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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1조에 인수한 프랑스 ‘마천루’ 투자의 눈물

2024년말 라데팡스 마중가 타워 투자 손실률 76% 코로나 사태 끝나도 라데팡스 공실률 20% 육박 한국 기관, 라데팡스 오피스 ‘몰빵 투자’ 후폭풍

2025-04-15 08:45:37김두영doyoung.kim@corebeat.co.kr

미래에셋그룹이 2019년 단일 규모로 가장 컸던 프랑스 라데팡스 마중가 타워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23년 결산에서 50% 누적 손실을 반영했으나, 2024년에 추가로 25% 손실을 반영했다. 라데팡스 지역의 오피스 시장 환경이 계속 악화되고 있어서, 추가적인 자산 가치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의 독일 트리아논(Trianon), 한국투자리얼에셋의 벨기에 투아송도르(TDO) 빌딩처럼 투자자 전액 손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19년은 한국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의 ‘묻지 마’ 해외 부동산 투자가 급증했던 시기로, 몇 년 전부터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미래에셋, 라데팡스 랜드마크 마중가 타워 1조원에 인수

미래에셋증권은 2019년 4월 프랑스 아문디 자산운용과 함께 마중가 타워(Tour Majunga)를 1조830억원에 인수했다. 마중가 타워는 47층, 높이 194m 오피스 빌딩으로 2014년 준공 당시 프랑스에서 4번째로 큰 마천루(skyscraper)로 알려졌다. 

멀티에셋자산운용은 투자를 위해 ‘멀티에셋 해외부동산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6호’와 ‘멀티에셋해외부동산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6-1호’를 조성했고, 미래에셋증권이 셀다운(sell-down)에 실패해 미(未)매각 물량을 떠안았다. 미래에셋은 6호 펀드 71%, 6-1호 펀드 9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멀티에셋은 2024년 미래에셋자산운용에 흡수 합병됐다. 


미래에셋증권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6호 펀드 자본 총계는 2019년말 3414억원에서 2023년말 1750억원으로 약 50% 쪼그라들었고, 2024년말 827억으로 감소했다. 6-1호는 2019년말 1054억원에서 2024년말 245억원으로 감소했다. 2023년, 2024년에 대규모 자산 가치 하락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라데팡스 오피스 공실률, 코로나 끝나도 올라간다

라데팡스 지역 오피스 공실률은 2019년 5% 미만이었으나 2024년 2분기 15%까지 높아졌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2025년초 공실률은 19%까지 치솟은 반면, 파리 시내 CBD(중심업무지구)는 2.9%로 안정적이다.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재택 근무가 감소했는데, 그 수요가 라데팡스가 아닌 시내 오피스로 몰렸기 때문이다.


프랑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라데팡스 지역 빌딩은 대부분 지은 지 20년이 넘어서 향후 10년 이내에 추가적인 투자와 리노베이션(renovation)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실률이 4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국 기관들의 무모한 라데팡스 오피스 투자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앞으로 오피스 임차인의 설비투자(CAPEX) 요청이 들어오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담보인정비율(LTV) 제한 때문에 추가 대출은 어려운데, 그렇다고 기존 투자자에게 추가 투자를 받는 것은 더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