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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지방 이전 ②여의도 충격파...금융위·금감원도 옮기나

심판도 선수도 “여의도 짐 싸라”...금융 컨트롤타워 해산 이찬진 금감원장 “현장 떠난 감독은 우스운 일” 직설적 반기 범정부 ‘2027년 이전 착수’ 속도전...YBD 수요 축 흔들리나

2026-03-31 07:59:50황재성js.hwang@corebeat.co.kr

“감독하는 자들이 현장을 떠난다는 건 되게 우스울 것 같다. 그냥 일반인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


지난 3월 26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던진 이 한마디는 여의도 금융가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범정부 차원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로드맵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금융 수장이 직접 ‘현장성’을 근거로 불가론을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현장은 서울에 있는데”...실세 원장의 ‘뼈 있는’ 일축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금감원의 지방 이전설에 대해 “공식화돼 있지 않은 것을 언급하는 게 적합한지 모르겠다”고 전제하면서도, 감독기구의 본질을 언급하며 반대한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금융 감독기관이 국민에게 위임받은 미션은 자본시장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관리하는 것”이라며 “현장이 부득이하게 수도권과 서울에 집중돼 있는 현실에서 현장을 떠나 어딘가로 간다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럴 것 같지는 않다”며 정부 내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금융권에서는 이 발언을 단순한 의견 표명이 아니라, 금융위원회의 세종 이전설과 금감원의 원주 이전설, KDB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정책 금융기관의 지방 재배치 가능성까지 한꺼번에 겨냥한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의도를 중심으로 형성된 정책·감독·정책금융의 집적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3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관련해 “현장을 떠난 감독은 우스운 일”이라고 발언하고 있다. 자료: 금융감독원

“08:57 KTX의 절망”...감독 기능 마비 우려

이 원장의 ‘불가론’ 뒤에는 금융위원회 세종 이전설과 금감원 원주 이전설이 동시에 부상하면서 조직 내부의 극심한 동요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금감원 원주 이전설은 지자체 차원의 공식 유치전에서 비롯됐다. 강원도가 2021년부터 금감원과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한국수출입은행, 농협중앙회 등을 이전 유치 대상 기관으로 선정해 전략적으로 접근해 왔고, 최근 이런 유치 리스트를 국토교통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직원들이 가장 먼저 확인한 사실은 서울에서 실제 출근이 가능한지 여부였다. 3월 13일 기준 코레일 강릉선 KTX 시간표에 따르면 서울역 첫차는 오전 8시 57분 출발, 서원주역 도착은 오전 10시 2분이다. 정상적인 9시 업무 시작은 불가능하다. 출근 시간을 맞추려면 청량리역에서 오전 6시 27분 첫차를 타고 서원주역에 오전 7시 14분 도착해야 한다. 사실상 서울 거주 인력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렵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이전 시 집단 퇴사” 우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사회공공연구원이 지난 2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전 대상 기관 노동자의 33.6%가 퇴사를 고려 중이며 특히 20대(48.9%)와 30대(39.4%)의 반발이 압도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피감독기관과 정책금융기관이 모두 서울 도심과 여의도에 포진한 상황에서 심판(금감원)만 멀리 떨어지는 것은 감독 권위와 실시간 대응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3월 13일 기준 코레일 강릉선 KTX 시간표. 서울역 첫차(오전 8시 57분) 기준 서원주 도착은 오전 10시 2분으로 정상 출근이 사실상 어렵다. 자료: 코레일

지방 이전에 서울 금융 수요 축 위축 우려

반면 정부는 이전 대상 예외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속도전을 공식화했다. 주무 부처인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올해 1월 산하기관 업무보고 자리에서 공공기관 2차 이전을 “국토부의 1번 사업”이라며 “가능하면 340개 기관(2025년 알리오 기준 331개)을 다 끌고 가겠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지난 3월 5일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공공기관 이전은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고 지역 성장 엔진을 다극화하는 구조개혁”이라며 속도감 있는 추진을 요구했다. 이에 국토부는 이미 △2026년 상반기 이전 원칙 확정 △하반기 배치계획 수립 △2027년부터 단계적 이전 착수라는 구체적인 일정표를 제시했다.


문제는 여의도의 KDB산업은행·수출입은행과 을지로의 IBK기업은행 등 서울 핵심 정책금융기관들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장작론’에 따라 이들이 지방 금융 거점으로 재배치될 경우, 서울 오피스 시장은 단순 공실이 아니라 정책금융 수요 축 자체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상업용 부동산 리서치업계에 따르면 2027~2031년 서울에 공급될 오피스는 약 760만㎡(230만 평)에 달한다. 특히 신규 공급의 83%가 CBD에 집중되면서 공급 완료 시 CBD는 YBD의 약 3배 규모까지 커질 전망이다. 이런 구조 변화 속에서 정책금융기관 이탈까지 현실화하면 여의도의 상대적 위상 약화는 물론 서울 금융 중심축 재편도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심판인 감독당국과 선수인 정책금융기관이 동시에 서울 핵심 업무지구를 떠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여의도를 중심으로 형성된 정책·감독·정책금융의 집적 구조는 사실상 해체 수순에 들어갈 수 있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6월 지방선거 전 공개될 최종 로드맵이 여의도 금융 허브 재편의 신호탄이 될지에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