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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4구역 개발사업, 장기 표류 가능성

시공사 코오롱글로벌, 착공 7년 연기 공시...장기 지연 사실상 인정 한호건설 토지 매각 선언에 오세훈 사법 리스크까지 겹쳐 불확실성 고조

2025-12-02 08:11:46황재성js.hwang@corebeat.co.kr

정부와 서울시의 첨예한 갈등 속에 놓인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이 결국 장기 표류 국면에 접어들었다.


전체 사업 부지의 약 10%를 보유한 주요 민간 사업자인 한호건설이 특혜 의혹 등을 이유로 토지 매각을 선언하며 사실상 사업 포기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시공을 맡은 코오롱글로벌까지 수년간의 사업 지연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법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세운4구역 개발사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 사업 장기 지연 ‘확인 도장’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운4구역 시공사인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1일 공시 정정 신고를 통해 사업 장기 지연을 공식 인정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정정 항목 중 계약 기간 종료일을 2025년 11월 26일에서 2026년 11월 26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예정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면서 계약의 법적 효력을 유지하기 위해 계약 기간을 1년 연장한 것이다.


더욱 심각한 부분은 착공 시점의 변경이다. 코오롱글로벌은 공시에서 “공사기간은 착공일로부터 약 70개월이며, 착공 예정일은 2026년 11월 26일”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2023년 12월 공시에서 밝힌 예정 착공일(2020년 2월 1일)보다 무려 6년 9개월 늦춰진 시점이다. 4810억 원 규모의 대형 개발 사업이 정부·서울시 간 경관 논란과 행정 절차 지연 등으로 인해 사실상 7년에 가까운 기간 중단돼 왔음을 시공사가 직접 인정한 셈이다.


특히 업계의 시선을 끈 대목은 계약 종료일과 착공 예정일을 2026년 11월 26일로 동일하게 기재한 부분이다. 착공과 동시에 계약이 종료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는 사실상 '실착공 가능 시점'을 2026년 말로 잡아둔 동시에 계약의 효력이 소멸되지 않도록 법적 마감 시한을 맞춰둔 것으로 해석된다. 


코오롱글로벌은 또 “현재 발주처(SH)와 공사기간에 관한 사항을 협의 중이며, 추후 확정 시 재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착공 예정일을 명시했음에도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으며, 외부 갈등 요인에 따라 언제든 재조정될 수 있음을 시공사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세운4구역 사업 장기화를 키운 두 가지 악재

현재 사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우는 핵심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한호건설의 전면 철수 선언이다. 전체 사업 부지의 10%를 소유한 핵심 민간 사업자가 정치적 부담과 특혜 논란 등을 이유로 토지 매각을 밝히면서 사업 일정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문제는 토지를 인수할 주체가 당장 나타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SH가 매수 여력은 있지만 정부·서울시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대규모 매입 결정을 내리기엔 부담이 크다. 민간 개발사들 역시 내년 6월 지자체장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리스크가 해소될 때까지 적극적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


둘째는 오세훈 시장의 사법 리스크다. 서울시 도시·경관 정책의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특검 기소 상태에 놓이면서, 벌금 100만 원 이상 확정 시 시장직을 상실하는 중대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장기간 사법 리스크에 묶이게 되면 대규모 개발 사업 전반의 인허가·행정 결정 속도가 떨어지고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이 역시 세운4구역 사업의 장기 지연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정부와 서울시의 첨예한 갈등 속에 놓인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장기 표류 가능성이 대두됐다. 주요 지주인 한호건설이 특혜 의혹 등을 이유로 토지 매각을 선언하며 사실상 사업 포기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시공을 맡은 코오롱글로벌이 수년간의 사업 지연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세운4구역 전경이다.

세운지구 확장 전략 펼치던 한호건설, 급제동

한호건설(디블록그룹)은 그동안 세운지구에서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쳐왔다.


을지트윈타워(세운 6-3구역·연면적 약 14만㎡), 세운 푸르지오 G-팰리스(3-6·7구역·756실 생활숙박시설) 등 완공·운영 중인 프로젝트뿐 아니라, 세운 6-3-3구역 ‘푸르지오 더 보타닉’ 오피스 전환 사업, 16만㎡ 규모의 세운 3-2·3구역 통합 오피스 개발, ‘호텔 더보타닉’ 등 도심 핵심 프로젝트들을 동시에 추진해 왔다.


그러나 세운4구역에서 보유한 약 10% 지분을 포기하면서 디블록그룹의 확장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철수 결정이 세운지구 내 다른 대형 프로젝트들의 투자 유치와 진행 속도에도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