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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 매각② 다크호스로 떠오른 한화생명

자문회사 고용해 인수전략 마련 중

2025-08-07 09:34:44김우영kwy@corebeat.co.kr

한화생명이 적극적으로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에 나서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이지스 인수에 대해 이미 최고위 경영진에 보고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별도의 자문회사를 고용해 인수 전략도 세우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를 단순히 검토하는 수준을 넘어 실행을 염두에 두고 속도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경영권 승계가 진행 중인 한화는 최근 범 그룹 차원에서 활발한 M&A 검토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세 개의 그룹으로 분리되어 경영권 승계가 진행되는 가운데 부동산 부문도 예외는 아니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은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관련 리츠 AMC 설립을 본격화하고 있다.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은 프리미엄 리조트 '북한산 파라스파라 서울' 인수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 이지스 인수로 외연 확장 기대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역시 주력인 금융업을 키우기 위한 M&A를 물색하는 가운데 이지스가 시야에 포착됐다.


보험사인 한화생명이 부동산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려는 표면적 이유는 외연 확장이다.


한화생명이 자회사로 두고 있는 한화자산운용의 운용자산 규모는 약 103조 원이지만 부동산 규모는 3조~4조 원 수준에 불과하다. 한화생명이 국내 보험업계 최대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것과 비교할 때, 한화자산운용의 존재감은 크게 차이가 있고, 특히 부동산 부문의 취약성은 두드러진다. 


이지스 부동산펀드 운용규모는 27조 원이다. 시장 전체 부동산 펀드(약 187조 원)의 약 15%를 점유한 시장 선도 기업이다.  이지스를 인수하면 단번에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정체된 보험업 대신 자산운용업에서 성장 기회 찾아

시장에선 한화생명의 행보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주력인 생명보험 비즈니스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보험 상품 다변화 및 글로벌 진출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새로운 시도와 돌파구가 필요한 김동원 사장에게 금융업 가운데 자산운용업은 중요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특히 김 사장이 주목하는 건 운용사의 캐피털 레이징(capital raising) 능력이다. 이를 활용해 외부 자금을 등에 업고 급이 다른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주요 연기금 등 큰손들의 자금을 유치하고 성공적으로 운용한 경험과 능력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지스는 한화생명이 원하는 풍부한 캐피털 레이징 경험을 갖고 있다. 이지스는 지난 2016년 밸류애드부동산펀드 1호를 시작으로 다양한 펀드를 모집해왔다. 해당 펀드들에는 국내 주요 연기금 및 생명보험사 등이 LP로 참여했다. 이지스의 가장 큰 고객은 국민연금으로, 국내 투자의 절반 이상을 이지스가 운용하고 있다.


이지스가 국민연금 같은 큰손들의 캐피털에 접근할 수 있는 핵심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해외 시장 진출에도 이지스 필요

여기에 이지스는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한화생명에 안성맞춤이다. 최근 한화자산운용은 KIC출신인 김종호 대표이사를 수장으로 앉히며 해외자금 유치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패밀리 오피스 등 글로벌 캐피털을 운용하겠단 것이다. 


하지만 해외 큰손들의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이지스는 이 문제를 단박에 해결해줄 '카드'이다. 이지스는 미국과 싱가포르, 홍콩, 영국, 독일 등에 총 10개의 현지법인 및 사무소를 두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이미 가시적인 펀드 레이징 성과도 내고 있다.


따라서 한화생명이 오는 13일 1차 입찰 후 실사에 돌입했을 때 인수의지 및 인수가격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이지스의 캐피털 레이징 능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지스 인수로 외연이 크게 확장되는 것은 물론, 이면에는 더 절실한 니즈가 숨어있는 것이다.

급성장에 따른 후유증 우려도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지스의 캐피털 레이징 능력이 과대평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급성장에 따른 후유증이 적잖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정점일 때 설정한 일부 펀드들 가운데 수익률이 실망스러운 것들이 적지 않다.


또 최대 고객인 국민연금의 투자가 계속될지도 미지수이다. 


최근 수조 원이 투자된 마곡 원그로브 사업을 추진하면서 국민연금과 이지스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지스보다 국민연금이 더 적극적으로 자산 안정화에 힘을 쏟는 모양새가 표출되고 있는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라며 "운용사의 핵심은 성과인데, 성과 없이는 추가적인 자금유치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결국 숫자로 뒷받침되는 이지스의 능력과 최근의 우려 사이에서 한화생명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가 이번 매각 레이스의 판도를 가를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