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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필드 앞날은? 국민연금-신세계 '닮은 듯 다른' 셈법

GP 주도에서 수익자로 국면 전환

2026-01-27 08:22:09김우영kwy@corebeat.co.kr

이지스자산운용이 역삼 센터필드 매각을 전면 중단했다. 당초 GP의 법적 권리를 내세웠지만 수익자인 국민연금과 신세계프라퍼티의 반대에 사실상 백기투항에 가까운 결정을 한 것이다. 다만 이지스와 국민연금, 신세계프라퍼티 셋 간 동상이몽은 끝나지 않았다.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지스는 전날 매각 자문사들에게 입찰을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이날 제안서 접수를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절차를 중단했다.

수익자와 갈등, 불리한 시장 환경에 이지스 두손 들어

당초 이지스는 센터필드 매각을 GP의 고유 권한이란 점을 강조했다. 또 오는 9월 예정된 펀드 대출 만기를 앞두고, 만기 연장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각이 지연되면 EOD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매각 이유였다. 운용사로서 수익자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란 논리다.


그러나 정작 그 수익자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셌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즉각 매각 반대 의사를 공표했다. 이어 국민연금까지 가세해 GP 교체까지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지스가 성과보수 실현을 위해 매각을 하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GP의 명분은 약화됐다.



시장 환경 역시 이지스에 우호적이지 않다. 센터필드는 연면적이 7만2378평에 달하는 국내 오피스 시장에서 꼽히는 초대형 프라임 자산이다. 그러나 글로벌 고금리 국면과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외국계 투자자의 서울 오피스 투자 수요는 시들하다. 코어비트 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오피스 거래규모는 약 23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외국계 투자자의 매입은 단 1건에 그쳤다. 외국계 투자자들이 서울 오피스 매입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한 것이다.


국내 기관 역시 약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초대형 딜을 떠안을 여력이 극히 제한적이다. 센터필드가 '제값'을 받기 녹록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자칫 이지스가 기대한 만큼의 성과보수를 받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이지스 입장에선 매각 절차를 지속할수록 수익자와 갈등, 성과보수 논란, 불리한 시장 환경까지 부담이 커지는 불리한 구조에 놓이게 됐다. 이에 따라 매각 철회와 만기 연장 합의가 가능한 최선의 카드로 남게 됐다는 분석이다.

수익자 간 이해관계 달라...국민연금이 주도권 쥐어

매각 중단으로 센터필드 의사결정은 GP에서 수익자 중심으로 완전히 이동했다. 운용사는 집행자 역할로 한 발 물러났다.


현재 판의 실질적 키를 쥔 쪽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재무적 투자자(FI)로, 매각이든 만기 연장이든 어느 쪽으로든 선택 가능하다. 


반면 신세계프라퍼티는 이해관계가 복합적이다. 그룹 최상급 브랜드 호텔이 입점해 있으며, 리테일을 개발해 위탁 운영하고 있다. 또 신세계아이앤씨, SCK컴퍼니 등 계열사들이 입주해 있다. 그룹 경영전략을 총괄하는 경영전략실과 함께 정용진 회장 집무실도 포진해 있다. 


전략적 투자자이면서 임차인이자 운영자인 것이다.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 호텔 운영권 재협상, 그룹 핵심 거점 상실, 계열사 재배치 등 전략 전반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핵심 자산인 센터필드를 계속 끌고 가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하지만 단독으로 지분을 인수하거나 매각을 주도할 만한 자금 여력은 제한적이다. 원치 않는 출구 국면에서 신세계프라퍼티가 반대 목소리를 키운 이유다. 결과적으로 이지스가 매각을 철회하면서 신세계프라퍼티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 이후 논의는 자연스럽게 만기 연장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GP가 주도하는 매각이 중단되면서, 센터필드의 향후 방향에 대한 판단은 수익자의 의사결정으로 넘어갔다. 수익자들은 펀드의 만기 연장 여부와 연장 시 기간, 자산운용을 맡고 있는 GP의 유지 또는 교체 등 펀드 구조 전반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매각 반대에선 입장이 같았지만 매각이 철회되면서 이해관계가 달라졌다. 이에 따라 향후 수익자 총회를 통한 논의 과정에서 국민연금과 신세계프라퍼티 간 이견이 표면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연금은 신세계프라퍼티와 달리 수익률 극대화와 회수 전략의 유연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는 "이지스가 선택지를 잃게 되면서,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진 국민연금과 자산을 사수해야 하는 신세계프라퍼티 간 어떠한 역학관계가 펼쳐질지에 따라 매각국면은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