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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퀴닉스, AI 인프라 투자 확대 발표에 주가 폭락…러셀 지수 제외 악재 겹쳐
2026~2029년 설비투자 대폭 확대 계획에 시장 "실망" 대규모 선행투자 발표로 수익성 우려 확산,성장지수 편출로 패시브 펀드 매도 압력까지
글로벌 데이터센터 리츠(REIT) 선두주자인 에퀴닉스(Nasdaq: EQIX)가 인공지능(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수년간 연간 설비투자(CAPEX)를 크게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최근 5년간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여기에 러셀 1000·3000 성장지수에서 제외되면서 패시브 펀드 매도 압력까지 더해졌다.
에퀴닉스는 지난 6월 25일 Analyst Day에서 2026~2029년 연간 CAPEX를 40억~5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25년 예상치인 33억 달러 대비 약 20~50% 늘어난 수치다. 회사 측은 고성능 AI 서버와 대규모 GPU 클러스터 운영에 필수적인 고전력·고밀도 데이터센터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용량을 2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은 대규모 선행 투자가 단기 수익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보였다. 에퀴닉스는 향후 5년간 조정 순이익(AFFO) 연평균 성장률 가이던스를 기존 7~10%에서 5~9%로 하향 조정했다. 발표 직후 주가는 25일 하루에만 약 9% 하락했고, 26일에도 추가로 9% 가까이 하락하며 이틀 연속 18% 이상 급락했다.
여기에 러셀 성장지수 편출까지 겹쳤다. FTSE Russell은 매년 6월 말 시가총액과 성장성 등을 기준으로 종목을 재구성하는데, 에퀴닉스는 최근 성장성 지표 둔화로 이번 지수에서 제외됐다. 성장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들은 편출 종목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 매도세가 한층 더 강해졌다.
데이터센터 리츠는 전통 오피스나 물류 리츠와 달리, 단순한 임대료 수익만으로는 수익구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Hyperscaler(빅테크) 기업들이 요구하는 고집적 전력·냉각·네트워크 업그레이드는 사실상 오퍼레이터에게 ‘끊임없는 설비투자’를 강제한다. 테넌트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 초우량 신용등급을 보유한 기업들로 리스크는 낮지만, 이들의 요구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계약이 연장되지 않거나 신규 수주에서 제외될 수 있다.
결국 데이터센터 리츠는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과 동시에 계속되는 대규모 투자 비용과 레버리지 부담을 안고 가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에퀴닉스가 AI 수요 확대라는 장기 성장 기회를 잡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했다고 평가하면서도 “AI 수요 확대는 장기 성장 기회이지만, 배당과 성장 간 균형이 과거보다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퀴닉스 사례는 데이터센터 리츠가 단순한 부동산 임대업을 넘어 사실상 디지털 인프라 기업에 가까운 성격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성장주 프리미엄을 유지하려면, 끊임없는 투자 부담과 안정적인 수익 배분 간 균형이 향후에도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