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시장동향
이지스 매각② 힐하우스의 산적한 과제, 연말 시한내 해결하나
POA 연말까지 시한 국민연금 출자금 회수 '폭탄'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계약까지 이어지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우선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지스 매각과 관련한 주주들의 POA(Power of Attorney·대리권 위임) 시한은 연말까지다. POA는 주주들이 거래를 원활히 진행하도록 대리권을 위임해 놓는 장치다. 다만 무기한 위임을 막기 위해 시한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힐하우스는 POA 시한대로 주식매매계약(SPA)을 올해 안에 마친다는 시간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연말이란 시기적 특수성을 감안하면 SPA를 체결하고 연내 계약금을 지급해야 하는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지 시장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POA는 거래 집행의 필수 요건이기 때문에, 연내 SPA 체결이 지연될 경우 갱신 과정에서 주주 간 이해를 다시 모아야 한다. 일부 자회사 Carve-out 같이 주주 간 이해 충돌 이슈가 생기면 내년 딜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국민연금 투자금 회수 '악재'
더 큰 문제는 정식 실사다.
인수 후보자들의 가격 경쟁엔 인수 '의지'가 반영된다. 정식 실사는 그 의지가 타당한지 검토하는 현실적인 작업이다. 누락된 부채는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잠재 소송 리스크나 부동산 PF 리스크 같은 '숨은 폭탄'을 찾아내는 것도 이때 이뤄진다. 때문에 실사에서 딜이 깨지는 경우가 가장 많다.
당장 정식 실사에 들어가기도 전에 국민연금의 투자금 회수라는 초대형 악재가 튀어나왔다. 국민연금은 매각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투자 정보를 원매자들에게 제공한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이지스는 국민연금과 밀접했다. 국민연금이 이지스 국내 부동산펀드에 출자한 금액은 2조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시장 평가액으로는 7~8조원에 달한다. 시장에선 국민연금의 국내 부동산 투자의 70% 이상을 이지스가 운용하고 있다고 추정할 정도다.
이지스는 국민연금을 찾아 직접 소명했으나, 공적기관인 국민연금은 출자금 전액 회수는 물론 민·형사상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으로부터 위탁 받은 자산을 성실히 운용해야 할 운용사의 새 주인을 찾는 과정이 주주들의 돈잔치로 흘러갔다는 비판을 국민연금이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업 구조 복잡한 이지스, 실사 까다로울 듯
그간 이지스 사업에 대한 힐하우스의 실사는 한층 꼼꼼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지스는 빠르게 성장하면서 다양한 계열사, 자회사를 두고 있다. 운용 중인 펀드가 259개에 달할 정도로 복잡다단한 자산에 대한 상세한 실사를 진행하려면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한다.
특히 이지스는 자산운용뿐 아니라 개발 사업 비중도 높다. 2024년 영업수익을 보면 수수료 수익이 약 64%, 투자수익이 약 25%를 차지한다. 통상 운용보수가 대부분인 전형적 자산운용사와 달리 이지스는 운용사와 투자개발회사가 결합된 모델에 가깝다.
따라서 관계사 간 크고 작은 거래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입찰 과정에서 일부 인수 희망기업은 이를 이지스 밸류에이션 평가의 중요한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관계 회사들도 복잡하다. 조갑주 리얼에셋지원 대표와 그의 가족 회사인 지에프인베스트먼트, 그리고 조 대표 부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스카이밸류 등 이지스를 둘러싼 회사와 그들의 특수관계회사들이 수십 곳에 달한다.
복잡한 지분 구조 및 거래는 잠재적 소송이나 제재 대상일 수도 있다. 당장 이지스가 완전자회사인 이지스투자파트너스를 통해 스카이밸류 완전자회사인 에코그리드솔라에 신용공여를 한 것을 두고 자본시장법 위반 지적이 제기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힐하우스가 과연 이러한 복병들을 넘어 계획대로 연내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