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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타워'에 몰아치는 비상 경영 파고

롯데온.롯데컬쳐웍스.롯데헬스케어 등 강남 오피스로 이전 임대 100% 달성 일등 공신 우아한 형제들도 2028년 ‘타워730’으로 이전 45만원 대 NOC... 감당하기 힘들어

2024-10-15 08:30:59이현중hj.lee@corebeat.co.kr

비상경영을 선언한 롯데그룹의 구조조정 여파가 그룹 심장부인 롯데월드타워에도 몰아치고 있다. 그룹 전반에 걸친 비상경영의 고삐가 죄여가면서 롯데월드타워에 입주했던 계열사들의 이주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강남 핵심지역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과 맞먹는 수준의  평당 45만원 대의 임대료(NOC)가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계열사의 수익성을 갉아먹자 결국 생존을 위해 더 이상 이곳에 둥지를 틀 수 없는 계열사들이 하나 둘 떠나고 있다. 


떠나는 회사는 어디?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롯데컬쳐웍스가 사무실을 롯데월드타워 27층에서 송파구 삼성생명 잠실빌딩 18층으로 옮긴 후 롯데월드타워 입주 계열사들의 이주가 잇따르고 있다. 롯데컬쳐웍스는 코로나를 거치면서 주력사업인 롯데시네마의 실적이 수직 낙하한 후 여전히 회복 기대는 어렵다. 2022년 14억원을 기록한 영업적자는 지난해 136억원으로 더 커졌고 올 1분기에만 5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7월에는 롯데온의 이주 소식이 전해졌다.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 롯데온은 롯데월드타워 25~26층을 사용했지만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실적 개선의 조짐이 없자 결국 본사 이전을 결정했다. 새롭게 둥지를 튼 곳은 강남구 테헤란로의 공유오피스 위워크 빌딩 7층이다. 


롯데컬쳐웍스와 롯데온 두 회사는 모두 지난 2018년 12월 롯데월드타워로 이주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2017년 준공된 후 1년이 넘도록 오피스 공실을 채우지 못하자 그룹 차원에 두 계열사의 이전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당시에도 비싼 임대료와 입지 문제로 임차인 유치가 쉽지 않았는데 두 회사의 입주로 60%에 달했던 롯데월드타워 오피스 공실률은 30%로 떨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롯데헬스케어가 27층에서 나와 선릉역 인근 공유오피스인 스파크플러스 선릉점 7층으로 이전했다. 2022년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출범했지만 지난해 매출은 8억원에 그친 반면 영업손실은 229억원에 달해 사업의 지속성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공실 상황이 어떻길래

롯데월드타워의 오피스 공간은 14~38층 프라임오피스와 108~113층의 프라이빗오피스로 구분된다. 프라이빗오피스는 당초 층별로 분양을 계획했지만 여의치 않자 임대로 돌려 몇몇 계열사들이 이곳에 입주해 있다. 


현재 파악되는 롯데 계열사의 입주 현황은 롯데케미칼(14~16층), FRL코리아(24층), 롯데AMC(30층), 롯데자산개발(30층), 롯데바이오로직스(30층), 데상트코리아(32층), 롯데물산(109~111층) 등이다. 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도 29층에 위치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의 공실은 2017년 입주 때부터 문제가 됐다. 당시 롯데월드타워의 임대료(NOC)는 평당 30만원대로 알려져 강남권역 프라임 오피스의 임대료 수준(20~30만원대)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었다. 강남 중심 상업지역과 떨어진 잠실이라는 입지도 기업의 선호와는 거리가 있었다. 이렇다 보니 롯데 계열사들이 빈 공간을 채우면서 십시일반으로 높은 임대료를 감당해왔다. 이렇게 각 계열사가 부담을 나누다 지난 2021년 8월 우아한 형제들이 37~38층을 임차하면서 전 공간이 임대됐다는 보도자료를 회사 측이 배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우아한 형제들도 이곳에서 빠질 예정이다. 롯데월드타워를 비롯해 송파구 일대 4개 오피스를 임차하고 있는 이 회사는 조직 통합을 위해 오는 2028년 잠실 ‘타워730’으로 이전을 발표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금 롯데월드타워의 공실은 8~9층, 12층, 26층 등으로 8~9층은 현재 판매 시설이지만 업무시설로 용도 변경이 가능하다. 26층은 롯데온이 빠진 공간이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현재 롯데월드타워의 NOC는 평당 45만원대로 강남에서 제일 비싼 파르나스타워에 육박하는 수준”이라면서 “이 정도 임대료 수준으로는 실적 부진이 심각한 롯데 계열사가 빠진 공간을 단시간에 채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