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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파라스파라 '속전속결' 인수 이유는?

13일부터 자체 프리미엄 브랜드 '안토'(ANTO) 사용 약 한 달만에 인수 끝내 라이프플랫폼 구축 가속화

2025-08-12 08:16:04김우영kwy@corebeat.co.kr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파라스파라 서울' 인수를 사실상 확정했다. 경영권 승계에 따라 범그룹 차원에서 M&A를 활발히 하는 한화그룹이 세운 또 하나의 가시적 성과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파라스파라 인수 최종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파라스파라 측은 이날 회원 공지를 통해 오는 13일부터 ANTO(안토/安土) 브랜드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안토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프리미엄 리조트 브랜드다.


소유권 이전 과정에서의 회원 및 투숙객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화 측이 서둘러 운영부터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지에서도 "회원의 권리와 혜택은 변함없이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이미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파라스파라 업무를 맡을 직원을 선발한다는 내부 공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파라스파라 서울 제공]

이례적 '속도전'에 최종 인수가 상향 가능성

말 그대로 속전속결이다. 이번 인수와 관련해 '검토 중'이라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측의 공식 반응이 나온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아 간판을 바꿔 달게 됐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기존 소유주인 삼정기업 계열의 정상북한산리조트로부터 지분 100%를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가치는 5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되지만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기존 PF 대출을 승계하는 구조로 인수를 추진하면서 실제 들어가는 금액은 2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시장은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전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측의 인수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때문에 인수 금액이 올라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기존 파라스파라를 위탁 운영하던 조선호텔앤리조트와 계약을 해지하면서 발생하는 위약금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인수로 인한 차입 증가는 부담

시장에선 그간 지속적인 인수자금 소요로 차입 부담이 커진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이 같은 부담을 무릅쓰고 속도전을 벌인 이유를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순차입금은 2023년 1561억원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자본지출 증가로 2024년 1928억원으로 늘었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아워홈 지분 58.6%를 8695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차입부담이 크게 늘었다.


이미 2024년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비율이 2배로 높아진 상황에서 아워홈에 이어 파라스파라 인수 자금 지출 마련을 위한 추가 차입이 이뤄질 경우 재무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승계 구도 속 존재감 드러낼 가시적 성과 필요했을 수

그렇지만 단기적 재무 부담보다는 중장기 사업재편 및 발전 방향이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입장에선 더 중요했을 수 있다. 


특히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삼형제 모두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 전략을 세우고 있어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그룹의 해양·방산 역량 강화를 위해 한화오션을 품으며 덩치를 키웠다. 이어 미국 신재생에너지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 역시 미국 벨로시티 증권 지분을 인수하고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리테일 시장에서 진출하는 등 금융업 키우기에 적극적이다.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도 이 과정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는 게 IB업계의 평가다.

승계 구도에서 자신이 맡은 레저·외식 부문 판을 키우려면 성과가 바로 드러나는 굵직한 거래들이 필요하다. 파라스파라는 이미 운영을 하고 있어 인수 직후 곧바로 매출 확대 및 브랜드 강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서울 유일의 프리미엄 리조트인 파라스파라 인수로 5성급 호텔인 더플라자와 함께 서울 프리미엄 숙박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다. 

이는 아워홈 인수와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 런칭 등을 통해 기존 유통, 식음, 레저 계열과 연계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전략을 한층 가속화하게 한다.

때문에 호텔업을 하는 다른 경쟁사가 인수에 관심을 갖고 뛰어들기 전에 서둘러 계약을 마무리 짓는 것이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입장에선 매우 중요했을 수 있다.


마침 팔려는 쪽의 타이밍도 맞아떨어졌다. 삼정기업이 회생 절차에 들어가고 오너 일가가 구속된 탓에 매각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