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시장동향
쉬운 숙제가 생기면 어려운 숙제는 나중으로 밀린다
코람코 이해상충, 공무원연금의 어려운 숙제
2026년 6월, 코람코자산신탁이 국내 부동산 자산운용 업계에서 보기 드문 성과를 기록했다.
공무원연금공단 5,000억원 블라인드펀드의 위탁자산운용사 선정된 지 불과 하루 뒤 우정사업본부 5,000억원 블라인드펀드까지 연속으로 두 건의 대형 위탁운용 맨데이트를 따냈다.
에쿼티 규모만으로도 합산해서 1조원, 레버리지까지 감안하면 운용 규모는 2조원을 훌쩍 넘는다.
두 개의 숙제, 하나의 학생
학교에서 방학 숙제를 두 개 받아본 경험이 있다면 이 문제의 핵심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하나는 독후감이고, 다른 하나는 자유 탐구다. 두 숙제 모두 제출해야 하지만, 독후감은 책 한 권만 읽으면 된다. 자유 탐구는 주제 선정부터 실험까지 스스로 해야 한다. 시간이 촉박해지면
어느 숙제부터 하게 될까.
코람코는 지금 두 개의 숙제를 동시에 받았다.

우본 블라인드 펀드는 레버리지도 가능하고, 개발에도 50%이내에서 투자할 수 있어 투자대상과 투자구조면에서 아주 유연하다. 반면, 목표 수익률은 7%다. 최근 실물자산의 우선주 수익율을 7%를 초과하는 시장 상황에서 “슈퍼 멘터이트”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반면 공무원연금 맨데이트의 9%는 지금 시장에서 수익률이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 싸게 사야 한다. 남들이 못 보는 곳에서 딜을 가져와야 한다.
같은 GP, 같은 시간, 두 개의 목표다.
팔은 안으로 굽는 구조: 의도가 아닌 인센티브의 문제
부동산 투자에서 GP와 LP의 이해관계는 이상적으로는 일치한다. GP가 더 좋은 딜을 발굴하고 더 싸게 사면, 펀드 수익률이 오르고, 캐리도 많아진다. 모두가 이긴다.
GP가 '충분히 좋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쉬운 경로가 생길 때 이 이해관계가 깨질 수 있다.
한국 속담에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자기와 가까운 쪽을 향해 자연스럽게 기운다는 뜻이다.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인센티브가 그쪽을 향하기 때문이다. 이해상충이 무서운 이유이다.
공무원연금의 관점에서 보면 구조가 뚜렷하게 보인다. 공무원연금의 목표수익률 달성을 위해서는 GP가 더 발품을 팔아야 한다. 덜 알려진 딜을 발굴하고, 협상에서 더 버티고, 적극적으로 임차인을 발굴하고, 임차인과 힘든 임대료 인상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이제 같은 GP에게는 7%만 달성해도 괜찮은 펀드가 옆에 있다.
“우본 펀드가 없던 세상에서 코람코는 이 딜을 9% 목표에 맞추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서 더 버텼을 것이다. 우본 펀드가 생긴 세상에서는 '그냥 우본에 넣으면 되지'하는 생각이 스칠 수 있다.”
코람코는 이렇게 답할 수 있다. 두 맨데이트를 별도 팀으로 나누어 운용하면 이해상충은 사라진다고.
직관적으로 그럴듯하지만 부동산 블라인드펀드를 10년간 운용한다는 것이 실제로 어떤 일인지 들여다보면, 이 반론은 즉각 무너진다.

공인중개사법 제33조는 공인중개사가 동일 거래에서 매도인과 매수인 양쪽을 동시에 대리하는 것을 금지한다. 두 명의 중개사가 각각 매도인·매수인을 담당시켜도 마찬가지다. 법은 담당 중개사가 아니라 사무소 자체를 이해관계의 단위로 보기 때문이다. '같은 회사 안의 다른 팀'이 이해상충을 제거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이미 법 안에 있다.
한국 재벌의 역사도 같은 교훈을 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0년 넘게 계열사 분리를 통해 재벌 내 이해상충을 해소하려 했다. 각 계열사에 별도 대표, 별도 이사회, 별도 법인을 두었다. 그런데도 내부거래, 순환출자, 계열사 간 이익 이전은 끊이지 않았다. '별도 팀'이 아니라 '별도 회사'를 만들어도 공통의 모회사가 있으면 이해상충은 사라지지 않았다. 코람코의 두 펀드 팀은 재벌 계열사보다 훨씬 약한 형태의 분리다.
“진정한 팀 분리가 되려면 사무실도 따로, 브로커 네트워크도 따로, 투자심의위원회도 따로여야 한다. 그 순간 코람코가 아니라 두 개의 별개 운용사가 된다.”
해외에서 이미 치러진 수업료
이해상충이 얼마나 은근하게, 집요하게 움직이는지는 해외 사례들도 어렵지 않게 보여준다.
JP모건 자산관리 부문에 2015년 12월, 맨해튼의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금액은 3억700만달러에 약 5,500억원. 이유는 간단했다. 타사 상품이 더 나은 경우에도 해당 고문들이 JP모건 자사 상품을 밀었다는 것이다. 다른 상품을 팔 때보다 JP모건 자사를 팔 때 수수료가 더 많았다. 고문 입장에서는 그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인센티브가 만든 구조적 편향이었다.
아폴로도 한 해 뒤인 2016년, 이번에는 5,270만달러를 냈다. 여러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중에 수수료와 비용을 나누는 방식을 특정 펀드에 유리하게 설계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SEC가 2014~2016년 사모펀드 업계 전반에 걸쳐 검사한 결과는 더 충격적이었다. 검사 대상 운용사의 50% 이상에서 유사한 문제가 발견됐다.

“악인이 절반이라는 뜻이 아니다. 구조가 절반을 같은 방향으로 기울게 했다는 뜻이다.”
공무원연금은 어떻게 자신을 지킬 것인가
이 글의 핵심 질문은 여기다. 구조가 공무원연금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무원연금은 어떻게 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자신을 보호할 것인가.
첫째, 투자기회 배분 기준의 사전 확정이다. '어떤 딜이 어느 펀드에 우선 배분되는가'를 투자설명서 또는 별도 배분 정책서에 명시하는 것이다. 이 기준이 없으면, 배분은 언제나 GP의 재량이다. 재량은 선의로 행사될 수 있지만, 그 선의를 LP가 검증할 방법이 없다.
둘째, 독립적인 배분위원회(Allocation Committee) 요구다. 해외 성숙 시장에서는 운용 PM이 단독으로 배분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투자기회 배분을 전담하는 독립 위원회가 존재하고, 여기에 준법감시·리스크 기능이 참여한다. 각 배분 결정은 기록으로 남고, LP에게 정기적으로 보고된다. 공무원연금이 위탁 계약 단계에서 이런 체계를 요구하고 계약에 포함시킬 수 있다면, GP의 재량에 의존하는 현재 구조보다 훨씬 강한 보호막이 된다.
셋째, 정기적인 딜 배분 사후 검증이다. 분기 또는 반기마다 '어떤 딜이 어느 펀드에 배분됐으며, 그 근거는 무엇인가'를 GP가 서면으로 보고하도록 요구하는 방법이다. 이것만으로도 GP의 자기검열 효과가 생긴다. 나중에 설명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다르다.
한국 운용업의 선정 문법은 AUM과 트랙레코드에 최적화되어 있다.
위탁기관들이 운용사 선정 시 평가하는 항목들—운용 트랙레코드, AUM 규모, 투자 네트워크, 팀 안정성—은 과거의 성과를 검증하는 지표다.
'복수 펀드를 동시에 운용할 때 이해상충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묻는 항목은 미래의 일이기 때문에 지표화하기 어렵다. 따라서 질문은 하지만 선정기준에 높은 비중을 부여하기가 어렵다.
그 결과, GP는 선정을 받기 위해 이해상충 관리 역량을 키울 유인이 없다. LP는 선정 후에야 구조적 문제를 발견한다. 그때는 이미 계약이 체결된 상태다.
“쉬운 숙제가 생겼을 때, 어려운 숙제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