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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증 멈춰 세운 감정평가서…제이알글로벌리츠의 '숨은 폭탄'
감정평가서에 따라 Cash Trap 걸릴 가능성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지난달 결정한 12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철회했다. 오는 5월 지급해야 하는 900억원 규모 환정산금 마련을 위해 추진하던 증자다.
리츠 측은 벨기에 파이낸스타워 담보 감정평가서를 아직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자산 감정평가서는 대주단이 제시하는 것으로, 당초 1월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미뤄지고 있다.
감정평가서가 없으면 핵심 투자위험을 기재할 수 없는 절차적 문제가 있다. 때문에 리츠 측은 감정평가서를 수령하면 유증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주 제시 감정평가액 따라 Cash Trap 가능성
문제는 이 감정평가서가 단순한 서류 한 장이 아니란 것이다. 유증을 넘어 리츠 운명을 가를 수 있는 핵심 변수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2024년 리파이낸싱을 하면서 매년 대출원금 3% 분할상환과 함께 LTV 관련 재무 준수사항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조달 금리를 일부 낮출 수 있었지만 그만큼 조건은 상당히 보수적이다. LTV가 1년차(2025년) 55%, 2년차(2026년) 52.5%, 3년차(2027년) 50%를 초과하면 Cash Trap에 걸리게 된다.
바로 이 LTV를 산정할 때 대주단의 담보 감정평가서가 필요하다. 만약 대주 제시 감정평가액이 낮으면 Cash Trap에 걸리게 된다.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유증 철회 공시에서 밝힌 '핵심 투자위험'이 바로 이것이다.
지난해 리츠 측이 자체적으로 공정가치 평가를 통해 산정한 자산가치 13억5200만 유로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리파이낸싱 당시 어떤 감정가를 기준으로 할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한 끝에 대주 제시 감정가 기준으로 결론이 났다.

벨기에 파이낸스타워, 매입 후 8% 이상 하락
업계에선 Cash Trap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24년 10월 대주단이 제시한 감정가는 11억530만유로다. 최초 매입금액 대비 8.4% 하락했다.
2025년 9월 말 기준 대출 잔액은 약 5억7450만 유로다. 이를 감안해 52.5%의 LTV 조건을 충족하려면 감정평가 금액이 약 10억9000만유로 유로 아래로 떨어지면 안된다. 직전 감정가보다 1%정도만 떨어지면 Cash Trap에 걸린다.
지난해 유럽 핵심 입지의 프라임 오피스 가치는 소폭 하락하거나 대체로 보합권에 머물렀다. 파이낸스타워는 브뤼셀의 도심부에 있는데다 벨기에 연방정부 산하 기관이 장기 임차한 임대율 100% 빌딩이다. 자산 자체만 놓고 보면 프라임 등급이어서 급격한 자산가치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예고된 Capex는 부담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ESG개선을 위해 10년 간 총 1300만유로를 투입하기로 하는 등 크고 작은 Capex가 예정돼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는 자산가치 증대로 이어질지 몰라도 당장의 감정평가에선 현금 유출에 따른 감정가 차감 요인이 될 수 있다.
게다가 2026년과 2027년 브뤼셀 오피스 시장에는 44만㎡ 이상의 신규 공급이 예정돼 있다. 브뤼셀 전체 오피스 재고는 약 1300만㎡ 수준이다. 2년 내 3~4%가량이 신규 공급되는 것이다. 오피스 시장이 성숙된 브뤼셀에 이 정도 공급 충격은 감정평가를 할 때 Exit Yield를 보수적으로 잡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증 막히면 환정산금 문제 더 꼬여
Cash Trap에 걸리지 않는다면 예정대로 유상증자 절차를 재개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Cash Trap에 걸리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잉여현금이 모두 대주 계좌에 묶이게 된다. 배당은 불가능하다. 디폴트까진 아니어도 리츠에 치명적이다.
자연히 일반적인 유증은 불가능하다. 일단 규모가 훨씬 커진다. 환정산금 마련을 위해 예고한 1200억원 유증 외 대주 보호 목적의 자본투입이 더 필요한 것이다. 배당이 붕괴된 리츠의 부채 방어 목적의 유증에 참여할 일반투자자가 있을리 만무하다.
유증이 막히면 당장 5월 지급해야 할 900억원 환정산금을 마련할 길도 막막하다. 회사채로 막는 것도 불가능하다. 애초에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추가 회사채 발행이 어렵기 때문에 유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결국 손실을 보더라도 자산을 서둘러 매각 하거나 대주와 대출조건 완화 및 Cash Trap 유예 협상을 하는 방법이 그나마 남아 있는 현실적인 선택지다. 어느 것도 쉬운 길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