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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지방 이전 ① 공제회 전주 이전설...여의도 금융 허브는 어떻게 되나?
"세종 갈래, 묶여서 전주 갈래?"...밈에서 집단행동으로 번진 공제회 교직원·군인 등 7곳,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포함 가능성에 반발 3월 중순 공동 대응...“사유재산 운영 기관, 이전 강제는 재산권 침해”
“세종으로 갈래, 아니면 공제회끼리 묶여서 전주로 갈래?”
최근 교직원·군인·소방 등 주요 공제회 내부 게시판과 직장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른바 ‘전주 패키지 이전’이라는 짧은 영상(밈·Meme)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핵심은 ‘세종 이전’과 ‘공제회 묶음 지방 이전’ 사이를 선택하라는 설정이다. 처음에는 농담처럼 소비됐지만, 공제회 내부에서는 이제 현실적인 정책 시나리오로 받아들이고 공동 대책 마련에 나서는 분위기다. 1월의 냉소적 유머가 3월 들어 집단행동의 촉매로 바뀐 셈이다.

밈의 시작은 올해 1월 행안부 업무보고
이 밈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발단은 지난 1월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산하기관 업무보고 자리였다. 당시 윤호중 행안부 장관이 이일 대한소방공제회 이사장에게 한 발언이 영상으로 공개되면서 빠르게 확산됐다.
윤 장관은 소방공제회의 지방 이전을 종용하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기관투자자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이 전주에 있다. 세종으로 오면 어떠냐고 할 때 세종 정도는 와야 한다. 효율성을 따진다면 다른 공제회와 묶어 전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웃음으로 넘어갔지만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서 예외 최소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이 발언은 단순한 농담이 아닌 정책 방향을 암시한 신호로 읽히기 시작했다.
'우리 돈은 세금이 아니다'는 공제회
이에 소방공제회를 포함한 교직원·행정·군인·경찰·과학기술인·지방재정 등 7대 공제회 노조는 공동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3월 11일 ‘공제회노동조합협의회’를 결성하고 공동성명 발표와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조직이 하나의 이슈로 결집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의 핵심 논리는 명확하다. “우리는 공공기관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공제회는 국가 재정이 아닌 회원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민간 자조 조직이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의 공시 대상(2025년 기준 331개 기관)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이를 근거로 공제회 측은 “국민연금은 공적 연금이지만, 공제회 자금은 교직원과 군인, 공무원들이 노후를 위해 맡긴 개인 자금”이라며 “지방 이전을 강요하는 것은 160만 회원의 재산권과 단체 자치권을 침해하는 탁상행정”이라고 주장했다.

경쟁력 약화와 우수 인력 이탈 우려
경쟁력 약화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7대 공제회의 2024년 기준 운용자산(AUM)은 약 152조 원에 육박한다. 이 중 대체투자 비중은 60~70%에 달한다. 공제회가 서울 금융생태계를 이탈할 경우 △투자 정보 접근성 저하 △글로벌 네트워크 약화 △핵심 운용 인력 이탈이 동시에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내부의 우려다. 여의도·강남·마포에 집적된 7대 공제회의 자금 공급 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실증 연구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이 2021년 발표한 논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지방 이전이 기금 운용성과에 미친 영향 분석’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2015년) 이후 해외 대체투자 수익률이 벤치마크(BM) 대비 약 9.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제회 내부에서는 이 수치를 단순한 선례가 아니라 “지방 이전이 근무지 이동을 넘어 실제 운용성과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리적 거리와 정보 비대칭이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위기감이 확산하는 배경이다.
인력 이탈 우려도 크다. 사회공공연구원이 올해 2월 실시한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기관 노동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632명 가운데 33.6%가 “지방 이전 시 퇴사를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20대(48.9%)와 30대(39.4%)에서 비중이 높았다. 반면 전면 이주는 7.7%에 불과해 자산운용 조직의 전문성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시작된 ‘유치 경쟁’...6월 로드맵에 쏠린 시선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다른 움직임도 감지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공제회를 잠재적 이전 대상이 아니라 전략적 유치 자산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전북 전주는 제3금융중심지 추진과 맞물려 일부 공제회에 구체적인 이전 제안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공식 로드맵이 나오기도 전에 공제회는 이미 ‘검토 대상’에서 ‘선택을 요구받는 대상’으로 바뀐 셈이다.
1월의 발언에서 시작된 농담은 이제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됐다. 밈으로 소비되던 불안은 집단행동으로, 다시 정책 변수로 전환되고 있다.
여의도의 핵심 자금 공급자인 공제회가 서울을 떠날 것인지, 아니면 잔류 명분을 만들어낼 것인지. 시장의 시선은 이제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로드맵이 공개될 6월에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