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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이면도로 오피스 공실률 10% 넘었다

사실상 제로였던 GBD 오피스 공실률 큰 폭 증가 비싼 임대료 부담에 벤처 투자 시장 위축도 한 몫

2025-02-27 08:31:38황재성js.hwang@corebeat.co.kr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서울 강남 오피스 시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빈 곳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오피스 시장에서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면도로 주변에 있는 중소형 오피스 빌딩은 공실률이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는 분석마저 제기됐다.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임대료가 비싼 강남 오피스에서 이전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게 주원인이다. 여기 강남 이면도로 중소형 빌딩의 주이용자인 정보통신(IT) 기업이나 스타트업이 투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GBD, 지난해 4분기 공실률 3년 만에 2~3%대 진입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BRE코리아, 세빌스코리아, 쿠시먼앤웨이크필드(C&W)코리아 등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정보업체들은 사실상 ‘제로(O)’에 가까웠던 강남업무권역(GBD) 공실률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잇따라 발표했다. 


CBRE코리아는 지난 13일 보고서 ‘2024년 4분기(10~12월) 서울 통계’에서 서울 전체 A급 오피스는 공실률이 2.4%로 전 분기보다 0.3%포인트(p) 떨어졌다고 밝혔다. 반면 GBD도 2.4%였지만 2022년 1분기(1~3월) 이후 처음으로 2%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세빌스코리아는 이달 초 발행한 ‘2024년 4분기 서울 프라임 오피스 리포트’에서 GBD 오피스 공실률이 2.3%로 전 분기(2.0%)보다 0.3%p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전 분기에도 직전 분기 대비 0.4%p 오른 것으로 2연속 상승세다.


C&W코리아도 지난달 발표한 ‘서울 오피스 시장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강남 A급 오피스의 평균 공실률이 3.3%로 전 분기 대비 0.3%p 올랐다고 전했다. 전 분기에 3년 만에 3%대로 높아진 뒤 다시 오른 것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1.5%p 급등했다.


이면도로에 있는 중소형 빌딩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부동산개발업체 신영의 계열사인 신영에셋은 이달 초 발행한 ‘서울 주요 업무지구 오피스 시장현황 보고서’를 통해 “GBD는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으로 프라임급 또는 S급 빌딩은 높은 임대가와 낮은 공실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면 빌딩들의 공실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피스 중개 전문업체의 한 관계자도 “이면도로 중소형 오피스의 공실률은 이미 10% 중 후반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당분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도보 2분 거리에 있는 E빌딩의 경우 15개 층 가운데 5개 층의 일부 또는 전체가 빈 상태로 임차인을 찾고 있었다. 인근의 K빌딩도 14개 층 가운데 4개 층이 거의 빈 상태로 세입자 모집에 골치를 앓고 있었다.

 

신분당선 신논현역에서 도보 3분 거리인 서초구의 S빌딩은 지하 3층, 지상 13층, 연면적 2221평 규모로 최근 준공됐지만 한 층(3층)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공실인 상태이다. 강남구 청담동의 C빌딩도 12개 층 가운데 5개 층이 빈 채로 남아 있다.


GBD 실질임대료, YBD보다 25% 이상 높아

GBD 전체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지는 것은 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응해 구조조정에 나선 기업들이 비싼 임차료 탓에 사무실 규모를 줄이거나, 임차료가 저렴한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CBRE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GBD 오피스 빌딩의 월 평균 실질임대료(3.3㎡ 기준)는 13만 3934만 원으로, 도심업무지구(CBD/11만 6493원), 여의도업무지구(YBD/10만 6871원)를 크게 웃돈다. CBD보다는 15%가량, YBD보다는 무려 25% 이상 높다.


여기에 이면도로 오피스 빌딩에서 공실률이 치솟는 데에는 주 이용자가 대부분 IT 관련 신생기업들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벤처 투자시장이 얼어붙자 폐업하거나 긴축 경영에 들어가면서 사무실 수요가 덩달아 줄었다는 것이다.


벤처투자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투자를 유치했던 경험을 갖춘 스타트업 가운데 지난해 폐업한 곳은 모두 170곳으로 집계됐다. 2023년(144곳) 대비 13.5% 늘어났다. 그만큼 사무실 수요가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신영에셋은 “GBD는 경기에 민감한 업종의 임차인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경기 악화시 중소형 빌딩에서 발생하는 리스크가 A급 빌딩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