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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지방 이전 ③농·수협 비상 모드...도심도 영향권

지자체 ‘실명 유치전’에 비상 걸린 농·수협...‘표심’ 쥐고 수성전 금융노조 앞세운 '자율성' 방어...6월 선거가 최후의 지렛대 도심 오피스 수급 재편 전조 된 NH농협타워 26% 공실

2026-04-01 07:42:31황재성js.hwang@corebeat.co.kr

2월 11일 전남도청 브리핑룸. 김영록 전남지사가 마이크 앞에서 “핵심 유치 목표 기관은 농협중앙회 등 10개 기관”이라고 밝히자 농·수협 중앙회 내부는 즉각 비상 모드로 전환됐다. 더 이상 잠재 후보가 아니라 공개 유치전의 핵심 타깃이 됐다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침묵을 지켰지만 내부에선 “상반기 로드맵에 이름이 오르는 순간 끝”이라는 위기감이 빠르게 번졌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상반기 내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로드맵 확정을 못 박으면서, 중앙회는 금융노조와 대관 조직을 총동원한 물밑 대응에 들어갔다.


금융당국과 국책은행에서 시작된 여의도 금융 허브 재편 논의가 이제 협동조합 중앙회와 도심 오피스 수급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도청 회의실의 ‘실명 유치전’...농·수협은 이미 공개 타깃

위기감은 브리핑룸에 그치지 않았다. 한 달여 뒤인 3월 18일 전남도청 대책회의실. 실·국장들이 둘러앉은 회의 테이블 자료집 '제2차 공공기관 이전 유치전략 점검회의'에는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전남도는 두 기관을 포함한 핵심 10개 기관, 총 40개 기관 유치 전략을 논의하며 사실상 공개 선전포고에 나섰다.


정부 역시 이재명 대통령의 이른바 ‘장작론’을 앞세워 농생명·수산 클러스터의 핵심 앵커 기관으로 중앙회를 배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13일 충북 청주 타운홀 미팅에서 “지역의 성장 활력을 만들어낼 에너지들을 서로 모아야 마치 모닥불처럼 힘을 받는다”며 “장작 한 개는 여기, 한 개는 저기 이런 식으로 공평하게 나눠 놓으면 쓸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후 농·수협 중앙회를 전북(농협)과 전남(수협)의 핵심 앵커 기관으로 강제 배정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정책 검토 단계를 넘어 이미 지자체 실행 문건에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농·수협은 사실상 공개 타깃이 된 셈이다.

전남도가 3월 18일 개최한 ‘제2차 공공기관 이전 유치전략 점검회의’에서 농협·수협 중앙회가 핵심 유치 대상으로 공식 거론되고 있다. 사진 출처=전남도청

금융노조 앞세운 여론전...6월 표심이 최후의 카드

정부의 잇단 강공 드라이브에 중앙회는 직접 대응 대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을 전면에 내세웠다. 금융노조는 3월 6일과 27일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며 “금융산업의 공멸을 초래할 선거판의 제물”이라며 지방 이전 중단을 촉구했다. 


특히 협동조합 중앙회가 전국 조합원의 출자금으로 설립된 민간 자율 조직임을 부각하며,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원칙에 따른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을 요구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카드는 결국 표심이다. 농협중앙회(조합원 202만 명, 지역조합 1100개)와 수협중앙회(조합원 92만 명, 지역조합 91개)가 보유한 294만 명의 조합원과 전국 1191개 지역 네트워크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외면하기 어려운 변수다. 


중앙회는 이를 지렛대 삼아 상반기 기본 방침에서 제외되거나 최소한 ‘검토 대상’으로 남겨 시간을 벌겠다는 전략에 무게를 싣고 있다.


금융타운 기대했던 NH농협타워의 26% 공실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라 우려됐던 서울 도심 오피스 수급 변화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NH농협리츠운용이 지난 2024년 말 인수한 서울 종로구 평동 NH농협타워(연면적 8만6224㎡·2만6083평)는 당초 DL그룹이 빠진 자리에 농협 금융계열사들이 입주해 ‘금융타운’을 조성할 예정이었지만, 현재 전용면적 기준 약 3667평, 전체 임대면적의 26%가 공실 상태다.


2026년 1월 기준 공시지가가 ㎡당 2200만 원에 달하는 초핵심 CBD 자산조차 내부 계열사 이동이 비용 절감 기조에 막히는 상황에서 중앙회 지방이 현실화할 경우 저항은 훨씬 거세질 수밖에 없다. 


농협은 농협경제·금융 등 33개 계열사, 수협은 수협은행 등 6개 주요 계열사가 본부를 중심으로 집적되어 있어 단순 본사 이전을 넘어선 대규모 클러스터 해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부의 ‘장작론’과 중앙회의 ‘표심·자율성’ 논리가 정면충돌하는 가운데, 농·수협의 이름이 최종 로드맵에 새겨질지 여부는 여의도 금융 허브 해체 논란과 함께 서울 오피스 시장의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