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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글로벌리츠-KB스타리츠, 벨기에 투자 자산가치 방어할 수 있나?

제이알글로벌리츠, 대주단 이견에 감정평가인 교체 소규모 시장의 초대형 자산 투자 리스크 드러나

2026-02-27 08:43:42김우영kwy@corebeat.co.kr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운명이 한 달 가량 더 늦어지게 됐다. 일정대로라면 지난달 벨기에 파이낸스타워 감정평가 결과가 나왔어야 했지만 일부 대주의 이견으로 감정평가인이 교체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6일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홈페이지를 통해 담보감정평가 관련 대주단 전체 회의 결과를 설명했다.


제이알글로벌리츠에 따르면 감정평가인의 감정평가 결과는 지난 2024년 금액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4곳의 대주단 가운데 한 곳이 이견을 보였다. 결국 감정평가인을 교체하고 재평가에 들어가기로 하면서 다시 1~2개월을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유럽의 다른 감정평가 절차

보통 한국은 복수의 감정평가 기관이 평가를 수행한 뒤 평균값을 공식 감정가로 채택한다. 평가기관에 따른 편차를 제거하고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절차적 공정성이 중심이 된다. 감정가가 시장을 움직이는 기준가격으로 작용하는 만큼 시장 참여자들이 별다른 반발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에서 감정가는 하나의 판단 혹은 의견이다. CBRE나 JLL처럼 전문성을 갖춘 평가기관 중 한 곳이 독립적으로 평가 작업을 수행해 결과값을 제시한다. 이후 의뢰인은 이를 받아들이거나 재평가를 요구할 수 있다. 단일 밸류에이션 구조에서는 평가 가정에 대한 이견이 발생할 경우 평가 자체가 장기간 지연될 수 있다.


다만 이번 벨기에 파이낸스타워 사례처럼 대주가 외부 기관의 감정평가 결과를 거부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는게 시장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쉽지 않은 소규모 시장의 초대형 자산 밸류에이션

어떤 대주가, 어떤 이유 때문에 감정평가 결과를 승인하지 않았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감정평가 결과가 2024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만 밝힌 만큼 감정평가 가정이나 금액 수준에 대해 보다 보수적인 평가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24년 10월 대주단이 제시한 감정가는 11억530만유로로, 최초 매입금액 대비 8.4% 하락했다.


해당 자산은 우량 임차인(연방정부 산하 건물관리청)의 장기 안정적 임차 계약(만기 2034년 12월)을 맺고 있는 만큼 공실 리스크나 임차 리스크는 제한적이다.


하지만 Exit Yield를 놓고는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나이트 프랭크(Knight Frank)의 지난해 하반기 브뤼셀 오피스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프라임 오피스 캡레이트는 2024년 2분기 이후 꾸준히 5.25%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보고서는 금리, 물가 안정 환경에서 글로벌 자본이 유입되면 캡레이트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업사이드 시나리오로, 감정평가 금액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반면 공실률 상승은 마이너스 요인이다. 지난해 신규 A등급 공급물량 11만2000㎡ 가운데 2만3000㎡는 아직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37만5000㎡ 공급이 예정돼 있는 등 2028년까지 52만6000㎡의 파이프라인이 대기하고 있다.


결국 금리 불확실성 등 매크로 환경과 공실 등 부동산 시장 전망에 따라 평가기관과 대주 간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 또 ESG 관련 Capex 반영 수준 등도 이견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추가 투자 부담은 밸류에이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밸류에이션의 가장 큰 난관은 비교 가능한 거래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난해 브뤼셀 시장 전체 투자 규모는 9억5000만 유로 수준이다. 10억 유로가 되지 않는 시장에서 10억 유로 이상의 단일 자산은 매우 큰 부담이다. 이는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벨기에 브뤼셀의 대형 오피스 'North Galaxy Towers'를 보유한 KB스타리츠도 비슷한 상황이다.


KB스타리츠는 해당 자산을 2022년 5월 6억3000만 유로에 매입했다. 하지만 2025년 3월 말 기준 감정평가액은 5억450만유로로 20% 가량 뚝 떨어졌다. 


시장 관계자는 "벨기에 시장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초대형 단일 자산에 투자한 전략 자체가 현재 밸류에이션 논란의 근본 원인"이라며 "밸류에이션과 리파이낸싱, 엑시트까지 모든 단계에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감정가 1%만 떨어져도 Cash Trap 우려

감정평가 금액이 초미의 관심사인 것은 제이알글로벌리츠의 운명이 달렸기 때문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2024년 리파이낸싱을 하면서 LTV 관련 재무 준수사항을 강화했다. LTV가 1년차(2025년) 55%, 2년차(2026년) 52.5%, 3년차(2027년) 50%를 초과하면 Cash Trap에 걸린다.


지난해 9월말 기준 대출잔액은 약 5억7450만 유로다. 이를 감안해 52.5%의 LTV를 충족하려면 감정평가 금액이 10억9000만 유로 이상이어야 한다. 



2024년 감정가(11억530만 유로) 대비 1%가량만 떨어져도 Cash Trap에 걸리게 된다. 만약 Cash Trap에 걸리면 잉여현금은 모두 대주 계좌에 묶인다. 배당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디폴트라는 최악의 상황은 아니겠지만 치명적이다. 오는 5월 지급해야 할 900억원 규모의 환정산금 마련을 위한 유상증자 역시 불가능하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감정가가 Cash Trap에 걸리지 않도록 높게 나오길 바라는 것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신규 감정평가인 선정에도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래 대주단의 감정평가에는 일절 관여할 수 없다. 하지만 감정평가 지연으로 인해 리츠 운영은 물론 주가 하락으로 인한 주주 혼란이 커지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 측면에서 관여할 수 있는 길을 찾은 것이다.


만약 그럼에도 감정가가 낮게 나온다면, 서둘러 자산을 매각하거나 대주와 대출조건 완화 및 Cash Trap 유예 협상을 하는 것이 그나마 남은 현실적 선택이다. 어느 것도 쉽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