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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틸 체력’이 갈랐다...삼성물산 1위, 중견 건설사 순위 출렁

경기 침체 장기화에 ‘2025 시평’이 건설사 체력장으로 미래도건설 172계단 급등…PF·실적 악화로 추락한 기업도 다수

2025-07-31 09:00:45황재성js.hwang@corebeat.co.kr

건설경기 한파가 시공능력평가 순위에도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삼성물산이 12년 연속 1위를 수성하며 ‘절대강자’의 면모를 이어간 반면, 중하위권에서는 수십 계단씩 순위가 출렁이는 지각 변동이 벌어졌다. 


장기화하고 있는 건설 경기 침체 속에서 재무 건전성 등 기업의 내실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결과다.

삼성물산 12년째 정상...상위권은 대체로 ‘안정세’

국토교통부가 7월 31일 발표한 ‘2025년 시공능력평가’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차지하며 2014년 이후 12년 연속 정상을 지켰다.


시공능력평가는 △공사실적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해 산정하며, 공공공사 입찰에서 핵심 기준으로 활용된다.


삼성물산은 풍부한 프로젝트 수행 경험과 안정적인 재무구조, 그룹 차원의 브랜드 신뢰도를 기반으로 독보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2위는 현대건설, 3위는 대우건설로 전년도 순위를 그대로 유지했다. 디엘이앤씨는 지난해 5위에서 4위로 한 계단 올랐고, GS건설은 2023년에 이어 5위를 기록하며 상위권에 안착했다.


반면, 지난해 4위를 차지했던 현대엔지니어링은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지난해 해외 플랜드 사업 등에서 발생한 대규모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하면서 연간 영업이익이 1조 2401억 원의 적자로 전환한 게 직격탄이 됐다. 


중하위권 요동...재무 건전성 따라 희비 엇갈려

중견 건설사들이 포진한 중하위권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했다.


가장 극적인 순위 상승을 기록한 기업은 광주지역업체인 미래도건설이다. 지난해 248위에서 올해 76위로 무려 172계단 뛰어올랐다. 지난해 8월 계열사인 미래도이엔씨의 시공 부문을 분할 합병하며 덩치를 키운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우암건설(135→97위), 위본건설(137→100위), 대원(98→72위), 이안알앤씨(123→99위) 등도 각각 두 자릿수 이상 순위 상승을 기록했다. 비교적 안정적인 내수 기반과 민간택지 중심의 소규모 주택사업 확대 전략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순위 하락도 두드러졌다. 아이에스동서는 21위에서 58위로 밀려나며 가장 큰 낙폭(37계단)을 보였다. 디에스종합건설(67→95위), 중흥토건(16→42위), 자이에스앤디(54→69위), 에이스건설(66→81위) 등도 두 자릿수로 하락했다.

시공능력평가 실무를 맡은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이들 업체 모두 전년 대비 경영 평점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같은 하락의 배경으로 일부 업체가 일시적으로 대형 프로젝트 실적에 의존하다 사업 종료 후 실적 공백이 발생했거나, 부동산 시장 둔화로 전반적인 수익성이 악화된 점을 지목한다. 특히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고금리·저수요 환경에서 직격탄을 맞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시공능력 순위의 급변은 단기 실적뿐 아니라 기업의 체질적 안정성과 리스크 관리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건설경기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업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며 “신규 수주 역량뿐 아니라 기존 프로젝트의 이행력, 재무구조 건전성, 기술 인력 확보 등 전방위적 경쟁력이 기업 생존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