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elopment • 정책

임대주택 정책, ‘갈지자 행보’에 시장 불신 커진다

규제 완화와 옥죄기 동시 진행...혼란 가중 장기 사이클 무시한 정책, 구조적 실패 반복

2025-09-15 08:54:47황재성js.hwang@corebeat.co.kr

새 정부의 임대주택 정책이 갈지자 행보를 보이며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 규제 완화와 옥죄기가 동시에 나오면서 자금 조달 구조가 흔들리고, 글로벌 자본 유입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업계에서는 “임대주택을 경기 조절이나 정권 브랜드용 수단으로 삼는 한 실패가 반복될 것”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대출 규제·세제 불확실성, 글로벌 자본 위축 가능성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인구감소지역에 한해 아파트 매입형 임대사업을 한시 복원하는 등 완화책을 내놨다. 하지만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9·7 대책’에서 수도권과 규제지역 임대사업자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을 0%로 제한하며 신규 매입·등록을 사실상 가로막았다. 시장에서는 “장려와 억제를 동시에 외치는 모순된 시그널”이라며 정책 신뢰성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이번 대출 규제는 임대사업의 주요 자금 조달 경로를 차단한 조치다. 기업형 민간임대는 토지 매입과 건물 전환(Conversion), 초기 리모델링에 선투자가 필요한데, 담보대출 차단은 자금 여력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KKR, CPPIB, GIC 등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호텔·오피스 등 상업용 자산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하지만 조달 여건이 악화되면 한국 시장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해외 자본의 신규 참여도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제 측면의 불확실성도 부각됐다. 국세청이 사업자등록 코드 오류를 이유로 일부 임대주택을 종부세 합산과세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건설형 리츠와 임대사업자들이 조세 리스크에 노출된 것이다. 


이는 등록 과정의 행정 착오에도 불구하고 사업자가 불이익을 떠안게 되는 사례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제도적 환경”으로 인식될 수 있다. 부동산 투자에서 조세 안정성은 핵심 전제라는 점에서 정책 신뢰성 훼손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간재 역할 사라진 민간임대, 투자 매력 상실

국내 임대주택 정책은 장기 투자 사이클에 적합하지 않다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임대주택은 준공까지 4년, 임대 운영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장기 사업이지만, 정책은 정권 교체 때마다 급격한 변화를 거듭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뉴스테이 도입 → 2018년 공공지원 민간임대 전환 → 2024년 20년 장기임대 발표까지 불과 10년 사이 제도와 규제가 연속적으로 바뀐 것이 대표적이다. 민간임대사업자 등록제 역시 1994년 9월 첫 도입 이후 강화와 축소, 완화와 확대를 여러 차례 반복하며 사업 환경을 흔들어 왔다. 이처럼 불안정한 정책의 단기성은 자본시장 관점에서 ‘정책 리스크(political risk)’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시장 기반도 취약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주택 중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0.4%에 불과하다. 공공지원이라는 틀로 민간 임대시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 했지만, 규제와 지원의 반복으로 시장 규모가 충분하게 커지지 못했다. 


그 결과 공공임대와 순수 민간임대 사이에서 중간재 역할을 할 수 있는 영역이 비어 있는 상태다. 이는 임차인 주거 안정에도 악영향을 주지만, 동시에 자산운용사·리츠·글로벌 투자자에게는 “정책 불확실성이 크다”는 신호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를 전면 차단하기보다는 장기임대를 전제로 한 사업자에 차등적 예외를 두고, 세제 인센티브를 일관되게 유지하며, 행정 오류를 최소화해 조세 환경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임대주택을 단기 경기 부양이나 정치적 레토릭의 도구로 삼는 관행을 끊지 않는다면 불신 리스크는 해소되기 어렵다”며 “정책 신뢰성 확보 없이는 해외 자본의 국내 임대주택시장 추가 유입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