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력을 갖춘 글로벌 사모펀드가 상장 부동산 리츠와 투자 플랫폼을 인수해 상장 폐지하고,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통해 가치를 높이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흔한 일인데, 부동산 투자 시장에도 유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리 상승 추세로 주가는 크게 떨어졌으나, 실제 자산 및 기업가치가 양호한 상장 리츠와 투자 플랫폼을 저가에 인수하는 기회를 잡는 것이다.

 

23일 코어비트가 유료 구독 회원에게 제공하는 리서치 보고서 ‘코어비트 인사이트 6호’는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를 보여주는 사례와 배경, 투자자에게 주는 시사점을 분석했다.

 

2024년 12월 스타우드 캐피탈 (Starwood Capital Group) 주도로 카타르투자청(QIA), 워버그 핀커스(Warburg Pincus)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 홍콩 증시에 상장된 물류 전문 자산운용사인 ESR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2021년 이후 홍콩 증시 최대 규모의 상장 폐지(Privatization)다. 

 

2021년 고점 대비 61%나 가격이 하락하여 저평가 투자기회를 포착한 것이다. 스타우드 캐피탈은 상장 폐지 후 ESR을 물류, 데이터센터와 같은 ‘뉴 이코노미’ 부동산에 투자하는 제3자 펀드관리에 집중하는 모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투자플랫폼 뿐만 아니라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인수하려는 목적으로 상장리츠 등 투자 vehicle을 인수하고 상장폐지후 사모펀드화(privatization)하는 사례도 많다. 

 

블랙스톤은 2023년 영국 전역에서 총 710만 square feet(약 659,611㎡) 규모의 물류/산업용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Industrial REIT를 인수했다. 2024년 브룩필드(Brookfield)는 Tritax EuroBox를 인수, 유럽 대륙 전역에 약 150만 m² 규모, 자산가치 약 15억 유로의 대형 물류 창고 포트폴리오를 인수하였다.

 

이러한 대형 거래의 배경은 우선 2022~2023년 급격한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서, 이자율에 민감한 리츠의 급격히 떨어졌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이 실제 자산가치(NAV)에 비해 현저히 낮은 현상이 벌어져 저가 인수의 기회가 생겨난 것이다.

 

글로벌 사모펀드는 상장 폐지 이후 상장사의 단기 수익과 배당 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시설투자(CAPEX)와 유휴 부지 개발 등 자산가치 제고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또한, 적극적인 자산 재구성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고, 기존 부동산 플랫폼과 통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체질 개선을 거쳐 3~5년 후에 다시 상장하거나, 전략적 투자자에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보고서는 “상장 리츠 운용사는 배당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장기적인 자산가치 제고 전략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며 “한국의 투자자들도 주가가 크게 저평가돼 있고,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자산가치를 높일 수 있는 리츠의 최대주주 지분을 확보해 상장 폐지하는 투자 전략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