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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특혜 논란 한호건설 세운4구역 판다는데...SH의 매입 가능성은

한호, “개발 이익 기대 어렵고 오해와 논쟁만 이어진다 판단” SH, 토지 인수 여력은 충분...부채·정책 우선순위는 변수

2025-12-01 03:38:28황재성js.hwang@corebeat.co.kr

서울 세운4구역 개발사업과 관련해 특혜 의혹이 제기된 한호건설이 보유 토지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에 매각하기로 했다.


한호건설은 계열사가 보유한 세운4구역 내 토지 32필지, 총 3135.8㎡(약 950평)를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재정비사업 시행자인 SH에 토지 매수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고 1일 밝혔다. SH 매입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반 사업자에게도 매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개발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더라도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현재와 같은 논란 속에 토지를 보유할 경우 불필요한 오해와 논쟁이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세운4구역은 종묘 앞 핵심 입지로, 보존과 개발을 둘러싼 정부·서울시 간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개발이익 특혜 논란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특히 서울시 추산 민간 순이익 112억 원, 한호 몫 34억 원, 공공 환수액 2164억 원 등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맞서고 있다.

SH 인수시 토지 지분율 60%에서 70%로

그렇다면 SH는 한호건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한호건설 보유분은 세운4구역 전체 개발 면적(획지 기준) 3만1108㎡의 약 10%다. SH가 매입을 수용할 경우 현재 약 60% 수준인 지분율은 70%로 확대돼 공공 측 사업 주도권은 강화된다.


SH의 2025년 예산안 분석 결과, 한호건설 토지를 인수할 재무적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SH의 2025년 지출 예산은 전년 대비 45% 이상 증가한 7조 9009억 원대로 편성되는 등 사업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특히 토지 매입 자금으로 활용되는 '택지조성' 예산은 1조 5782억 원으로 책정되어, 세운4구역과 같은 핵심 정비사업에 대한 강력한 투자 의지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는 토지 인수를 통한 공공 지분 70% 확대 전략이 곧바로 실행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대규모 부채 조달 계획은 재무 건전성 관리에 큰 과제를 던진다. SH는 2025년 한 해 동안 4조 6240억 원의 부채 수입(차입)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전년 예산 계획(2조 5677억 원) 대비 80% 이상 급증한 규모이다. 다만 SH는 최근 수년간 적자와 부채 확대 속에서 매입·임대 사업을 늘려왔다는 비판도 받는다.


여기에 2024년 결산 기준 SH의 부채 합계는 이미 20조 236억 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한호건설 토지 매입은 SH의 추가 부채 부담 확대를 의미한다. 세운4구역처럼 사업 장기화 및 공사비 급증 리스크를 안고 있는 사업에 추가적인 부채를 투입하는 것은 고금리 환경에서 이자 비용 및 재무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


결국 공공 주도권 강화라는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SH가 대규모 차입과 재무 건전성 관리라는 상반된 과제를 동시에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한호건설, “이익은커녕 손해만 봤다”

한편, 한호건설은 최근 일부 언론의 ‘특혜 의혹’ 제기에 대해 “사업 지연과 비용 증가로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반박했다. 특히 회사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기 정책에 따라 사업시행인가 절차를 진행했으나, 2019년 세운지구 개발계획 전면 재검토 지시 이후 약 10년 가까이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세훈 시장 체제에서도 인허가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고 주장했다. 종묘~남산 녹지축 조성 정책과 연계한 인허가 요건 강화로 세운상가 매매계약서 제출 등 현실적으로 충족하기 어려운 요구가 거듭되면서 사업 절차가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실제 사업시행인가를 받기까지 약 30개월이 소요돼 지난 2024년 8월에서야 인가가 완료됐다.


사업 지연 과정에서 공사 환경도 급변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공사비는 평당 600만 원에서 1200만 원 수준으로 두 배가량 상승했고, 금리 상승과 규제 강화로 공사 기간 역시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공공기여 부담 역시 확대됐다. 한호건설은 당초 기부채납률(약 10%) 대비 2.5배 증가한 25% 수준을 부담하게 됐으며, 용적률 인센티브가 높아졌지만 전체 사업 리스크는 더욱 커졌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반대로 세운4구역 재개발로 민간 토지주 전체에 돌아갈 순이익을 112억 원, 이 가운데 한호건설 몫을 34억 원가량으로 추산하고 있어 ‘완전한 손해’라는 회사 주장과 온도 차를 보인다. 또 서울시는 용적률 상향과 함께 공공기여·기반시설 부담률을 3%에서 16.5% 수준으로 높여 환수액을 184억 원에서 2164억 원으로 약 12배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비판 여론은 ‘용적률 상향으로 늘어난 전체 이익 가운데 상당 부분은 여전히 민간에 남는다’고 지적한다. 또 특정 민간 사업자가 용적률 상향 이전부터 세운4구역 토지를 집중 매입해 상대적으로 큰 지분을 확보했다는 점도 의혹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세운4구역은 최근 ‘문화재 보존 vs 도심정비’ 논쟁에 더해 ‘개발이익 사유화’ 논란까지 격화되고 있다. 서울시는 충분한 공공기여 확대 조치로 공공성을 확보했다고 반박하고 있으나, 정치권과 일부 언론의 비판이 이어지면서 향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한호건설 토지 매각 요청이 개발 이익 특혜 논란을 공공성 확보의 문제로 전환시키는 전환점이 되는 동시에, SH에게는 공공성 확대의 기회와 대규모 차입이라는 재무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