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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h Trap 걸린 제이알글로벌리츠,'생사기로'

2026-04-15 08:23:30김우영kwy@corebeat.co.kr

제이알글로벌리츠가 투자한 벨기에 파이낸스타워 감정평가 결과, 우려했던 Cash Trap이 현실화됐다. 1000억원에 달하는 환헤지 정산 부담까지 눈앞에 두고 있어 리츠 존속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4일 공시를 통해 JLL의 감정평가 결과 9억2000만유로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LTV는 61% 수준으로, 재무 준수사항에 따른 Cash Trap 기준인 52.5%를 크게 웃돈다. 리츠 측은 이의제기 등 대응을 예고했지만 대주단은 해당 감정평가 결과를 확정해 Cash Trap을 발동했다.


리츠 측은 감정평가 가정에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평가 결과가 일부 조정되더라도 LTV를 50% 초반까지 끌어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Cash Trap을 피하려면 자산가치가 최소 10억7000만유로는 돼야 한다. 


리츠 측은 지난해 자체적으로 공정가치 평가를 한 결과 자산가치가 13억5200만유로에 달한다고 밝혔지만 외부의 시선은 냉정했다.


배당 중단은 시작...환정산금 '시한폭탄'

Cash Trap이 되면 자산에서 발생하는 잉여현금은 모두 현지 계좌에 적립된다. 배당은 중단된다.


더 큰 문제는 Cash Trap으로 자본시장 접근성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Cash Trap을 벗어나려면 추가 자본 조달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금이 돌지 않는 리츠에 투자할 신규 자금이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즉, Cash Trap으로 인해 돈이 필요한데 Cash Trap 때문에 돈을 구할 수 없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한 셈이다.


5월 4일 도래하는 환헤지 정산금 마련은 시한폭탄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약정환율은 유로당 1411.80원이다. 1700원 초중반대 환율이 이어지는 걸 감안하면 약 1000억원이 필요하다.




당초 리츠 측은 유상증자로 이를 조달하려 했지만 감정평가가 늦어지자 이를 철회했다. Cash Trap이 현실화하면 일반적인 공모 유상증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배당을 할 수 없는 리츠에 신규 자금을 투입할 투자자가 있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특히 증자 목적이 성장 투자가 아니라 손실 보전이라면 투자 매력은 더 떨어진다.


차입 역시 쉽지 않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유상증자가 막힌 뒤 대출이나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지난 3월 11일엔 550억원을 대출 받으면서 금리는 CD수익률에 3.5%를 더하는 조건이었다. 절대 금리 수준이 높다.


차환조차도 쉽지 않다. 지난 3월 27일 400억원 차환 조건을 보면 만기는 같은 해 4월 2일까지, 금리는 연 5.8%에 달했다. 이어 4월 2일 차환을 하면서도 만기는 4월 17일로 차입 기간은 15일에 불과했다. 정상적 차환이라고 보기 어려운, 하루하루 버티는 상황이다.


이 외에 공모사채 600억원 만기가 이달 30일 예정돼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대안으로 맨해튼 오피스 빌딩(498 Seventh Avenue) 매각을 통해 필요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오피스 시장이 뚜렷한 양극화를 보이는 상황에서 B급으로 평가되는 해당 자산의 매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설사 거래가 성사되더라도 기대 가격을 크게 밑돌 가능성이 높다.


리츠 존속 위협까지

환헤지 정산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리스크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다. 해당 계약은 만기에 실제 현금 정산이 필요하다. 미지급 시 명시적 계약위반(EOD)에 해당한다. 이렇게 되면 교차 부도(Cross Default)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LTV 기준을 초과한 상황에서 파생상품 디폴트까지 겹치면, 단순 시장 리스크가 아닌 신용 이벤트로 리스크 수준이 달라진다.


이 경우 벨기에 대주단은 추가 담보나 조기상환 등 다양한 권리 행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 현금흐름 통제는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산은 보유하고 있지만 전혀 활용할 수 없는, 유동성 마비에 가까운 상태다. 최악의 경우 담보권을 행사에 따른 건물 강제 매각도 배제할 수 없다.


즉 이번 감정평가에 따른 Cash Trap 기정사실화는 단순히 배당이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 리츠의 현금흐름과 자본시장 접근성을 동시에 흔드는 구조적 리스크의 발화점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상태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제이알글로벌리츠가 대주단과 협의해 Cash Trap 적용을 유예받거나 LTV 준수 조건을 완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대주단이 감정평가 결과를 확정해 Cash Trap을 발생시킨 상황에서 협상 여지는 크지 않다. 천만다행으로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대주단은 매우 높은 금리 인상이나 추가적인 담보 제공 등 리츠에 불리한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이번 감정평가 결과는 일시적 유동성 문제를 넘어 리츠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국면으로 빠르게 전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