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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 대책 후폭풍에 용산·성수 등 초대형 정비사업 급제동
서울 전역 강력 규제...대출 막히고 ‘거래절벽’ 우려 속출 9·7 공급 대책과 충돌...개발 금융비용 급등, 공급 감소 우려
정부가 15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10·15 대책)의 후폭풍이 거세다. 갑작스러운 발표 직후 국토교통부 홈페이지가 마비되고,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접수를 일시 중단하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직격탄을 맞은 개발업계에서는 도심 주택 공급 지연 우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삼표레미콘부지, 서빙고역세권 등 초대형 복합개발사업은 특히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대책이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방안’(9·7 대책)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서울 전역 규제·대출 한도 축소
17일 업계에 따르면 10·15 대책으로 수도권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충격을 받았다. 이번 대책은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고, 동시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초강력 규제 패키지다.
특히 서울 25개 자치구의 모든 아파트 단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신규 지정돼(10월 20일부터 2026년 말까지), 사실상 서울 전역이 허가 규제 아래 놓이게 됐다. 이번 지정은 기존 강남·서초·송파·용산 및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등 기존 허가구역과 별도로 적용된다.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무주택자 40%, 유주택자 0%로 제한된다. 고가주택(15억~25억 원)은 최대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DSR 산정 기준 금리도 기존 1.5%에서 3.0%로 상향돼, 실질적 대출 여력은 더욱 축소됐다.
정부는 과열된 매매심리를 진정시키고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시장 반응은 혼란스럽다. 발표 직후 서울 주요 중개업소에는 매수·매도 문의가 폭주했고, 마포·성동·노원 등 지역에서는 ‘오늘 계약 가능’이라는 급매물이 등장하며 취득세 중과(8~12%)를 피하려는 막판 거래가 이어졌다.
반면 대출 제한과 실거주 의무 강화로 거래가 급감하는 ‘거래절벽’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은행권은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접수를 일시 중단했고,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대출이 막히면서 거래가 사실상 멈췄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도심 재정비·역세권 사업 ‘직격탄’
이번 규제의 최대 타격은 수도권 대형 개발사업장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내 139곳 재건축 구역(약 10만 8000세대)과 75곳 재개발 구역(약 5만 세대)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용산국제업무지구, 삼표레미콘부지, 서빙고역세권, 성수전략정비구역 등은 모두 토지거래허가구역에 포함돼 사업 일정 지연이 불가피하다. 취득일로부터 2년간 실거주 의무,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재건축 조합원당 1가구 제한 등은 자금 조달과 분양 구조에 직접적인 제약으로 작용한다.
서울시 정비사업연합회 관계자는 16일 오세훈 시장과의 간담회에서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은 것은 정비사업 추진 의지를 꺾고 시장을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도 “이번 대책은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요소가 많다”며 “특히 강북 지역은 분담금 부담과 이주지원금 축소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조합이 많아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9·7 대책과 충돌...공급 드라이브에도 제동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한 달 전 발표된 ‘주택공급 확대방안’(9·7 대책)과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9·7대책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통해 수도권 100만 호 이상 공급을 목표로 했던 반면, 10·15대책은 금융 규제 강화와 토지거래허가 확대가 공급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특히 재개발 구역에서는 이주비 대출 제한과 스트레스 금리 상향으로 금융비용이 급등하며, 시공사와 조합 간 자금 협의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거주 의무 강화로 전세 매물도 줄어 전세시장 불안이 가중될 가능성도 높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9·7대책이 ‘공급의 레일’을 깔았다면, 10·15대책은 ‘금융의 제동장치’를 건 셈”이라며 “정부가 두 축의 균형점을 찾지 못하면 시장 혼란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 수요 억제 효과가 기대되지만, 장기적으로 개발사업 일정 지연과 자금 경색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