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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MICE, 3.3조 민자사업이 보여주는 도시개발의 다른 문법

2026-06-17 09:18:18시장전략팀market@corebeat.co.kr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부지에 들어설 MICE 복합단지가 마지막 관문 앞에 섰습니다.


오는 6월 18일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민간투자법)에 따라 추진되는 민간투자사업(BTO, BTL 등)의 주요 정책과 내용을 심의·의결하기 위한 기획예산처 산하 핵심 기구입니다. 2026년 정부조직 개편으로 기획재정부의 민간투자 기능이 기획예산처로 이관되면서, 이른바 민투심 주관도 기획예산처로 변경되었습니다.


이번 민투심 절차를 통과하면 서울시와 한화 컨소시엄은 실시협약 체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조달, 실시계획 승인, 착공으로 이어지는 다음 단계에 들어갑니다. 


2016년 한국무역협회의 최초 제안에서 시작된 사업이 10년 가까운 협상 끝에 비로소 현실의 공사 현장으로 넘어가는 셈입니다.


이 사업의 규모는 크다 못해 압도적입니다. 총사업비는 약 3.3조원, 부지 면적은 약 10만8000평입니다. 전시·컨벤션 시설, 돔 야구장, 실내체육관, 호텔, 업무시설, 상업시설이 한꺼번에 들어섭니다. 코엑스, 현대차 GBC, 잠실운동장을 잇는 국제교류복합지구의 마지막 퍼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잠실 MICE를 단순히 “대형 개발사업”으로만 보면 핵심을 놓치게 됩니다.


이 사업의 진짜 특징은 규모보다 경로에 있습니다. 일반 부동산 개발처럼 건축허가를 하나씩 받고, 개발행위허가와 각종 협의를 순차적으로 밟는 구조가 아닙니다. 민간투자법상 실시계획 승인이 이뤄지면 건축허가를 포함한 여러 개별 인허가가 한꺼번에 의제처리됩니다.


쉽게 말해 잠실 MICE는 건축허가를 기다리는 사업이 아닙니다. 공공 인프라 사업으로서, 다른 행정 문법을 타고 움직이는 프로젝트입니다.


잠실 스포츠 MICE 복합공간 및 주변 조감도 [서울시 제공]

건물이 아니라 인프라로 다뤄지는 개발

일반적인 복합개발 사업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건축허가입니다. 도시계획, 교통, 환경, 소방, 경관, 건축심의 등 수많은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각각의 인허가가 순차적으로 얽혀 있고, 하나가 지연되면 전체 일정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부동산 개발에서 시간은 늘 리스크입니다. 토지를 확보하고, 설계를 마치고, 금융을 붙여도 행정 절차가 늘어지면 금융비용과 공사비 부담은 커집니다. 개발이익은 종종 시장 판단보다 인허가 속도에 의해 결정됩니다.


잠실 MICE는 이 구조와 다릅니다.


이 사업은 민간투자법 체계 안에서 추진됩니다. 민간이 제안하고, 공공이 검증하며, 민간이 자금을 조달해 시설을 짓고, 준공 후 소유권은 서울시에 귀속됩니다. 민간 사업자는 40년간 관리운영권을 통해 투자비를 회수합니다. BTO(Build-Transfer-Operate, 수익형 민간투자사업) 방식입니다.


이 구조에서는 실시계획 승인이 핵심입니다. 서울시가 실시계획을 승인하면 건축허가, 개발행위허가 등 여러 개별 인허가가 별도로 다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처리된 것으로 봅니다. 물론 인허가 검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앞 단계에서 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 적격성 조사, 건축위원회 심의, 민투심 심의 등 공공 검증을 거칩니다.


차이는 절차의 성격입니다.


일반 개발은 개별 허가를 하나씩 쌓아 올리는 방식입니다. 민간투자법 사업은 공공성이 인정된 인프라 프로젝트를 하나의 행정 패키지로 승인하는 방식입니다. 잠실 MICE는 이 차이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잠실 스포츠 MICE 복합공간 조감도 [서울시 제공]


10년이 걸린 이유

그렇다면 이렇게 강력한 제도적 경로를 타는데도 왜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을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빠른 길은 공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잠실 MICE는 처음부터 복잡한 땅 위에서 출발했습니다. 잠실 일대는 원래 한강 위의 섬이었습니다. 1970년대 잠실지구 종합개발 과정에서 매립·육지화됐고, 이 때문에 부지 소유권이 국가와 서울시에 나뉘어 있었습니다. 전체 부지의 약 59.35%가 기획재정부 소유였습니다.


서울시는 2021년 가락1·2공영주차장, 강서 운전면허시험장, 옛 서울시립근로청소년 복지관 부지를 당시 기재부 소유 토지와 교환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현재 MICE 추진 부지는 100% 시유지가 됐습니다.


대형 민간투자사업에서 토지 소유권 정리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닙니다. 사업의 통제권을 누가 갖느냐의 문제입니다. 서울시가 토지를 완전히 확보했기 때문에 이후 실시협약과 실시계획 승인 구조가 가능해졌습니다.


사업 구상도 계속 바뀌었습니다. 2016년 한국무역협회가 최초 제안했고, 2021년 제3자 제안공고를 거쳐 한화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이후 2023년 잠실 야구장이 돔구장으로 바뀌었고, 2024년에는 금리와 공사비 상승을 반영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졌습니다. 2025년에는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했습니다.


그 사이 총사업비는 최초 공고 당시 2조1672억원에서 2조6955억원을 거쳐 3.3조원으로 커졌습니다.


겉으로 보면 협상이 길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이 사업은 지난 10년 동안 도시계획, 토지 소유권, 스포츠 시설, 전시컨벤션 수요, 공사비, 금융환경 변화가 모두 반영되며 재조립되어 왔습니다.


잠실 MICE는 하나의 건물을 짓는 사업이 아니라, 도시의 운영 방식을 새로 짜는 사업에 가깝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잠실 스포츠 MICE 복합공간 조성 민간투자사업 진행 현황

어떤 시설이 들어오나

한화 컨소시엄의 사업계획을 기준으로 잠실 MICE 단지에는 여섯 가지 기능이 집적됩니다.

핵심은 전시·컨벤션입니다. 전용면적 기준 약 11만㎡ 규모입니다. 이 중 전시시설이 약 9만㎡, 회의장이 약 2만㎡입니다. 코엑스 전시 면적이 약 3만6000㎡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2.5배 수준입니다.


여기에 3만 석 이상 규모의 돔 야구장이 들어섭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돔 구장입니다. 약 1만1000석 규모의 다목적 실내경기장, 공인 수영장, 수상레저시설도 함께 조성됩니다.


호텔은 5성급 300실, 4성급 600실로 총 900실입니다. 상업시설은 약 12만㎡, 업무시설은 약 18만㎡ 규모입니다. 단지 전체는 지하 4층에서 지상 39층까지 계획돼 있으며, 차량 동선은 지하화됩니다. 탄천보행교와 올림픽대로 상부 덮개를 통해 한강 수변까지 보행 연결도 추진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각각의 시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전시장, 호텔, 업무시설, 상업시설, 경기장, 수변 공간이 하나의 도시적 장치로 묶입니다. 단순히 “전시장이 크다”거나 “호텔 객실이 많다”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 사업은 서울 동남권의 집객 구조를 다시 설계합니다.


잠실은 이미 롯데월드타워, 잠실역, 석촌호수, 올림픽공원, 잠실운동장이라는 거대한 집객 자산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제급 MICE 시설과 돔구장이 더해지면, 잠실은 쇼핑과 스포츠, 비즈니스 이벤트, 숙박, 오피스 수요가 한꺼번에 움직이는 복합 권역으로 재편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봐야 할 지점도 여기에 있습니다. 잠실 MICE는 단지 안의 시설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주변 상권과 호텔, 오피스, 주거, 교통 수요의 기준선을 함께 바꿀 수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잠실 스포츠 MICE 복합공간 도입시설 및 규모 [서울시 제공]

잠실 MICE가 보여주는 서울 개발

잠실 MICE를 볼 때 자주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왜 민간이 이렇게 큰 공공시설을 짓는가. 왜 서울시가 직접 하지 않는가. 왜 민간에게 40년 운영권을 주는가.


민자사업의 본질은 공공이 해야 할 일을 민간에게 넘기는 것이 아닙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비용과 리스크와 운영권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서울시는 토지와 인허가, 공공성을 제공합니다. 민간 컨소시엄은 출자, PF 조달, 설계, 시공, 운영을 맡습니다. KDI PIMAC은 경제성과 재정건전성을 검증합니다. 민투심은 중앙정부 차원의 최종 게이트 역할을 합니다.

준공 후 시설 소유권은 서울시에 귀속됩니다. 민간은 40년 운영권으로 투자비를 회수합니다. 운영기간이 끝나면 운영권도 서울시로 넘어갑니다.


이 구조에서는 단순히 건물을 잘 짓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40년 동안 운영해서 돈을 벌어야 합니다. 전시장을 채워야 하고, 호텔을 돌려야 하며, 돔구장과 실내체육관의 이벤트 수요를 만들어야 합니다. 상업시설과 업무시설도 권역의 수요에 맞춰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잠실 MICE는 개발사업이면서 동시에 운영사업입니다.


이 점이 일반적인 오피스나 상업시설 개발과 다릅니다. 일반 개발은 준공과 매각이 중요한 출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BTO 민자사업에서 준공은 출구가 아니라 시작입니다. 진짜 사업성은 운영기간 동안 증명됩니다.


서울의 대형 개발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땅은 부족하고, 이해관계자는 많고, 공사비는 올랐으며, 금융비용은 과거보다 무겁습니다. 환경과 교통, 공공기여에 대한 요구도 커졌습니다. 단순히 좋은 입지에 큰 건물을 짓는 방식으로는 대형 개발을 밀어붙이기 어렵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잠실 MICE는 하나의 힌트를 줍니다.


앞으로 서울의 초대형 개발은 민간 디벨로퍼의 기획력만으로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토지 정리, 공공성 설계, 운영 구조, 인허가 패키지, 금융 조달, 장기 운영 모델이 하나로 묶여야 합니다. 개발의 경쟁력이 “무엇을 짓느냐”에서 “어떤 제도적 경로를 설계하느냐”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잠실 MICE의 핵심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사업은 건축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예외적 개발이 아닙니다. 오히려 수많은 검증과 협상을 거쳐 일반 건축허가보다 더 복잡한 공공 절차를 통과하는 사업입니다. 다만, 그 절차가 개별 허가의 나열이 아니라, 민간투자법상 실시계획 승인이라는 하나의 구조로 통합돼 있을 뿐입니다.


도시가 복잡해질수록 개발은 더 이상 건축의 문제가 아닙니다. 법과 금융, 행정, 운영, 공공성이 결합된 구조 설계의 문제가 됩니다.

잠실 MICE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 지점에 있습니다.


2032년 준공 후 운영 예정인 업무시설 및 호텔 조감도 [디에이그룹 엔지니어링 종합건축사무소]

마지막 관문 앞에 선 잠실

6월 18일 민투심이 통과되면 잠실 MICE는 실시협약 체결과 PF 조달, 실시계획 승인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절차에 들어갑니다. 이후 2026년 착공, 2032년 준공이라는 일정이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 리스크는 남아 있습니다. 3.3조원 규모의 PF 조달은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공사비와 금리, 운영수익 전망도 계속 관리해야 합니다. 돔 구장과 MICE 시설, 호텔, 상업시설이 실제로 하나의 유기적인 복합단지로 작동할 수 있을지도 앞으로 검증돼야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잠실 MICE는 단순히 잠실에 새 전시장과 돔 구장이 생기는 사건이 아닙니다. 서울의 대형 도시개발이 어떤 방식으로 추진되고, 어떤 제도적 경로를 통해 속도를 얻으며, 공공과 민간이 어떤 방식으로 리스크를 나누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잠실 MICE는 건축허가를 기다리는 건물이 아닙니다.

서울이 다음 도시 인프라를 어떤 문법으로 만들어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3.3조원짜리 실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