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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아이콘 크라이슬러 빌딩, 10년 만에 다시 매물로

토지 소유주 쿠퍼 유니언, 장기 임차권 매각 추진 RFR, 2019년 1.5억 달러에 인수했으나 임차료 감당 못해 “오피스 경쟁력 회복 위해 최소 1억 달러 이상 투자 필요”

2025-05-23 06:35:49류정화jryu@corebeat.co.kr

뉴욕 맨해튼의 아이콘이자 아르데코 건축의 상징인 크라이슬러 빌딩이 10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나왔다. 토지 소유주인 쿠퍼 유니언(Cooper Union)은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 세빌스(Savills)를 통해 이 빌딩의 장기 임대권(ground lease)을 시장에 내놓고, 새로운 운영 파트너를 찾고 있다.



2019년, RFR & SIGNA가 ‘1.5억 달러’에 매입

이번 매각의 배경에는 지난 2019년 거래가 있다. 당시 미국 부동산 기업 RFR 홀딩스(RFR Holding) 와 오스트리아 시그나(SIGNA Holding) 그룹은 크라이슬러 빌딩의 장기 임대권 (leasehold interest)을 1억 5천만 달러(약 2025억 원)에 공동 인수했다. 이는 전 소유주였던 아부다비 투자청(ADIC)이 2008년 90% 지분을 약 8억 달러(약 1조 800억 원)에 인수한 것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80% 넘게 급락한 것이다.


가격 폭락의 주요 원인은 감당하기 어려운 토지 임대료에 있다. 토지 소유주인 쿠퍼 유니언은 2017년 연간 775만 달러(약 105억 원)였던 토지 임대료를 2019년에 3250만 달러(약 440억 원)로 급격히 인상했으며, 2028년까지 4100만 달러(약 554억 원)로 추가 인상할 예정이었다.


RFR은 2024년 5월부터 토지 임대료 지급을 중단하는 등 장기간 체납했고, 쿠퍼 유니언은 2024년 9월 체납 임대료가 2,100만 달러(약 284억 원)를 넘어섰다며 임대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RFR은 이를 막기 위해 쿠퍼 유니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RFR 측은 "토지 임대료가 경제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하며, 재택근무 확산과 노후 건물의 유지 보수 비용 증가를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2025년 1월 뉴욕 주 법원은 쿠퍼 유니언의 손을 들어줬고, RFR은 운영권과 임차 계약 전반을 쿠퍼 유니언 측에 반환해야 했다

경쟁력 약화된 랜드마크 건물의 미래

크라이슬러 빌딩의 오피스 공간(약 112,000㎡, 34,000평) 공실률은 팬데믹 직후 38%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14~15% 수준으로 회복됐다. 하지만 미드타운 맨해튼 프라임 오피스의 회복세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더딘 상황이다. 2025년 1분기 맨해튼 전체 오피스 공실률은 17~18% 이지만, 미드타운 소재 클래스A 이상 프라임 오피스는 9~10%로 현저히 낮다. 우량 오피스 선호 현상(Flight to Quality) 영향으로 원 밴더빌트(One Vanderbilt) 등 일부 신축 프라임 오피스는 공실률이 '제로(zero)'다.


임대료 역시 인근 원 밴더빌트 빌딩이 평방 피트(sqft)당 200~300달러 인데 반해, 크라이슬러 빌딩은 60~80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낮은 층고와 좁은 기둥 간격, 비효율적 평면 등 구조적 한계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건물이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최소 1억 달러(약 1350억 원) 이상의 리노베이션 투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RFR은 약 1억 7천만 달러(약 2300억 원)를 투자해 엘리베이터와 외관 개선을 시도했으나, 근본적인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쿠퍼 유니언은 새로운 파트너에게 단순한 임대 수익이 아닌, 건물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혁신적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논의되는 활용 방안으로는 ▲과거 운영되던 프라이빗 클럽(Crown Club) 재개장 ▲부티크 호텔 개발 ▲럭셔리 임대주택 전환 등이 거론된다.


다만, 랜드마크로 지정된 건물인 만큼 외관 변경에는 엄격한 법적 제한이 따르며, 토지 소유 구조상 분양형 주택(콘도) 전환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