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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데이터센터 쇼크로 본 AI데이터센터 투자구조 재점검

코어 자산으로 여겨지던 데이터센터, 개발 딜 성격 드러나

2025-12-18 08:36:56김우영kwy@corebeat.co.kr

연말 오라클이 쏘아 올린 일련의 이슈들로 데이터센터 거품론 혹은 과잉투자 논란이 거세다.


유틸리티 같은 전통적 코어 자산 자리를 빠르게 차지하며 인프라 투자의 대세로 자리 잡은 데이터센터 투자에 변곡점이 될지 주목된다.

심상치 않았던 실적 발표부터 투자사 이탈까지, 무슨 일이 있었나

논란은 지난 10일(이하 미국 현지시간) 장 마감 후 발표한 2026회계연도 2분기(9~11월) 실적을 시작으로 불거졌다. 매출은 시장 기대를 0.8% 소폭 하회하며 무난하단 평가를 받았다. 


그보다 시장의 관심은 AI인프라(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Capex와 이를 위한 자금조달에 맞춰졌다.


오라클은 AI데이터센터 확장에 막대한 Capex를 쏟아부으면서 Free Cash Flow(FCF)가 약화되고 차입은 확대됐다. 지난 1년간 오라클 Operating Cash Flow(OCF)는 223억달러로 1년 전보다 9.9% 늘었다. 하지만 Capex가 355억달러로 같은 기간 230% 넘게 급증하며 FCF가 마이너스(-132억달러)로 전환됐다.


오라클은 레버리지 규모가 당장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으며, 다양한 자금 조달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은 추가 자금조달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오라클의 CDS프리미엄은 치솟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12일 오픈AI용 데이터센터 완료 시점 당초 2027년에서 2028년으로 연기된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불안감은 증폭됐다. 인력과 자재 부족이 이유로 지목됐다.


오라클은 즉각 지연설을 부인했다. 이어 15일엔 폭스콘의 발대 확대 등 구체적인 AI 수주 증거를 제시하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17일 오랜 파트너였던 투자사가 이탈한다는 소식에 우려는 더욱 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모펀드 블루아울(Blue Owl Capital)은 오라클이 미시간주에 지으려는 데이터센터 투자를 하지 않기로 했다. 해당 데이터센터는 1GW규모로, 100억달러가 투입될 오픈AI의 핵심 프로젝트다.

코어 인프라에서 고위험 개발 자산으로 변화 가능성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번 건이 단순히 오라클이란 한 회사, 미시간에 들어설 하나의 데이터센터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데이터센터 자산 자체에 대한 비관에 빠진 것은 아니다.


핵심은 그간 '코어 인프라'로 접근한 AI데이터센터가 '고위험 개발 자산'으로 성격이 바뀔 수 있는 시험대에 올랐단 것이다.


FT에 따르면 블루아울은 시장이 오라클에 제기한 우려를 모두 문제 삼 투자를 하지 않았다. 급증하는 부채와 인프라 지출(Capex), 대출 조건 강화 등으로 오라클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건설 지연 리스크도 블루아울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아울은 건물에 투자해 임대수익과 자본차익을 남기는 것이 목적인 전통적 코어 투자사가 아니다. 부동산을 담보로 구조화 대출과 장기 계약 기반 현금흐름에 투자하는 프라이빗 크레딧 투자 운용사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건물의 미래 가치보다는 확정된 이자를 얻는데 초점을 둔다.


그간 AI데이터센터는 장기 임대차 구조에 오라클 같은 초대형 임차인이 꾸려졌기 때문에 크레딧 투자에 안성맞춤이었다. PF의 선순위를 맡는 전통적인 대형은행들이 대출 규모가 크고 규제가 강화된 탓에 AI데이터센터를 부담스러워하는 사이 프라이빗 크레딧이 자금조달의 중심이 된 것이다.


하지만 오라클에 대해 시장이, 당장 망할 기업이라고 보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Capex투자 급증과 재무구조 악화 등으로 신용을 재평가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오라클 신용에 물음표가 생기는 순간 PF구조는 보수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 구체적으로 블루아울이 어떤 재설계를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DSCR 상향, LTV 하향 같은 조건 변경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인다.


공사 지연 리스크는 단순한 이자 비용 증가로 끝나지 않는다. 대출 실행부터 건물 완공과 임대에 따른 안정적 이자 수취 및 원금 상환까지, 잘 짜여졌던 시간표가 틀어져 버린다. 그렇게 되면 원금회수는 '계획'이 아닌 '전망'이 되어 버린다. 대출이 아닌 개발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성격이 달라지는 것이다.


또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GPU가 1년 반~2년 주기로 세대 교체가 되는 상황에서 공사가 지연되면 껍데기만 새 데이터센터가 될 수 있다.


즉, 블루아울 입장에서 이번 투자 철회는 크레딧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센터 개발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리스크 확대 우려가 총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발표된 숫자가 아닌 실제 자금조달 중요

이번 오라클 사태는 국내 데이터센터 투자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100억달러, 1GW 등 발표된 대규모 계획과 실제 자금조달 간 간극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한 시장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특히 건설 지연은 그 가능성만으로도 자금조달이 흔들릴 수 있다. 국내에선 데이터센터와 관련한 주민민원과 인허가로 인한 지연 사례가 보고되고 있어 이를 주요 리스크 요소로 감안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아무리 우량한 임차인이 있더라도 섣불리 '코어 자산'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CBRE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건설 중인 미국 데이터센터의 74%가 사전임대를 마쳤으며, 임대료 인상률은 1년 전보다 43%나 급증했다.


하지만 전력 부족과 냉각기 등 핵심 자재 부족에 따른 공정 리스크, 크레딧 이슈에 따른 파이낸싱 리스크 등도 만만치 않다.


즉, 안정적 임차인(빅테크), 장기 임차에 따른 안정적 현금은 데이터센터를 코어 자산으로 보이게 한다. 하지만 오라클 사태로 실제로는 개발 프로젝트 성격도 뚜렷하단 것이 확인된 만큼 데이터센터 투자 접근법의 재검토는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