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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 DL의 전략이 통했다

디타워 돈의문 매각 가격 75억원 가량 낮아질 듯

2024-10-17 08:14:44이현중hj.lee@corebeat.co.kr

핵심요약

11월 중순 거래 종료 예정으로 인수 가격 MOU 때보다 평당 30만원 정도 낮춰져 2020년 인수 펀드의 공동 투자자로 참여했지만 경기 변동으로 DL과 NH농협금융 간 이해 관계 엇갈려 임차인 DL의 이해가 최대한 반영된 결과로 평가..DL 임차료 절약하고 적정 수준 매각 차익 거둬 '일거양득' 전략적 자산으로 운용하려는 NH농협금융도 소기의 목적 달성 Club Deal은 공동의 이해관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중요해


일거양득 임차인 DL

서울 종로 '디타워 돈의문’ 매각이 11월 중순 거래 종료가 예상된다. 최종 매수 가격은 우선 협상 대상자인 NH농협리츠운용이 당초 제시한 가격보다 약 75억 원 정도 낮다. 마스턴투자운용 펀드의 투자자이며 최대 임차인인 DL그룹의 임차 기간 이슈가 불거지며 협상 전망이 불투명해졌지만 결국 소폭의 가격 조정으로 끝났다. 


18일 부동산IB업계에 따르면 NH농협리츠운용은 11월 중순 디타워 돈의문 인수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인수가격은 양해각서(MOU) 체결 당시 평당 3460만원에서 30만원 정도 낮아진 수준으로 연면적 2만 5000평으로 환산하면 총 인수가는 8575억 원이다. 매수 희망가인 9000억 원에서 75억 원 깎았다. 


DL은 이 빌딩의 매도자인 마스턴자산운용 펀드의 투자자이자 최대 임차인의 위치에 있다. DL은 지난 2020년 마스턴 운용이 설정한 펀드에 보통주 645억 원(28%)을 투자하며 전체 면적의 74.7%를 임대했다. 이번에 새로운 주인이 될 NH농협금융그룹 역시 당시 보통주 투자자(50%, 1139억 원)로 참여했다. 


당초 DL은 2025년으로 끝나는 임차 기간을 2년 연장하면서 평당 25만원 수준인 임차료를 30만원을 넘는 주변 지역 시세 수준으로 올려주는 방안을 고려했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비용이 늘어나지만 투자자 측면에서는 더 많은 매각 차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NH농협금융은 전략적 투자자(SI)로 접근한 데다 2년 동안 임대 수익 증가가 예상돼 인수 희망가로 제시한 9000억원(캡레이트 4% 수준)이 비싼 가격이라는 논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DL의 임차 기간 연장 불가 방침은 거래 조건의 변경으로 연결됐다. 비용절감이 경영의 최우선 목표인 DL은 2년 동안 올려줄 임차료가 투자자로서 거둘 매각 차익보다 더 큰 변수였다. 투자자보다는 임차인으로서 이해를 우선 순위에 두고서 DL은 2025년 이전이라는 카드를 꺼내 임차료를 줄일 수 있게 됐다. 


비용을 낮추고 손에 쥐는 최대한의 매각 차익을 거두겠다는 ‘임차인’DL의 노림수는 통했다는 평가다. DL이 퇴거라는 카드를 과감(?)하게 쓸 수 있었던 배경에는 농협금융지주가 전략적 투자자라는 대목에 있다. 사옥으로 쓸 목적인 농협금융지주는 디타워 돈의문이 꼭 필요했고 이런 사정을 꿰뚫은 DL은 일거양득의 결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

2020년 한배를 탔지만… 변해 버린 경기 흐름에 엇갈린 이해

2020년 인수할 때 설정된 마스턴운용 펀드의 주주구성은 NH농협금융그룹(50%, 1139억원), DL그룹(28%, 645억원), 기타 투자자(22%, 493억원) 였. 당시 DL은 종로구 수송동 본사의 재개발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종로구청이 먼저 재개발을 진행하자 본사 사옥을 종로구청에 임대하고 이곳으로 옮겨왔다. 시내 곳곳에 분산된 계열사를 한 곳으로 모을 필요성까지 더해져 본사 사옥 용도로 디타워 돈의문 입주는 최적의 선택지였다. 투자자로서 배당과 향후 매각 차익까지도 기대할 수 있었다.

 

이미 서대문역을 중심으로 본점과 주요 계열사가 포진한 NH농협금융그룹으로서도 디타워 돈의문은 구미가 당기는 투자 대안이었다. 계열사 확장이 필요한 상황에서 오피스 지역으로는 중심지와 다소 떨어진 서대문에서 대형 오피스의 등장은 통합 사옥의 대안으로 딱 떨어지는 선택이 될 수 있었다. 이런 공통의 이해 속에 DL(투자자이며 최대 임차인)NH농협금융(투자자이며 임차인)은 한 배를 탔다.

 

상황은 변했다.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은 건설업황에 직격탄을 날렸고 DL의 수익성도 떨어졌다. 반면 금융업은 자산가격의 상승 속에 대출확대 전략을 통해 매출이 늘어났고, 수익성도 좋아졌다. 경기 흐름은 두 기업에 전혀 다른 영향 줘, 임차인’DL의 비용절감 전략은 '매수인' NH농협금융의 싸게 사야 하는 이해와 상충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결국 디타워 돈의문 매각은 임차인’DL의 성공적인 엑시트, ‘전략적 매수NH농협금융의 적당한 매수 가격이라는 결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여러 투자자가 함께 참여하는 Club Deal 경우 공동의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경기 흐름은 항상 변하기 때문에 투자자 사이에 이해가 엇갈릴 개연성이 충분한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