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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지방 이전 ④ 다시 도마에 오른 KIC...이번엔 유력후보 거론

국민연금 시너지론 내세운 전주 이전설, 2차 로드맵에 재점화 300여 명 국부펀드 핵심 인력 “또 시작”...인력 엑소더스 우려 스테이트타워 남산 이탈 시 CBD 오피스시장에 변수로 부상

2026-04-02 08:20:12황재성js.hwang@corebeat.co.kr

“또인가요?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입니다.”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로드맵 논의가 본격화하자 서울 퇴계로 스테이트타워 남산의 한국투자공사(KIC) 내부에서는 냉소에 가까운 회의적 반응이 먼저 터져 나왔다. 2023년 이후 부산·전북을 중심으로 반복돼 온 이전론이 이번에는 6월 지자체장 선거와 범정부 로드맵 논의까지 맞물리며, KIC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서 유력 후보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국민연금 시너지론 재점화 VS KIC 내부 “또 시작”

KIC 전직 관계자 A씨는 코어비트와의 통화에서 현장 분위기를 한마디로 “또”라고 요약했다. 매년 국정감사와 선거 국면마다 국민연금과의 시너지를 이유로 전주 이전론이 반복됐고, 이미 국민연금 인근에 KIC 이전을 염두에 둔 부지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KIC는 정치권·지자체 유치 공약에서 ‘단골 메뉴’로 자리 잡게 됐다는 것이다. 


최근 전북도는 KIC와 국민연금의 연계를 통해 자산운용 중심 금융도시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으며, 부산 역시 글로벌 금융중심지 기능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KIC 유치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이를 “금융산업 이해 부족이 만든 ‘억지 시너지론’”으로 받아들이는 기류가 강하다. 2024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KIC는 2024년 말 기준 총운용자산(AUM) 2065억 달러(약 304조 원)를 굴리는 국내 유일의 국부펀드다. 


또 서울 본사와 5개 해외지사(뉴욕·런던·싱가포르·샌프란시스코·뭄바이)를 합쳐 총 341명(투자전문인력 164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이들 고급 글로벌 투자인력의 수급 자체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KIC 측 주장의 핵심이다. A씨는 “지방으로 내려가면 현재 수준의 인력 수급 자체가 어렵다”며 “국민연금과 이름만 붙여놓는다고 해외투자 역량이 자동으로 결합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인력 엑소더스와 글로벌 투자 경쟁력

현장의 가장 큰 우려는 국부펀드 기능의 약화 가능성에 있다. A씨는 “해외 LP나 펀드 매니저가 뉴욕·런던에서 한국을 방문해, 서울을 거쳐 굳이 지방 소도시까지 이동하는 구조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국내 기관투자자, 글로벌 LP, 대체투자 자문 네트워크가 모두 서울에 집중된 상황에서는 지방 이전이 지역·네트워크 측면에서 고립을 우려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KIC가 스스로 밝힌 경쟁력 구조와도 일치한다. KIC는 연차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기관·운용사와의 네트워크 ▲우수한 투자 정보·우량 딜 접근성 ▲국내·해외 거점 간 유기적 협업을 핵심 축으로 내세운다. 이를 위해 KIC는 뉴욕·런던·싱가포르 등 글로벌 네트워크와 국내 기관투자자와의 협업을 동시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국내 주요 기관들과 상시 협력하는 ‘해외투자협의회’도 서울 중심으로 운영하고, 책임투자 원칙(PRI), 세계국부펀드총회(IFSWF), 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ICGN) 등 글로벌 협의체 활동 역시 서울 본사와 해외 거점의 유기적 연결을 전제로 돌아간다. 지방 이전시 “지리적 이동이 곧 네트워크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맞벌이 비중이 높은 조직 특성상 지방 이전이 현실화하면 퇴직을 고민하겠다는 분위기도 일부 감지된다. 금융·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설 이후 반복되는 20·30세대 인력 이탈 우려는 KIC에서는 곧 해외 투자 소싱·리스크관리·수익률 유지라는 핵심 숙제로 직결될 수 있다. 이 같은 점에서 KIC 내부 반응은 감정적 ‘또’라는 반복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운용 실무 차원의 리스크 인식으로도 읽힌다.


스테이트타워 남산과 CBD 글로벌 운용 생태계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KIC 이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IC가 입주한 스테이트타워 남산은 CBD 핵심 랜드마크 오피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스테이트타워 남산의 소유 주체가 부동산 펀드이고, KIC가 해당 펀드의 주요 출자자로 참여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실이라면 단순 임차인 이탈을 넘어, KIC가 임차와 투자 양 측면에서 얽힌 CBD 상징 자산의 위상 변화로 읽힐 수 있다.


이곳에서 국부펀드라는 상징적 우량 임차인이 빠져나간다면 단순 면적 공실을 넘어, 주변 글로벌 운용사와 투자자문 네트워크의 동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2027년 이후 서울에 760만㎡ 규모의 신규 오피스 공급이 예정된 상황에서 KIC의 이동은 CBD 수요 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KIC의 이름이 이번 2차 지방 이전 로드맵에 다시 오를지 여부는 단순한 기관 한 곳의 문제가 아니다. 여의도에서 시작된 금융 허브 재편 논의가 서울 CBD의 글로벌 투자 생태계와 핵심 오피스 자산 구조에까지 확산되는 첫 실전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