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 오피스

쿠팡 사옥 이전 후보로 이스트폴타워 급부상

광진구 자양동 옛 KT 강북지역본부 개발, 2025년 2월 준공 예정 쿠팡 잠실 오피스 2027년, 선릉 2026년 상반기 계약 만료 강남, 판교는 대형 오피스 없고, 마곡은 검토 후 제외

2024-09-05 08:08:22김두영doyoung.kim@corebeat.co.kr

e-커머스 선두 주자인 쿠팡의 새로운 오피스로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이스트폴타워 (Eastpole Tower)가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강남과 잠실 일대에는 쿠팡이 입주할 대형 사무실이 아예 없고, 여유가 있는 마곡 지역은 임직원들의 이탈을 우려해 검토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스트폴타워는 쿠팡의 기존 잠실 사무실에서 매우 가깝고, 신축 건물이어서 선호도가 높다. 쿠팡은 ‘c-커머스’로 불리는 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돼 있어, 사무공간 확보 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에도 민감하다.


쿠팡, 대규모 사무실 이전 수요 발생

쿠팡은 현재 서울 송파구 신천동 7-30에 위치한 타워730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2017년 지하 4층~지상 27층, 연면적 2만4420평 규모로 완공됐는데, 쿠팡이 전체 면적의 71.9%(1만7561평. 19개층)을, 현대해상화재가 나머지 21.8%를 사용하고 있다. 전용율이 62.3%로 매우 높다. 


잠실 730타워는 배달의민족이 후속 임차인으로 결정돼 쿠팡은 임대차 계약이 끝나는 2027년 상반기에 무조건 사무실을 비워야 한다. 현재 타워730의 실질 임대료(Effective NOC)는 평당 20만원 수준으로 잠실 권역 평균(31만원)에 비해 많이 저렴하다. 인근 롯데월드타워는 41.6만원에 이른다. 


쿠팡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332에 위치한 HJ타워에도 입주했다. 이 건물은 지하 6층~지상 22층인데, 전체 면적의 77% (17개층, 약 9730평)를 사용하고 있다. 2021년에 5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2026년 상반기에 재계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자양동 이스트폴 타워, 유력 후보지로 부상

쿠팡은 잠실과 선릉 일대 사무실 약 2만7000평을 사용하고 있으나, 서울 강남과 잠실 일대에는 이만한 오피스 공간이 아예 없다. 판교도 후보지로 거론됐으나, 역시 대형 오피스가 거의 없고 공실률은 ’제로’에 가깝다. 판교는 대부분 기업들이 사옥 목적으로 건축해 임대 목적 오피스가 많지 않다.  실질 임대료도 판교역 주변 오피스는 이미 평당 30~32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쿠팡은 대규모 오피스 공급이 예정된 마곡 이전을 검토했으나 임직원, 특히 외국인 임직원들이 대부분 서울 잠실, 강남 일대에 살고 있어 제외됐다.


대규모 사무 공간 확보와 임직원들의 주거 상황, 임대료, 교통 상황 등을 감안해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한 곳이 이스트폴타워다. KT가 넥스트커넥트PFV를 설립해 옛 강북지역 본부를 재개발하는 사업장이다. 총 7만8147㎡ (약 2만3640평) 부지에 광진구 신청사와 공동주택 (롯데캐슬) 1363가구, 오피스 빌딩, 호텔, 판매 및 문화·집회시설 등 대규모 복합시설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오피스 빌딩(이스트폴타워)은 연면적 2만6000평 규모여서 쿠팡의 현재 사용면적과 거의 일치한다. 준공 시기도 내년 2월이어서 쿠팡의 이전 시기와 조율이 가능하고. 지하철 2호선 구의역 근처여서 교통도 편리하다. 기존 타워730과도 가까워서 오피스 이전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KT 입장에서도 신축 빌딩에 쿠팡과 같은 대형 임차인을 유치하면 건물 가치 상승 및 주변 상권 활성화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앞으로 KT와 쿠팡의 임대료 협상이 남아있는데, 렌트 프리(Rent-free) 3개월 감안시 평당 25만원 수준이어서 쿠팡의 부담이 크지 않다.


사옥 이전은 쿠팡의 자충수에서 비롯

쿠팡은 이전 비용도 만만치 않고, 특별히 옮길 이유도 없어서 타워730을 계속 임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빌딩 소유주인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이 매각을 추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현대해상화재의 100% 자회사인 현대자산운용은 2014년 인수한 SC은행 전산센터를 재건축해 타워730을 선보였다. 투자 기간 10년이 다가오면서 2023년 8월 매각 작업에 착수해, 잠재적 인수자들과 논의를 진행했다. 


매각 소식을 접한 쿠팡은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 최대 임차인) 입장에서 잠재 투자자들과 직접 만나 임대료 협상을 벌였다. 2027년 상반기 임차 계약이 만료되는데, 쿠팡이 이전하면 오피스 가치가 크게 떨어질 테니, 계약 연장하는 조건으로 임대료 할인을 요구했던 것이다. 쿠팡이 이처럼 무리수를 둔 이유는 임대 계약 만료 시점에 임대료를 지금보다 약 60%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쿠팡의 2023년 영업 이익률은 1.9%에 불과해, 임대료 부담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쿠팡의 움직임을 파악한 현대인베스트는 매각 작업을 중단하고, 새로운 임차인 구하기에 나서 올해 1월 배달의민족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배달의민족은 2028년부터 입주하는데, 계약 기간 10년에 임대료는 시장 가격에 근접한 평당 33만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