) 규모의 5성급 호텔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성동구청은 사업지를 역세권 활성화사업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하는 ‘도시관리계획 결정(안)’을 마련해 14일까지 주민 열람을 진행하고 있다.
결정안에 따르면 호텔 본관 지상 14~28층에 184실, 별관 지상 3~25층에 가족형 객실 69실이 배치된다. 또 본관 14층 일부에는 호텔 라운지, 13층에는 피트니스·스파·사우나를 갖춘 웰니스 공간이 조성된다.
11~12층에는 층고 11m 규모의 대연회장이 설치되며, 2~10층에는 식음시설과 연계된 컨벤션 공간이 마련된다. 지상 2층에는 511.6㎡ 규모의 공공전시시설, 지하 1~2층에는 81면 규모의 공영주차장이 기부채납 방식으로 들어선다.
이 부지는 2002년 ‘왕십리 부도심 지구단위계획’에 포함됐지만 20여 년간 개발이 지연되어 왔다. 그러다 2022년 역세권 활성화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탔다. 2024년 10월 소유권이 한양학원에서 선운으로 이전됐고, 선운은 올해 1월 사업계획 변경안을 제출했다.
착공은 2026년, 공사 기간은 약 3년이 예상되며, 완공 시점은 2029년으로 전망된다.
왕십리역은 지하철 2·5호선, 경의중앙선, 수인분당선 등 4개 노선과 GTX-C, 동북선 경전철까지 포함해 총 6개 철도 노선이 연결되는 광역교통 허브로 변모할 예정이다.
성동구청은 왕십리를 청량리와 함께 동북권 광역 중심지로 육성할 계획이며, 이번 호텔 프로젝트는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선운–가우플랜, 강북·강남 투트랙 개발
선운은 안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골프장 운영 전문업체이다. 현재는 경기 포천시에 있는 대중제(퍼블릭) 골프장인 필로스CC를 운영하고 있다.
선운은 지분 약 40%를 보유한 ㈜가우플랜과 상호 출자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가우플랜은 서초구 잠원동 리버사이드호텔 부지 재개발을 진행 중이다.
리버사이드호텔 프로젝트는 기존 특2급 호텔을 허물고 지상 47층 규모의 호텔·오피스텔·컨벤션 복합 타워를 세우는 사업이다.
두 회사는 강북의 왕십리 호텔과 강남의 리버사이드호텔을 서울을 대표하는 럭셔리·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거점으로 연결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안 전 회장은 1980~1990년대 패션·유통·건설을 아우르며 여성 의류 브랜드 ‘조이너스’, 나산백화점, 대형 건설 프로젝트 등을 통해 급성장했다. 한때 재계 순위 5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자금난에 시달리다 1998년 최종 부도를 냈고, 그룹 해체와 주력 사업 매각이라는 시련을 겪었다.
그 후 골프장 등 일부 부동산과 호텔 사업을 유지하며 재기의 기반을 마련했고, 잠원동 리버사이드호텔 인수·운영으로 호텔·관광 분야 경험을 쌓아 왔다.
이번 왕십리 프로젝트는 장남 안 대표를 중심으로 한 차세대 경영진이 이끄는 사업이지만, 안 회장 시절 쌓은 사업 토대 위에서 추진된다는 점에서 ‘나산가(家)의 부활 무대’로 평가된다.
특히 단순 숙박시설을 넘어 컨벤션·연회장·전시장 등 MICE 기능을 강화한 복합개발을 통해 고부가가치 수익원을 창출한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왕십리와 잠원이라는 서울의 두 축에 고급 호텔과 컨벤션 시설을 확보하면 관광객과 비즈니스 수요를 동시에 흡수하는 파급력이 클 것”이라며 “서울 도심 MICE 허브로서의 입지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