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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 매각➂ 캐피탈랜드-KKR, 해외자본은?
캐피탈랜드 전문성에 이지스 규모 합쳐진 시너지 기대 KKR도 인수 저울질
이지스자산운용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자본의 주목도 받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싱가포르의 캐피탈랜드다.
캐피탈랜드는 운용규모(AUM)가 1000억 싱가포르달러(S$·약 108조원)가 넘는 아시아 최대 부동산 투자운용 기업이다.
캐피탈랜드가 이지스에 눈독을 들이는 건 그룹 차원의 적극적 확장 전략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캐피탈랜드는 2028년까지 AUM을 2000억 S$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3년내 회사 덩치를 2배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M&A는 ‘필수 카드’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리치쿤은 일본과 한국, 호주 등 주력시장에서 M&A를 활용해 성장하겠다고 말했으며 이미 일본, 호주에선 활발한 인수 작업을 펼치고 있다.
일본-호주서 잇따라 인수 성공
일본에서부터 움직였다. 지난해 11월 재팬호텔리츠(JHR)를 운용하는 싱가포르 운용사 SC캐피탈파트너스(SCCP) 지분 40%를 인수했다. 이어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지분을 인수해 100% 소유할 계획이다.
SCCP가 운용하는 JHR은 시가총액 30억 S$에 달하는 일본 2위 주거분야 리츠로, 해당 인수를 통해 캐피탈랜드의 FUM은 110억 S$ 가량 증가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호주에서도 M&A 소식을 알렸다. 지난해 12월 호주 부동산 대출에 특화한 운용사인 윙게이트를 1억73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 인수로 캐피탈랜드의 호주 내 FUM은 단숨에 30%(200억호주달러·A$) 증가했다.
캐피탈랜드는 이들 인수로 덩치도 키우고 플랫폼도 다변화하는 효과를 얻었다고 평가받는다. 지역적 확장뿐만 아니라 호텔과 크레딧(부동산 대출)시장의 전문성까지 동시에 확보한 것이다.
'종합상사' 이지스, 캐피탈랜드엔 매력 요소
이러한 캐피탈랜드의 전략적인 방향에서 이지스는 매력적인 인수대상일까.
우선은 덩치다. 이지스의 부동산 운용자산(AUM)이 27조원에 달한다. 3년내 2배 성장이라는 목표를 손쉽게 달성할 수 있는 규모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이지스의 특징인 ‘딜하우스’도 매력 요소가 될 수 있다. 이지스는 섹터나 전략에 구애받지 않고 ‘종합상사’와 같이 모든 딜을 진행하는 유형의 운용사이다. 빠른 성장을 이끈 주동력인 동시에 여러 휴유증을 불러오는 원인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캐피탈랜드에는 장점이 될 수 있다.
캐피탈랜드도 다양한 전문성을 가지고 적극적인 자산관리가 가능한 투자사이면서 운용사이다. 대표적으로 호텔도 서머셋(Somerset), 오크우드(Oakwood)와 같은 자체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어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운영효율이 낮은 호텔이나 주거상품을 투자해서 자체 브랜드의 호텔로 운영하여 밸류를 올리는 적극적인 밸류애드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캐피탈랜드의 분야별 전문성을 이지스의 규모에 입히면 큰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을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 한 외국계 투자회사 관계자는 “이지스 운용자산 규모에 캐피탈랜드의 운영 노하우와 컨텐츠가 더해지면 사업의 안정성과 수익성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지스가 해외 진출을 추진하면서 설립한 해외법인과 사무소를 캐피탈랜드의 우수한 글로벌 시스템과 네트워크에 자연스레 흡수하면서 운영 효율화도 기대할 수 있다.
안정적 수익구조 여부 평가가 관건
다만 캐피탈랜드는 단순히 규모를 늘리는 M&A는 조심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 인수에서 핵심은 운용수익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다. 결국 수익 구조가 얼마나 ‘건강한가’를 가늠하는 과정이다.
2024년 말 기준 이지스자산운용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운용수익 2554억 원 중 매입·매각·성과수수료가 1085억 원으로 42.5%를 차지했다. 거래에서 발생한 일회성 수입의 비중이 상당한 셈이다.
특히 하남데이터센터 매각 성과보수가 작년 실적을 사실상 떠받쳤다. 안정적으로 쌓이는 수익이라기보다, 시장의 바람결에 따라 성적표가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드러낸 대목이다.
최근 몇 년간 이지스는 초대형 개발사업으로 무게중심을 급격히 옮겨가고 있다. 힐튼호텔 재개발을 비롯해 메트로·서울로타워 재개발, 나진상가 17·18동 블리츠 지분 인수, 디큐브시티 오피스 전환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프로젝트는 서울시 인허가, 지역사회와의 이해 조율, 시공사 참여 조건(공사비·보증 여부) 등 복합적인 변수를 안고 있어, 진행 과정에서 수익성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
특히 사업비만 약 5조원으로 추정되는 힐튼호텔 재개발을 비롯해, 상당수가 조 단위에 이르는 이른바 ‘대마’급 프로젝트들이다. 규모가 큰 만큼 오차의 폭도 커질 수밖에 없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회사의 체력을 시험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인수 후보 입장에서는 이 ‘마진 오브 에러(Margin of Error)’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핵심 과제로 부상할 수 있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의 제재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최종 인수가격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적잖은 장애 요인들이 놓여 있다. 리스크에 예민한 외국계 투자자의 성향을 고려하면, 캐피탈랜드 역시 이 장애물들을 어떻게 넘어설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KKR도 인수 참여 저울질
매각 주관사로 모건스탠리에 이어 골드만삭스까지 가세하면서 해외 자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KKR에서 아시아·태평양 부동산 사업을 총괄하는 존 패터(John Pattar)가 지난달 28~29일 이틀 간 한국을 찾았다. 그는 KKR 아시아 부동산 시장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이번 방문 목적 가운데 이지스 매각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KKR은 아시아의 다른 지역 운용사도 인수 여부를 고민하고 있어, 내부적으로 우선순위가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이지스 인수전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