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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만 매출의 20%...해외 자본 "韓 임대시장 투자 재검토"
10·15대책 發 세금 폭탄 시뮬레이션 결과 글로벌 투자사, "정책 리스크 현실화" 반응
“이 정도면 사업을 접으라는 뜻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10월 15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10·15대책) 시행 이후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영향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설명하던 한 회계법인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외국계 투자회사의 자문을 맡아 서울 시내 오피스텔 임대주택 후보지를 검토하던 중 “직접 계산해 보니 결과가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3일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공시가격 평균 3억 원 수준의 객실 125실로 구성된 서울시내 대학가 오피스텔 기준으로, 연간 종부세가 임대수입(총매출)의 약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사업 수익의 5분의 1가량이 종부세로 세금 납부에 쓰이는 셈이다. 관계자는 “세후 수익률이 사실상 은행 예금 이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장기적으로 사업 지속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종부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 공제 등의 별도 계산법이 있고, 매출 대비 절대 비율로 일률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대략 이 정도 수준의 세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결과는 정부의 최근 세제 정책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0·15대책은 조정대상지역 내 민간 매입임대주택을 종부세 합산배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기존에는 임대료 인상률(연 5%) 제한과 장기임대 의무(5~10년)를 충족하면 종부세를 감면받았지만, 이번 조치로 법인 보유 자산 전체에 공제 없이 단일 세율이 적용된다.

여기에 ‘9·7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사실상 0%로 제한된 상황이 맞물리면서, 세금과 대출의 ‘이중 규제’가 작동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책 리스크가 현실화됐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서울 주요 대학가에서 오피스텔 매입 계약을 추진하던 외국계 A사는 대책 발표 직후 수백억 원 규모 계약을 전면 중단했다.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추진하던 도심 내 노후 오피스·호텔 임대주택 전환(컨버전) 프로젝트에도 제동이 걸릴 조짐이다. KKR, GIC, M&G 등 주요 운용사들이 신규 투자 계획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세제 변화가 단기적으로는 투기적 매입을 억제하는 정책 목표를 이루겠으나, 임대 기간이나 임대료 인상률 등의 공공성 지표에 기반한 차등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안정적인 장기 임대 공급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요건을 충족한 장기 임대사업까지 일률적 중과세를 적용하는 것은 시장 안정과 공공 임대 공급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