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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셋 딜에 삼성SRA는 왜 등판했나

최대 임차인 삼성화재의 안정적 임차가 중요 사항으로 등장 서소문 삼성타운 입주 시기도 영향 줘

2024-08-05 08:24:23이현중hj.lee@corebeat.co.kr

핵심요약

삼성에 의한 삼성의 딜로 윤곽 드러나 딜 구조 결정한 결정적 변수로 SI 부각 삼성 계열 금융회사 자기자본 투자 관측


가격보다 더 중요한 변수는

올해 상업용부동산시장 최대 딜인 더에셋 매각에서 삼성SRA운용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트로피 자산에다 서초 삼성타운이라는 상징성에 투자업계 전반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딜의 최종 승자는 삼성SRA자산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출사표를 던졌다 고배를 마신 곳에서 더 높은 가격을 제기했는데 왜 떨어졌느냐는 볼멘 소리도 들리고 있다. 우협 대상자를 선정하는데 있어 가격 변수가 중요하지만 꼭 이 변수만으로 딜의 승패가 갈리지는 않는다.


특히나 지난해부터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더라도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아 딜이 중간에 틀어지는 경우가 다수의 사례에서 확인됐다. 유동성이 풍부한 소수의 기관의 자금력이 딜 성사를 좌우하는 최대 변수인 만큼 어느 정도 매도자의 희망 가격 범위에 들어왔다면 인수 후보의 우열을 가르는 변수로 가격이 최우선은 아니라는 얘기다. 자금 모집력이나 딜 완주 의지 등이 가격보다 더 경쟁 우위가 될 수 있다. 


삼성SRA가 딜 완주 의지를 재차 확인하는 차원에서 하드디파짓(hard deposit)으로 200억원을 납입했다. 이번 딜은 그만큼 삼성SRA가 반드시 따 내야 하는 딜이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매도자 입장에서 매수자의 딜 완주 의지를 검증하는데 하드디파짓만큼 확실한 증거도 없다. 

삼성SRA가 더에셋에 집착한 이유는

삼성SRA가 하드디파짓까지 내면서 딜을 따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이유는 뭘까? 그 답은 더에셋 최대 임차인 삼성화재에 있다. 


삼성화재는 연면적 1만5589평, 전체 임대면적의 63.5%를 차지하고 있다. 2021년 시작된 임차계약은 2026년 9월11일 만기다. 삼성화재로서는 이 정도의 면적을 안정적으로 임차하는게 경영의 최우선 과제다. 


먼저 임차료를 살펴보자. 현재 삼성화재의 임차료 및 관리비 인상률은 연 2.5%다. 다른 임차인의 3%대보다 싸다. 더에셋을 인수하는 새로운 임대인이 임차료 인상을 요구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은 매각 주간사가 작성한 IM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IM은 이 자산의 임대료 상승 가능성을 지목하면서 대형면적을 사용하고 있는 삼성화재의 E.NOC가 29만1천원으로 계약 만료시 더에셋의 최근 계약 수준으로 체결할 경우 약 42%의 상승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더에셋의 평균 E.NOC는 평당 31만2천원 수준이다. 물론 자산의 향후 가치 상승을 어필하는 대목이긴 하지만 임차료 상승은 삼성화재로서는 경영상의 중요한 변화요인이다.      


또한 GBD 지역에서 삼성화재가 쓰는 정도의 대규모 면적을 임차할 만한 대체지가 마땅치 않다. 주간사 자료에 따르면 GBD 지역에서 연면적 2만4,200평 이상의 오피스는 총 11개로 그 중 8건이 국내 대기업, 공공기관이 사옥으로 보유 중이고, 더에셋을 포함해 강남파이낸스센터, 센터필드 등 3개만이 투자 목적 자산이다. 


총 1만5,589평을 임차하고 있는 삼성화재가 이 만한 면적을 구하는게 쉽지 않아 임차료 협상에서 우위에 서기 힘들 공산이 크다. 


결국 삼성화재로서는 안정적 임차면적과 현 수준에서 크게 오르지 않는 임차료라는 두가지 목적을 위해 계열 부동산 운용사인 삼성SRA의 딜 참전이 긴요하게 요구됐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다 2027년 정도에  삼성 금융계열사와 함께 입주할 것으로 예상됐던 서울역-서대문 1.2구역 제1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인 삼성타운(연면적 약 7만6000평) 사업이 예상보다 늦은 2029년 정도에 완공될 것으로 보여 이 부분도  삼성SRA를 움직이게 한 요인으로 보인다. 


호암아트홀을 헐고 새로 짓는 삼성타운은 서소문 일대 인접한 3개 필지와 함께 공동정비사업으로 추진되면서 올해 개방형 녹지 조성 등을 통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아 당초 인허가 조건에 변경이 있었다. 그 결과 설계 변경 등의 일정이 추가되면서 2029년 정도가 준공시점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 삼성화재가 이 곳으로 입주하는 시점이 2029년 정도라면 2026년 더에셋의 임대차 협상 시점에서 삼성화재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이번 딜은 삼성에 의한 삼성의 딜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SRA가 1조10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인수자금을 에쿼티와 론을 어느 정도 비율로 가져갈지 구체적인 숫자는 없지만 에쿼티는 삼성화재나 삼성생명의 자기자금이 투입되면서 전략적 투자자(SI)가 주인공인 딜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