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업계동향

2.8조 원 운용 와이드크릭, 글로벌 JV로 새 판 짜는 김정훈 대표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대체 에너지 섹터까지, 뉴 이코노미 정조준 개발부터 엑싯까지 전 사이클 운용으로 차별화...워버그핀커스 4억 달러 JV 성과

2025-06-17 09:44:31류정화jryu@corebeat.co.kr

마스턴투자운용 출신의 운용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해 선보인 와이드크릭자산운용의 행보가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가 막 시작되던 2020년 초, ‘빠른 실행’을 모토로 한 소수 정예 조직으로 여의도에 둥지를 틀었다.


당시 시장의 반응은 흔한 신생업체가 하나 더 생긴 것이라는 인식이었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었다.


이들은 단순한 매입·매각을 넘어 개발부터 엑시트까지 직접 설계하고 통제하는 운용 방식을 앞세워 성과를 냈다. 그 결과 물류센터부터 데이터센터, ESS 인프라까지 다양한 상품을 다루며 ‘실행형 운용사’로서의 존재감을 인정받았고, 국내외 주요 기관들과의 파트너십도 잇달아 성사시켰다.


설립 5년 만에 누적 운용자산 2조8000억 원을 돌파하며 전문 운용사로 입지를 다진 김정훈 대표에게 성공 비결과 비즈니스 철학을 들어봤다.



김 대표는 한국자산신탁에서 자산운용 업계에 입문한 뒤, 마스턴투자운용에서 본격적으로 부동산 운용과 개발 경험을 쌓았다. 특히 2007년 입사 직후 리먼 사태로 인한 부동산 시장 냉각기를 겪었고, 분양사고가 발생한 상가를 공매 처분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이후 마스턴에서 물류센터 개발, 신도림 센터포인트웨스트 매입, 해외 프라임 오피스 투자 등을 통해 실무 경험과 전문 지식을 쌓았다.


하지만 조직이 커질수록 실행의 민첩성은 떨어졌고, 이에 대한 아쉬움도 커졌다. “개발부터 엑시트까지 운용사가 직접 구조를 짜고 책임질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결국 마흔을 앞둔 2020년 초, 함께 일했던 동료·후배들과 새로운 조직을 만들자는 결단으로 이어졌다.


부동산 사이클 전체 투자서비스: 실물자산 매입-관리-매각하는 단순 모델 탈피

와이드크릭은 단순한 자산 매입 중심의 펀드 운용사가 아니다. '개발 중심 전략'을 바탕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짓고 임차인을 유치한 뒤 자산 매각까지 지원한다. 부동산 투자 사이클 전체를 책임지는 ‘턴키 베이스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토지 매입 단계부터 인허가, 시공사 선정, 프로젝트 파이낸싱, 건설사업관리, 준공 후 임대차 관리 및 성공적인 엑시트까지, 부동산 업의 전 부문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밑바탕이 된 전문성이 있어야 가능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TPG 안젤로고든과 공동으로 추진한 ILP 물류센터 개발은 와이드크릭의 전략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와이드크릭은 토지 매입부터 직접 참여하고, 시공사 선정과 PF 구조화를 주도했으며, 준공 후 임대 운영까지 책임졌다.


올해 착공 예정인 부평 데이터센터 개발사업도 사업지 발굴 단계부터 참여했고, 양주 대형 물류센터는 최근 트렌드에 맞춰 라지 플레이트 구조와 접근 편의성을 고려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물류시장 변화 읽기: 공급 공백을 기회로

현재 와이드크릭이 주목하는 섹터는 물류센터다. 하지만 접근 방식은 이전과 다르다. 팬데믹 이후 고금리 정책과 지속적인 원가 상승으로 많은 물류 프로젝트들이 수익성 한계에 부딪히면서, 이들은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김 대표는 “과잉 공급에 경기 불황과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다수 물류 기업들이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분위기로 전환됐다”며 “단기적으로 공실률은 높지만, 신규 인허가와 착공이 현저히 줄고 있어 오히려 중장기적으로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급이 집중됐던 인천권과 수도권 동남권과 달리, 서울 동북권이나 제2경부선 개통으로 접근성이 개선된 안성권역은 공급 부족 지역으로 높은 잠재력을 지닌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파트너십: 단순한 자금이 아닌 전략적 동반자

와이드크릭의 성과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2023년 글로벌 사모펀드 워버그핀커스와 약 4억 달러 규모의 조인트벤처(JV)를 결성한 일이다. 워버그핀커스는 아시아 첫 부동산 펀드(28억 달러 규모)를 조성한 후 ESR을 통한 간접 투자에 이어,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파트너로 와이드크릭을 선택했다.


김 대표는 “여러 운용사와 경쟁한 ‘뷰티 콘테스트’에서 운 좋게 우리가 선정됐다”며 “짧은 시간 안에 글로벌 투자자들과 성공적인 거래를 성사시켰고, 빠른 의사결정 구조와 젊은 인력의 실행력을 높게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단순한 JV 파트너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모든 섹터의 프로젝트를 함께 투자할 수 있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고 덧붙였다.


현재 와이드크릭은 양주에 이어 안성 물류센터에도 워버그핀커스와의 JV를 통해 투자 중이며, 수도권 지역 데이터센터 개발도 추진 중이다. 해당 사업이 본격화되면 수천억 원 규모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 외에도 와이드크릭은 데이터센터, 라이프사이언스 등 뉴 이코노미 섹터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며, 오피스·호텔·레지던셜 등 전통 섹터에서도 투자 기회를 모색 중이다.


김 대표는 “올해 안에 코리빙 시장에 진출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계획”이라며 “호주 태양광 발전과 연계한 ESS 사업도 준비 중으로, ESG 실천 과제를 구현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운용시스템과 리스크관리시스템: “자산과 현장에 집중”

최근 몇 년간 일부 운용사에서 리스크 관리 시스템 미비로 운용역의 모럴 해저드와 부실 투자가 문제가 되면서, 국내외 LP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좋은 환경에서 고민 없이 일하기보다는, 도전적인 환경에서 수많은 고민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우리 회사의 기본 자세”라며, 시장에서 찾기 힘든 솔루션을 제공해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 결정 과정도 이런 철학에 기반한다. 단순히 지표로만 판단하지 않고, 자산의 현장 상황과 그에 맞춘 금융 구조를 핵심 기준으로 삼는다.


김 대표는 “절차적으로는 다른 운용사와 유사해 보일 수 있지만, 방식과 내용은 크게 다르다”며 “와이드크릭은 분야별 전문 인력이 투자심의위원회에 참여해 노하우를 공유하고,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리스크 발생 시 대응책 중심으로 투자 검토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시장 불확실성이 큰 만큼, 투자심의의 전문성과 유효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임대차·자산관리 부서와 건설·개발 부서가 초기부터 심의에 참여해 사전에 리스크를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수립한다”고 강조했다.


내부통제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위험관리와 준법감시를 한 인력이 맡아 펀드 및 경영상 발생할 수 있는 거버넌스 이슈를 누수 없이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와 인재상

김 대표는 “현장 중심의 투자운용사가 우리 회사가 지향하는 미래”라며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전통적 투자 섹터(오피스, 물류, 리테일, 호텔 등)는 이미 레드오션으로 경쟁이 과도한 상태이며, 중소형 운용사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기적으로는 데이터센터, 임대 기반 주거시장,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기회가 있다”며 “단순한 자산 클래스 투자가 아니라, 운영까지 통제할 수 있는 전략이 있어야 위기에도 유연하게 대응하고 기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재상과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현장의 도전 과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며, 임직원 모두가 이 철학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AUM 같은 수치보다는, 다양한 투자 구조를 시장에 공급하고 이를 통해 평준화된 운용사 역량에 차별화를 주고 싶다”며 “Value-add, Opportunistic 투자부터 Core-Plus 전략까지 자산군 전반의 투자 다각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와이드크릭은 스스로를 ‘강소 운용사’로 규정하며, 현장 중심 솔루션을 제공하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워버그핀커스와의 4억 달러 JV 체결과 지속적인 투자 성과로 입증되고 있다.


물류센터에서 데이터센터, 향후 해외 ESS까지 확장되는 포트폴리오는 전통적 상업용 부동산 운용사의 경계를 넘고 있다. 김 대표가 추구하는 ‘전 사이클 운용’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