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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 매각⑤ 8000억 몸값은 적정한가…FRE로 보면 18-25배

높은 일회성 이익 비중으로 경기에 민감 인수자 성격에 따라 평가 갈릴 듯

2025-08-19 08:50:05김우영kwy@corebeat.co.kr

이지스자산운용 매각이 본입찰 국면으로 향하면서 관심은 가격으로 쏠리고 있다.


매각주관사가 제시한 기업가치(EV) 8,000억 원은 2024년 말 기준 총운용자산(AUM) 67조 원, 순자산총액 기준 운용규모 약 29조 원의 국내 1위 부동산 운용사에 대한 평가다.


표면적으로는 상각전이익(EBITDA) 약 9배로, 2021년 EQT–Exeter(약 20배), ESR–ARA(약 15배) 등 글로벌 거래에 견줘 낮다.


다만 금리·거시환경과 사업모델 차이를 감안해야 한다.

거래·개발 비중 높아 실적 변동성 커

핵심은 ‘수익의 질’이다. 이지스의 2024년 영업수익을 뜯어보면 수수료 수익이 약 64%, 투자수익이 약 25%를 차지한다. 통상 운용보수가 대부분인 전형적 자산운용사와 달리 이지스는 운용사와 투자회사가 결합된 모델에 가깝다.


수수료 수익 2,375억 원의 구성도 보수적이지 않다. 매입·매각·성과보수 등 거래 연동 일회성 보수가 1,085억 원으로 약 46%에 달한다. 반복성이 낮아 경기·거래 사이클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일회성 보수를 제외한 운용보수(약 1,290억 원)도 뜯어보면 일반적인 수수료 구조와는 다른 점이 포착된다. 실물자산에서 발생하는 기본 관리·운용보수 외에 개발사업 관련 보수 비중이 크다. 지난해에만 세운5구역에서 약 135억 원을 벌어들인 것을 비롯해 힐튼호텔약 115억 원, 서리풀 개발 약 40억 원 등 3개 개발 사업에서만 약 300억원에 달한다.


이를 제외하면 통상적인 실물자산에서 나오는 운용보수는 1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이지스 총 급여(급여+퇴직급여+복리후생비)가 990억원에 달하는 걸 감안하면, 일회성 보수가 없으면 급여도 감당하기 빠듯한 셈이다.


개발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그 이익이 기간에 걸쳐 들어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개발 사업은 정부 및 지자체 정책과 인허가, 지역사회와의 이해 조율, 시공사 참여 조건(공사비·보증 여부) 등 진행 과정에서 돌발적으로 표출된 변수가 복합적이다.


게다가 이지스 개발 사업은 사업비만 약 5조원으로 추정되는 힐튼호텔 재개발처럼 상당수가 조 단위에 이르는 초대형 사업들이 즐비하다. 규모가 큰 만큼 작은 오차에도 이익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정리하면, 이지스의 수익구조는 시장 흐름과 거래·개발 사이클에 민감하다. 반복성·가시성이 높은 관리·운용보수 중심 구조와 달리 거래·개발 비중이 높아 연간 실적 변동성이 구조적으로 큰 모델이라는 점이 가격 산정의 핵심 변수다. 


실적 변동성도 이를 반영한다. 영업이익은 2020년 393억 원에서 2021년 1,144억 원, 2022년 1,757억 원으로 급증하다가 2023년 723억 원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2024년에는 성과보수로 인해 1,228억 원으로 회복했다. 경기와 거래사이클, 대형 프로젝트 성과에 실적이 민감하게 흔들렸다.


공격적 레버리지도 부담

재무 레버리지는 공격적이다.


은행차입금은 2020년 68억 원에서 2024년 1,000억 원을 넘어섰고, 회사채 발행은 같은 기간 1,000억 원에서 2,935억 원으로 약 3배 확대됐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레버리지 배율(총자산/자기자본)은 1.8배(2020년)에서 2.3배(2024년)로 상승했다. 부동산 투자는 장기인데 조달은 단기로 매칭되어 있어 유동성 대응력 점검이 불가피하다.


FRE 기준으로는 고평가

가격 판단의 잣대를 FRE(Fee-Related Earnings)로 돌려보면 풍경이 달라진다.


2024년 전체 수수료수익 2,375억 원 중 매입·매각·성과보수가 1,085억 원(40% 이상)이다. 이를 제외한 반복 수수료는 약 1,290억 원이다. 업계 통상 가정치(마진 25%)를 적용하면 452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 기준으로 EV/FRE를 따져보면 17.7~24.8배가 나온다. 겉으론 EBITDA 9배로 ‘저렴’해 보이지만, 반복 수수료 기반 이익으로 보면 멀티플은 오히려 높아진다.

인수자 성격에 따라 평가 갈려

시장 평가는 인수자 성격에 따라 갈린다. 전략적 투자자(SI)는 한국 플랫폼·제품 라인업(오피스·물류·데이터센터·리츠)·LP 네트워크를 단번에 확보한다는 시너지를 감안해 8,000억 원 방어가 가능하다는 시각이 있다. 


단, 3년 내 반복 수수료 비중을 끌어올리는 재편 로드맵이 전제다.


반면 재무적 투자자(FI)는 변동성·레버리지·프로젝트 집중 리스크를 할인해 6,000억~7,000억 원대가 균형점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