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elopment • 프로젝트
88체육관 자리에 아파트·업무시설...1조 원대 복합개발 추진
서울시, 7월 31일부터 도시계획안 주민 열람 개시 KBS 지상권에 법원 경매까지...사업 장기화 우려
1988서울올림픽을 대표하는 상징적 체육시설 중 하나였던 ‘88체육관’(현 KBS스포츠월드)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이 부지에 아파트와 업무시설이 포함된 1조 원 규모의 대규모 복합단지 개발이 추진된다.
그러나 최근 법원이 이곳에 대해 임의경매 개시 결정을 내린 데다, 한국방송공사(KBS)가 장기 지상권을 보유하고 있어 사업 추진에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40년 역사 88체육관, 개발로 사라지나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KBS스포츠월드 부지’에 대한 도시관리계획 결정(안)을 마련해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14일까지 주민 열람 절차에 착수했다. 여기에는 이 부지를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하는 세부 개발 방안이 포함돼 있다.
결정안에 따르면 부지 용도는 기존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된다. 이를 통해 총 연면적 22만5599㎡(약 6만8244평)의 복합단지가 조성될 예정이다.
아파트 844세대와 오피스텔 303실이 신축되며,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의 수영장·헬스장·스쿼시장 등 공공기여 체육시설도 함께 들어설 계획이다.
총 사업비는 약 9983억 원으로, 이 중 2500억 원은 자체 자금으로, 나머지 7500억 원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조달할 예정이다. 목표 준공 시점은 2031년이다.
사업 주체는 부지 소유주인 인피니플러스(구 인피니페이버)로 알려졌으나, 경매 절차에 따라 향후 개발 주체가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는 결정안의 배경과 목적에 대해 “마곡 개발과 함께 공항대로변 및 대상지 주변 지역의 여건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반면, 대상지는 시설이 노후화되고 토지 이용도 비효율적”이라며 “지역 위상 변화와 주변 지역의 잠재력을 고려한 전략적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88체육관은 1986년 개관 이후 ‘KBS 88체육관’(1996년), ‘KBS스포츠월드’(2012년)로 명칭을 바꾸며 서울 서부권 대표 복합 스포츠·문화시설로 자리잡았다. 현재도 수영장, 볼링장, 공연장(KBS아레나), 골프연습장 등이 운영 중이다.
이번 결정안대로 개발이 진행된다면 개관 40여 년 만에 88체육관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복잡한 권리관계, 사업 추진에 걸림돌
하지만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있다. 바로 부지에 얽힌 복잡한 권리관계다.
현재 이곳에는 KBS가 1990년 설정한 지상권이 등기돼 있다. 존속기간은 무려 56년으로, 2046년까지 유효하다. 이 지상권이 유지되는 한 사실상 신규 건축은 불가능한 구조다.
KBS는 아직 지상권 해소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향후 시행자나 매수인과의 협의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7월 15일, 해당 부지에 대해 임의경매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는 부지 소유주인 인피니플러스가 복수의 금융기관에 설정한 근저당권 채무를 이행하지 못한 데 따른 조치다.
인피니플러스는 2014년 설립된 중소형 부동산 시행업체로, 2019년 부지 매입 계약을 체결하고 2021년 소유권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후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고, PF 구조에 균열이 생기면서 결국 경매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현재 이곳에는 태원트레이드, 금호건설, 미래도건설 등 복수의 채권자가 서로 다른 채권최고액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있는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경매가 본격화될 경우 낙찰자와 지상권자인 KBS 간의 권리 충돌은 불가피하다. 상황에 따라 장기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정안대로 개발이 진행되기 위해선 지상권 정리를 비롯해 PF 조달 안정성 확보, 서울시와의 행정 협의 등 선결 과제가 산적해 있다. 도시계획 절차는 시작됐지만, 실제 착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