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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여버린 디타워 돈의문 딜

DL 행보 따라 딜 향방 바뀔 듯

2024-09-20 08:06:08이현중hj.lee@corebeat.co.kr

핵심요약

딜 밸류(9000억 원 이상, 평당 3500만원 소폭 하회) 산정 다시 해야 할 수도 투자 수익, 임차료, 효제동 프로젝트 활용 방안 등 복잡한 셈법 앞에 놓인 DL 마곡 이전 가능성은 물음표... 건설사가 임차료, 임대 공간 등만 고려해 본사 공간 결정하지 않아


딜 밸류 핵심 앵커테넌트 ‘DL’

DL이 디타워 돈의문에서 임차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딜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더에셋과 함께 올해 진행된 가장 대표적인 빅딜로 꼽히는 디타워 돈의문 매각은 이제 마스턴자산운용, NH농협금융지주, DL그룹 3자 간의 논의 과정에서 딜 구조가 크게 바뀔 수도 있다. 


마스턴자산운용이 지난 5월 매각 주관사를 선정한 후 시장에서는 잠재 매수처로 NH농협금융지주와 지방행정공제회를 꼽았다. 3월부터 시장 분위기를 테핑하는 과정에서도 이들 두 곳이 강력한 매수 후보군으로 꼽혔던 만큼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두 곳 모두 이 자산을 전략적 투자자 관점에서 접근했기에 딜 프로세스를 진행하는데 있어 이 건물의 앵커테넌트인 DL의 임차가 딜의 중요 이슈였다. 디타워 돈의문 최대 임차인 DL그룹은 전체 면적의 74.7%를 임대하고 있다. DL E&C(53.80%), DAELIM(6.50%), DL Chemical(5.20%) 등으로 임대차 계약 만기는 2025년 12월 17일 까지다.


이런 상황에서 마스턴과 DL그룹간 임차료, 임차 기간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고, 이 내용은 강력한 매수후보로 떠오른 NH농협금융지주에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금융지주에게 앵커테넌트의 임차 기간 연장 여부와 임차료 수준은 딜밸류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사안이기 때문이다. 서대문 근처에 흩어져 있는 계열사들의 이주 일정을 짜는데도 중요한 변수가 DL그룹의 임차 연장 여부다.    


DL그룹은 올해 상반기부터 임대차 재계약을 추진해 왔다는 후문이다. 디타워 돈의문 매각이 본격화되기 전에 협상력을 발휘해 임차료 수준을 유리하게 가져가겠다는 전략이었다. 





복잡한 셈법 앞에 'DL'의 선택은...

그런데 딜 밸류의 핵심인 앵커테넌트 DL이 임차 기간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딜의 전체 판을 뒤흔들었다. DL그룹 수뇌부에서 비용절감 차원에서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DL은 계열사 별로 날짜는 다르지만 2020년 하반기 대부분 만기 5년 짜리 임차를 시작했다. 2021년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수송동 본사를 비롯해 인접 지역에 흩어져 있던 계열사를 모두 이 빌딩으로 모았다. 6개 계열사 약 3000명이 한꺼번에 이주했다. 현재 디타워 돈의문의 실질임대료(E. NOC) 수준은 25만원대다. 인접한 비교 가능한 오피스 빌딩의 임대료 수준은 E.NOC 기준으로 그랑서울(39만 6700원), 콘코디언(34만 7000원), 디타워 광화문(36만 6000원) 등이다. 이런 시장 가격을 고려하면 DL의 임차료도 2025년 임차 만기 때 적어도 30만 원 대는 넘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NH금융지주가 인수 가격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평당 3500만원에 약간 못 미치는 가격(딜 밸류 9000억 원 이상)은 이러한 임차료 인상을 반영한 수준이다. DL이 임차를 연장하지 않는다면 공실 리스크가 생기고 이는 딜 밸류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가격 협상이 다시 될 수밖에 없다. 


디타워 돈의문의 연면적은 2만 6096평으로 DL그룹의 임차 공간 비율 74.7%를 반영하면 1만 9494평에 달한다. 거의 2만평에 달하는 공간은 콘코디언빌딩(1만8237평), 종로타워(1만8332평) 등 대형 오피스 빌딩 전체 연면적에 달하는 크기다. 때문에 DL이 임차 기간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결정은 딜의 전체 구조를 바꿀 만한 이슈다. 지난 7월말 우협 선정 이후 실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대형 변수가 돌출, 가격 조정 등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DL이 디타워 돈의문을 담고 있는 마스턴 펀드의 주주라는 점도 협상에 중요한 변수다. DL의 지주사인 DL은 지난 2020년 마스턴 운용이 설정한 이 펀드에 보통주 645억 원(28.33%)을 투자했고 NH농협금융그룹 역시 보통주 투자자(50.01%, 2277억 원)다. 만약 DL이 임차 만기를 연장하지 않고 퇴거한다면 매각가는 낮아지고 이는 DL에게 투자 수익을 줄이는 변수로 작용한다. DL로서는 상당히 복잡한 셈법을 풀어야하는 과제가 놓였다고 할 수 있다. 투자수익은 일회성이지만 임차료는 임차 기간 동안 계속해서 부담해야 하는 지출로 비용 절감이라는 그룹의 목표를 앞에 두고 이 두 요인을 저울에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만약 2025년 연말에 디타워 돈의문에서 퇴거한다면 효제동 개발프로젝트의 계획도 바뀔 수밖에 없다. 2027년 완공 예정이라 2025년에는 사용할 수 없기에 사옥이 아닌 선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 회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연면적 2만평의 공간을 찾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시장 일각에서 이만한 공간의 확보는 현 시점에서 마곡 정도 밖에 없지 않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주사업이 건설업인 DL그룹이 임차료와 임차공간 등의 변수만 고려해서 사옥 공간을 옮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을지트윈타워(구 써밋타워)로 본사를 옮긴 대우건설의 경우 이 건물의 시공을 맡으면서 오피스 면적의 60%를 10년 간 책임 임차(마스터리스) 하는 등 사업과 연관성이 있는 곳에 본사를 두고 있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DL이 매각 차익, 임차료, 효제동 활용 방안, 대체 임차 공간 등 여러 가지 변수를 놓고 고민하는 것 같다”면서 “디타워 돈의문 딜은 DL이 앞에 놓인 복잡한 산수 문제의 답을 무엇으로 하는지에 따라 결말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