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elopment • 정책

꼬여가는 세운4구역 재개발 논란

문화재 보존·개발이익 둘러싼 논쟁 갈수록 치열 정부·민주당 vs 서울시·지주, 한 치 양보 없는 정면 대결

2025-11-25 08:56:42황재성js.hwang@corebeat.co.kr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 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서울시가 재정비 촉진계획을 결정·고시한 이후, 종묘 일대 경관 훼손을 우려하는 국가유산청과 ‘도심 재생’을 목표로 한 서울시 간 행정 절차 타당성 논쟁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개발이익이 특정업체에 집중될 수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정치권 지적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비리 사건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는 충분한 개발이익 환수 장치를 통해 공공성을 확보했다고 반박했다.


보존 vs 도심 정비, 행정 절차의 적정성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운4구역은 종묘 남쪽 세운상가 인근 도심 핵심 지역으로, 노후 건물과 상권 침체로 수년간 재개발 논의가 이어졌다.


2004년 세운지구 중 가장 먼저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사업은 지지부진하다가 지난 10월 30일 서울시가 ‘고시 제2025-536호’를 통해 정비계획을 확정하면서 다시 주목받게 됐다. 이 고시의 핵심은 종묘 인접 지역의 높이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으로, 기존에는 종묘 경관 보호를 위해 높이(청계천변 기준) 71.8m 이하로 제한되었으나, 변경된 계획은 최대 144.9m까지 건립 가능하며, 용적률도 660%에서 최대 1094%(실적용 1008.25%)로 상향 조정됐다.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11월 3일 국가유산청은 변경 고시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후 사흘 뒤인 11월 6일 대법원이 “문화유산 인근 건축 규제를 완화한 서울시 조례 개정이 최종적으로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갈등은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세운4구역 재개발에 걸림돌로 작용하던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해석이 나오자, 문화재 보존을 주장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비판이 커졌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현장을 방문해 “바로 턱하고 숨이 막히는 경관”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반면 서울시는 종묘 주변을 역사·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종묘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녹지축 복원과 스카이라인 조정을 통해 ‘역사와 현대의 조화’를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종로구청과 토지주들도 서울시 방침을 지지했다.


민간 독점 vs 공공성 확보: 개발이익 논란

양측이 한 치 양보 없이 대치하는 가운데, 최근 세운4구역 논의는 개발이익이 특정 민간업체에 집중될 수 있다는 의혹으로까지 번지며, 비리 사건으로 변질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주간지 한겨레21은 지난 21일 서울시가 용적률을 두 배 이상 상향 조정하면서 건물 높이와 분양 면적이 늘어나, 세운4구역 개발이익이 최대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민간업체인 한호건설그룹에 집중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호건설그룹은 세운4구역 토지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개발이익 27%를 가져갈 구조로 설계됐다고 지적했다.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민간업자만 배불리는 토건비리”라며 서울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특정 사업이 아닌 도심 전역 시민 중심 개발 정책으로 추진 중이며, 세운4구역 공공기여와 기반 시설 부담률을 기존 3%(184억 원)에서 16.5%(2164억 원)로 약 12배 확대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호건설그룹의 토지 매입 시점과 서울시 정책 발표 시점을 비교하면, 언론이 주장한 ‘정책 예측 매입’과 ‘커넥션’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민간 토지주에 돌아갈 개발이익도 3900억 원이 아닌 112억 원이며, 한호건설그룹 순이익은 34억 원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세운4구역 개발은 이제 단순한 문화재 보존과 도심 재생의 충돌을 넘어, 공공성과 개발이익의 사유화 및 환수 구조를 둘러싼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의 비리 의혹이 이어지는 가운데, 향후 개발 과정에서도 법적·정치적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