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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 2022년 현대백화점 인수때부터 폐점 계획

투자자 모집 설명서에서 "오피스 전환시 IRR 17% 예상" 미국의 다양한 백화점→오피스 전환 성공 사례 제시 디큐브 오피스 보유한 케펠은 이지스의 오피스 전환 동의 거부

2024-09-10 08:28:13김두영doyoung.kim@corebeat.co.kr

이지스자산운용은 2022년 디큐브시티 현대백화점 인수를 기획할 시점부터, 백화점 폐점 및 오피스 전환을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지스는 그동안 “현대백화점은 자체적인 판단에 의해 폐점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사실과 많이 다르다. 대형 백화점은 새로운 매장을 여는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정밀한 상권 및 소비자 분석을 바탕으로 20년 이상 장기 운영 계획을 세우고 들어간다.


유통업계는 "디큐브시티 현대백화점이 코로나로 타격을 입었지만, 2023년 매출이 2300억 원대로 회복되고 있어 10년 만에 폐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편, 디큐브시티 오피스를 보유하고 있는 케펠자산운용이 현대백화점의 오피스 용도 전환에 동의하지 않고 있어, 이지스 사업 추진의 또 다른 변수로 등장했다. 


이지스, 2022년 투자자 모집 당시부터 백화점의 오피스 전환 계획

디큐브시티 현대백화점의 법률상 소유주는 ‘펨코제17호기업구조조정 리츠(REITs)’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22년 6월 ‘이지스사모부동산신탁 468-2호’를 통해 퍼시픽투자운용 사모부동산신탁37호, 찬스디큐브㈜ 등이 보유한 보통주(75%)와 전환 우선주(25%)를 모두 인수했다. 자산(현대백화점)을 매입한 것이 아니라(Asset deal), 자산을 소유한 회사 지분을 인수한 것이다(Share deal). 202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펨코17호리츠는 퍼시픽투자운용과 연간 보수 2억원, 매각 기본수수료 (매각대금의 0.25%), 성과 수수료(매각차익의 10%) 등의 조건으로 자산관리 계약을 맺고 있다. 


이지스가 2022년 4월 468-2호 투자자 모집을 위해 작성 및 배포한 간이 투자설명서(Teaser)를 보면, “투자 자산은 2035년까지 현대백화점과 전체 면적의 임대차 계약이 체결되어 있으며, 임대차 계약 조기 종료후 상층부는 넓은 바닥 면적, 높은 층고를 활용한 개방감있는 업무 시설, 저층부를 리테일로 리모델링 이후 운영할 계획”이라고 명시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2024년 12월말까지 오피스 전환 인허가 및 명도 (현대백화점 퇴거) 업무, 2025년말까지 리모델링 공사, 2026년부터 임대 운영을 시작해 2029년 6월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이지스는 왜 백화점의 오피스 전환을 기획했나

이지스는 백화점을 오피스 및 리테일 시설로 개발하면 수요가 크게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지스는 투자설명서에서 “투자 기간 7년 후 평당 2100만원(보수적 가정)에 매각하면 프로젝트 내부 수익률(IRR) 17%가 기대된다”고 설명하며, 미국에서 백화점을 오피스로 전환해 성공했던 다양한 사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디큐브시티 현대백화점의 연간 임대료는 최소 100억원을 기준으로 매출액의 4.5~6.0%로 돼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이 입점 업체에서 받는 실질 임대료는 매출액의 19.2%(2022년 기준)로 건물 임대료에 비해 매우 높다. 반면, 펨코17호리츠는 2022년 24.5억원, 2023년 16.4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지스는 펨코17호리츠 지분 100%를 프리미엄 530억원을 얹어 약 810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퍼시픽투자운용을 비롯한 기존 투자자의 출자금은 211억원이었다. 


이에 대해 이지스자산운용은 "2022년 6월 현대백화점은 '여의도 더현대'의 큰 성공으로 서남부권의 점포 전략을 고민 중이었고, 매출이 저조한 디큐브시티 폐점을 고려하는 정황을 포착했다"며 "기존 투자자는 대규모 공실을 우려하고 있어서 이지스가 투자자를 모집해 자산을 인수한 것이며, 실제로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임대차 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케펠자산운용, 오피스 전환시 이지스 동의 받아…But, 이지스의 동의 요구는 아직 수락 안해

디큐브시티 업무/판매 시설이 들어선 타워동은 하나의 토지여서 용도 전환을 위해서는 공동 소유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소유 면적에 따라 관리단 집회 의결권(사실상 지분율)이 있는데 백화점 50.7%, 호텔(오피스 2) 22.0%, 오피스 18.4%, 아트센터 8.8%로 구성돼 있다.


디큐브시티 타워동은 9-25층 오피스, 26-42층 쉐라톤 호텔이었는데, 케펠자산운용은 호텔을 오피스2로 전환했다. 이때 케펠은 자산관리 회사인 퍼시픽투자운용을 통해 실질 소유주인 이지스의 동의를 받았다. 이번에 이지스가 백화점을 오피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케펠의 동의가 필요한데, 케펠은 아직까지 동의를 해주지 않고 있다. 


부동산 투자 업계 관계자는 “케펠은 원래 백화점까지 포함해 디큐브시티 전체를 인수할 계획이었으나, 이지스가 케펠 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제시해 놓친 것”이라며 “케펠은 본인의 동의를 받지 못해 백화점의 오피스 전환이 무산되면, 싼 값에 백화점을 인수할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