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 규모의 자산 유동화를 추진 중인 롯데건설이 자문사 선정 일정을 대폭 앞당기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또 매각 대상 부동산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를 포함해 모두 4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자산 효율화 방안 컨설팅 및 매각자문’ 용역사 선정을 위해 18일에 제안서를 접수하고, 21일에 후보업체들의 프리젠테이션(PT)을 받기로 했다. 

PT 이후 업체 선정까지 평균적으로 1~2주 정도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4월 중에는 매각 자문사가 선정될 전망이다.

롯데건설은 지난 2월 27일 자산 유동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5월까지 자문사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계획대로 된다면 일정이 대폭 앞당겨지는 셈이다.

부동산 자문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입찰 제안요청서(RFP) 배포 이후 자문사들에 주어지는 시간이 통상 3주 정도”라며 “롯데건설이 자산 유동화 방침을 공개 선언한 직후 RFP를 자문사들에 배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매각 자문 과정은 착수에서 종료까지 통상 3~6개월 정도 걸린다. 여기에는 RFP 작성부터 자문사 선정, 매수자 발굴, 거래 종결에 이르는 전체 과정이 포함된다. 

따라서 기대대로 자산매각이 진행된다면 롯데건설은 이르면 올 3분기(7~9월) 중에 1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 

롯데건설은 이를 활용해 올해 12월 말 이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5200억 원 규모의 차입금 우려를 해소하고, 약 4조 3000억 원에 달하는 PF 우발채무(2024년 3분기 기준)도 줄여나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어 2026년까지는 부채비율을 150%대로 낮출 방침이다. 

한편, 롯데건설은 RFP에서 매각 대상 물건으로 ⓵서울 서초구 잠원동 사옥(잠원사옥) ⓶서울 용산구 원효로 토지(원효로 부지) ③경기 용인시 창고(백암창고) ④충남 아산시 창고(인주 창고) 등 4건을 소개했다.

잠원사옥은 1978년 준공된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의 아파트 단지 내 상가로, 롯데건설이 1980년부터 본사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다. 2023년 9월 지구단위계획 변경으로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주거복합 개발이 가능하다. 예상 매각가는 5000억 원 수준이다. 

원효로 부지는 용산구 원효로 1가 37-1번지 외(外)로 소개돼 있다. 인접한 토지를 포함한 지역이라는 뜻이다. 이곳은 용산경찰서와 전철 1호선 남영역 사이에 위치한 나대지와 주변 2층 높이의 주택과 카페 등이 있는 곳이다. 모두 롯데건설과 롯데쇼핑, 일부 개인지주 등의 소유로 돼 있다.

여기에 인접해서 역세권 청년임대주택 ‘용산 원효 루미니’가 있다. 루미니는 롯데건설이 2022년 준공한 지하 6층~지상 29층, 752채 규모의 민간임대주택. 롯데건설은 유동화 계획에서 민간임대 리츠 지분 매각을 언급했다. 따라서 매각 대상 물건에 루미니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지역을 전부 합친 토지면적은 6503㎡(약 2000평)이다. 이를 공시지가(2024년 기준)로 환산하면 780억 원 정도다. 서울지역 공시지가의 시세반영률이 69%라는 점을 고려하면 1100억 원 수준에 해당한다. 

백암창고는 1979년 준공된 건물로, 건축물대장에는 철강제 제작공장으로 소개돼 있다. 하지만 현재는 롯데건설이 건설자재나 장비 등을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지가는 70억 원 수준이다. 경기지역 공시지가의 시세반영률(65%)을 반영하면 시세는 100억 원대이다.

인주창고 역시 롯데건설이 자재 보관을 위한 창고로 사용하는 시설물이다. 공시지가는 대략 50억 원 수준으로 시세 반영률(65%)을 고려할 때 8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인접해서 롯데렌탈 부지도 있다. 다만 롯데렌탈은 지난 3월 11일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됐다. 따라서 이번 매각 대상에서는 제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