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시장동향

덩치는 커졌지만 체력은 약해진 주택도시기금

기금 120조 돌파에도 여유자금은 역대 최저 국내외 투자 실패 여파...공공주택 재원도 흔들

2025-06-10 07:54:32황재성js.hwang@corebeat.co.kr

덩치는 커졌지만, 실질적인 체력은 오히려 약해졌다.


2024년 말 기준 주택도시기금(이하 기금) 조성 규모는 처음으로 120조 원을 넘어섰다. 외형상으론 성장세를 보였지만, 실제 운용 여력은 오히려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 수익성을 보여주는 여유자금은 10조 원대 초반으로 줄었고, 투자 수익률은 대체투자 실패 등의 영향으로 벤치마크(BM)를 크게 밑돌았다. 기금의 ‘양적 팽창, 질적 위축’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11일 국토교통부의 주택도시기금 결산보고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기금 조성액은 120조1505억 원으로 전년 말(95조4377억 원) 대비 25.9% 증가했다. 1981년 기금 설립 이후 처음으로 120조 원을 넘어선 기록이다.

기금은 1981년 2552억 원으로 출발해 1982년(1조3000억 원)에 1조 원, 1999년(13조3085억 원)에 10조 원, 2020년(100조3031억 원)에 100조 원을 각각 돌파하며 꾸준히 몸집을 키워왔다.


이후 2021년에 116조9141억 원까지 증가했으나, 금리 급등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2022년(108조22억 원), 2023년(95조4,377억 원)에는 감소세로 전환됐다가 이번에 반등에 성공했다.


조성액 반등의 배경으로는 국민주택채권 발행 증가(14조1449억 원, 전년 대비 5.8%), 융자금 회수 확대(14조1843억 원, 18.8%), 전기이월자금 급증(54조4659억 원, 70.6%) 등이 꼽힌다.


하지만 외형적 성장과 달리 실제 활용 가능한 여유자금은 눈에 띄게 줄었다.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 누리집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여유자금 잔액은 11조5068억 원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국민주택채권 발행과 청약저축 납입이 꾸준히 줄어든 결과로 풀이된다.

여유자금의 운용 수익률도 부진했다. 2024년 연평균 수익률은 3.35%로, 벤치마크 대비 2.05%포인트 낮았다. 특히 국내 주식형(-4.60%)과 대체투자(-6.98%) 부문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대체투자 부문에서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 펀드 손실이 결정적이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17년 투자한 미국 보스턴의 스테이트스트리트 빌딩에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해 약 1800억 원 규모의 손실이 확정됐다. 해당 펀드는 후순위로 자금이 투입돼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재정 위축이 단순한 회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금은 공공임대주택 건설, 전세자금 대출, 도시재생사업 등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핵심 재원이다. 여유자금이 줄면 경기 위기나 정책 수요 발생 시 즉각적인 재정 투입이 어려워진다.


실제로 기금 운용 사업 중 ‘수요자 지원’ 부문은 2024년에 전년 대비 4조6000억 원(34.2%) 축소됐다. 이는 신혼부부 전세자금,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실수요자 대상 지원 항목이 줄었음을 시사한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시장에도 악재다. 기금이 '큰손'으로 불릴 정도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금 조성 규모는 사상 최대지만, 여유자금은 역대 최저로 줄고 수익률도 뒷걸음질쳤다”며 “덩치는 커졌지만 체력은 약해진 셈”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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