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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부동산신탁 부실화 가속화…KB금융지주 허리 휜다

책임준공 확약 포함한 부실로 올해만 3000억원 지원받아 올 상반기에만 1000억원 넘는 손실, 2023년 손실 규모 초과 PF대주단의 책임준공 손해배상 소송은 시작됐다

2024-10-21 08:28:17김두영doyoung.kim@corebeat.co.kr

KB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인 KB부동산신탁이 9월말 금융지주회사에 1500억원의 유상증자를 받으며 추가 자본확충에 나섰다. 지난 6월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으로 1500억원을 지원받았으나 부실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3개월만에 다시 수혈을 받은 것이다. 책임준공 확약형(이하 책준형) 신탁은 신용도가 낮은 중소형 건설사가 주요 고객이어서, 앞으로 관련 손실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시행 및 시공사의 책임준공 기한이 지나면 신탁사는 자기 자금을 투입해 통상 6개월 이내에 준공을 마무리하는데, 그 기간을 넘어서면 PF 대주단에 손해배상 의무가 발생한다. 다만 손해배상 범위를 놓고 대주단과 신탁사가 치열한 소송을 벌이고 있어, 내년 초로 예정된 법원의 판결 결과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책준형 예상 손실 제외하고도 2023년에만 1900억원 손실 반영

KB부동산신탁은 2023년 감사보고서에서 “책준형 신탁사업은 공항동 에어포트시티 등 72건을 진행중에 있으며 2023년말 관련 PF대출 실행잔액은 4조20억원”이라며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인한 손실 금액을 신뢰성 있게 측정할 수 없어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즉, 책준형 신탁의 예상 손실은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2023년 손익계산서를 보면 KB신탁은 기타 영업손익 615억원, 신용손실 충당금 1331억원을 반영했다. 이로 인해 KB부동산신탁은 2022년 677억원 순이익에서 2023년 841억원 순손실로 돌아섰다. 책준형 신탁을 제외했는데도 다른 부문의 투자, 자산평가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24년 3월말 기준으로 책임 준공 기한을 넘긴 9개 사업장에 투입된 신탁계정대는 1582억원이며, 이 가운데 고정 이하는 1198억원이다. 차입형과 달리 책준형 신탁계정대는 후순위 대출로 분류돼 회수 가능성이 낮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 6월 신종자본증권 1700억원을 발행했으며, 이 가운데 1500억원을 KB금융지주가 인수했다. 9월에는 KB금융지주가 150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결국 올해만 3000억원의 자본금을 지원했다. KB신탁은 2024년 상반기(1~6월)에만 1058억원 순손실을 기록해 자본확충 금액이 대부분 손실을 메우는데 사용됐다. 


올해 첫 책준형 신탁 손해배상 청구소송 당해

지난 9월 메리츠화재를 비롯한 대주단은 경기도 평택 청북읍 물류센터의 준공기한을 어겼다며 KB부동산신탁을 상대로 104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시공사인 새천년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며, 현재 KB신탁이 대체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평택 물류센터 PF 대출 약정금은 약 1000억원이다.


대주단은 신한자산신탁을 대상으로 제기한 책준 소송에서 PF 대출 원리금 전체를 대신 갚을 것을 요구했으나, KB신탁 대상 소송은 원리금 전액이 아니라, 실제 손해가 발생했다고 추정하는 금액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국내 부동산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PF 대주단이 신탁사에게 원리금 전액 상환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KB신탁은 책준형 사업장이 70곳이 넘어서 앞으로도 KB금융의 추가 지원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