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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글로벌리츠, 주가 급락으로 배당수익률 높아졌어도 망설여지는 이유
지난해 순이익 크게 웃도는 환 정산금 발생 상반기 배당컷에 이어 하반기도 배당 불안
5000원으로 미국과 유럽 빌딩에 투자할 수 있어 상장 당시부터 국내 소액주주들의 큰 관심을 받아온 제이알글로벌리츠 주가가 공모가 대비 반토막이 났다. 가뜩이나 배당 축소로 투자심리가 악화된 상황에서 고금리 회사채 발행에 유상증자까지 이어지자 투자자들이 미련없이 떠나고 있다.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제이알글로벌리츠 주가는 1.59% 내린 2470원으로 마쳤다. 이대로라면 연초 기록한 사상 최저치(2335원)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가 하락은 기관 매도가 주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 주가가 연중 최고치(2785원)를 기록한 지난 5월 27일 이후 연기금은 446만주, 금액으로는 118억원 가량을 순매도했다.
회사 측은 전날 공지를 통해 “대량 순매도를 하는 연기금은 주주명부에 등재된 투자기관 중 하나”라면서도 “정확한 매도 사유를 공식적으로 확인할 순 없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연기금이 해외 상장리츠를 통한 글로벌 상업용부동산 투자를 시작하면서 제이알글로벌리츠 비중을 줄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지 자산운용에 펀더멘털 측면에서 이슈는 없다고 강조했다. 해당 리츠가 담고 있는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맨해튼 오피스 빌딩에는 아무 문제가 없단 것이다.
하지만 이들 투자자산의 운영 과정에서 예상 외의 출혈이 잇따르고 있어 투자자들은 불안하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이날 투자설명서를 통해 앞서 예고한 750억원의 자금조달 계획을 최종 공시했다. 이 가운데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하는 600억원 가운데 500억원은 유로 환헤지 만기에 따른 롤오버 정산에 쓰인다. 나머지 100억원은 벨기에 파이낸스타워 선순위대출 분할상환에 쓸 예정이다.
이와 함께 150억원의 단기사채 발행도 공시했다. 만기는 오는 10월 30일까지로 금리는 연 5.30%에 달한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총 700억원 안팎을 조달할 것이라고 알린 바 있다.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 환 정산금은 규모도 규모지만 발행 금리가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2023년 5월 벨기에 파이낸스타워를 편입하면서 약 3800억원에 대해 통화스왑계약(환헤지)을 체결했다. 문제는 환율이다. 최초 계약 환율(1유로당 1420.08원)에 비해 유로화가 껑충 뛰면서 오는 11월 3일 돌아오는 만기를 갱신하려면 추가 정산금 지급이 필요해졌다.
최근 1유로 당 원화는 1600원에 육박한다. 이대로라면 500억원에 가까운 환 정산금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상반기 미국 맨해튼 오피스 빌딩에 대한 환 정산금으로 300억원 이상을 쓴데 이어 하반기엔 이보다 더 큰 규모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2024년 순이익(NPI)이 438억원인 제이알글로벌리츠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이번 회사채 발행 금리는 6.3%로, 비슷한 벨기에 부동산 자산을 편입한 KB스타리츠가 역시나 환 정산금 마련을 위해 발행한 회사채 금리 4.3%보다 2%포인트나 높다.
이에 대해 제이알글로벌리츠 측은 경쟁입찰로 금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인수단 총액 인수 후 장내매도 방식에 의한 회사채 발행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들어 유럽 대출시장 회복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향후 공모채 의존도와 발행금리는 점차 하향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슷한 자산을 편입한 다른 리츠에 비해 발행금리가 높다는 지적에 대해선 금융지주 스폰서 리츠와 균등 비교는 비합리적이라며 "채권시장 유통 수익률이나 발행 후 거래 동향 등을 보면 시장이 납득하는 수준의 조달"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채 발행에 이어 유상증자까지
일부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으로 배당수익률은 높아진 것을 투자 기회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섣부른 접근을 경고하고 있다. 자칫 제이알글로벌리츠가 배당을 더 줄이거나 아예 배당을 주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해 1조원 규모의 담보대출 리파이낸싱을 진행하면서 3년간 주당 230원 배당을 약속했다. 하지만 2025년 들어 환 정산금 등 출혈이 발생하자 오히려 195원이던 배당을 115원으로 40%나 낮추는 ‘배당컷’을 발표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이번 회사채 발행이 배당 계획에 미치는 악영향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하반기 대규모 환 정산금 발생으로 인한 추가적인 배당 축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는 배당을 아예 지급하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 외국에선 배당 지급이 일어나는 경우가 흔하진 않지만 존재한다. 지난 2023년 싱가포르의 Munulife US REIT(MUST)의 무담보부채자산 비율이 대출 약정(covenant)인 60%를 0.2%포인트 초과하자 대출 금융기관들이 즉시 대출금 회수에 나섰고 이로 인해 배당금 지급 중단을 선언해야 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한 리츠 업계 관계자는 “재무구조, 현금흐름 등 대출기관의 다양한 약정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조기상환과 배당중단 등 심각한 압박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최대주주 지분이 7.71%, 5% 이상 주주 지분은 11.13%에 불과해 대부분이 소액주주로 구성돼 있다. 상장 당시 국내 최초로 소액 투자자 우선 배정 방식을 도입, 100만원 이하의 청약 금액에 우선적으로 일반 투자자 배정 물량의 절반을 배정해 소액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 때문에 ‘국민 리츠’로 불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