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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1.5조 투자·M&A로 부동산 ‘빅 플레이어’ 선언

이지스 인수 추진 등으로 ‘개발기획-개발금융-시공’ 수직 계열화 10월 1일 임시주총에서 정관 개정…종합건설업 진출 본격화

2025-09-29 08:36:19황재성js.hwang@corebeat.co.kr

전통적인 섬유·석유화학 기업인 태광그룹이 1조5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로드맵과 정관 개정을 발표하며 건설·부동산 사업을 그룹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공식화했다. 


침체된 주력 사업의 위기에서 벗어나 ‘부동산 기획-개발금융-건설시공’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이번 선언을 기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강력한 메시지로 평가하며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에서 부동산 개발업 밸류 체인 확보

30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29일 ‘장래사업·경영계획 정정신고’를 통해 2026년 말까지 화장품·에너지와 함께 부동산 개발 관련 기업 인수 및 설립에 약 1조5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이는 그룹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 2조5000억 원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10월 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정관변경 및 이사 선임 안건도 처리한다. 기존 (1)~(7)번에 섬유·석유화학 사업 위주로 나열돼 있던 사업목적에 (8) 부동산 개발 및 시행사업부터 (20) 신재생에너지 사업까지 13개 항목이 새롭게 추가됐다. 이 가운데 9개가 건설·부동산 관련 항목으로, 제조업 중심에서 부동산 개발업을 핵심 축으로 포함하는 전략적 전환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유태호 대표이사는 이날 주주서한에서 “석유화학·섬유 업황 악화로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도 약 160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며 “새로운 경영환경에서 도태냐 도약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 동력 확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변화와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며 사업목적 변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적잖은 파장

업계에서는 태광그룹의 행보가 부동산 시장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 계열사와의 시너지가 핵심이다. 지난 3월 흥국리츠운용을 설립한 데 이어 계열사 흥국생명이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 참여 중인 점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인수가 5000억 원 규모로 예상되는 이지스의 프로젝트 발굴·기획 역량에 금융 계열사의 자금 조달 능력, 태광산업의 시공 건설 역량이 결합되면 외부 의존도를 최소화하면서 부동산 개발 밸류체인(개발기획-개발금융-시공)을 내부에서 완전히 소화하는 통합 시스템이 구축된다. 이는 수익 극대화뿐 아니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다른 기업과 차별되는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종합 건설업 진출도 공식화됐다. 임시주총에 상정된 정관 변경안에는 주택건설사업, 토목공사업, 건축공사업 등이 새롭게 포함됐다. 자체 시공 역량을 확보해 개발사업을 원스톱으로 수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태광그룹이 도급순위 100위 이내 중견 건설사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매각 절차에 들어간 삼부토건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도급순위 78위인 삼부토건은 9월 매각 공고를 냈고, 10월 중순부터 인수의향서를 접수한다.


태광그룹이 삼부토건과 같은 중견사를 인수할 경우 개발 기획부터 시공까지 밸류체인을 모두 갖춘 새로운 ‘빅 플레이어’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금리와 거래 위축으로 기존 건설·개발사들이 몸을 사리는 상황에서, 현금 동원력이 큰 태광의 시장 진입은 단순한 신규 진출을 넘어 구조적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몇 년간 태광그룹은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가장 강력한 변수이자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