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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두산타워, 마침내 실타래 풀려... 코람코자산운용 통 큰 베팅

재입찰 끝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코람코자산운용, 반환불가 보증금 제시

2025-09-05 08:56:40김우영kwy@corebeat.co.kr

매각에 난항을 겪은 분당두산타워 인수전이 큰 고비를 넘겼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코람코자산신탁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코람코자산운용을 우협으로 확정했다.


첫 입찰에서 결정을 하지 못해 재입찰을 실시할 정도로 얽히고 설킨 분당두산타워 매각에서 코람코자산운용은 7900억원을 제시해 우협으로 선정됐다.


인수가액은 동일...코람코자산운용 승부수는 '30억'

하지만 재입찰 결과를 좌우한 건 입찰가액이 아니었다. 이번 재입찰에선 두산의 보통주 투자조건 300억원이 정해진 탓에 원매수자들이 동일한 인수가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원매수자들은 다른 조건으로 승부를 봐야 했다. 


코람코자산운용은 30억원의 반환불가 이행보증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경쟁이 제한적인 이번 인수전에서 강력한 거래 종결 의지를 보임으로써 매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또 그간 자산관리를 맡아온 코람코자산신탁에 이어 코람코 계열이 계속 자산관리를 이어 맡는 것이 더 낫다는 두산의 판단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두산의 이중적 지위로 복잡했던 인수전

우협 선정까지 분당두산타워는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다. 당초 인수전에는 코람코자산운용 외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한화자산운용이 7월 말 실시한 입찰에 참여했지만, 매도자가 원매수자들이 제시한 조건이 부족하다며 지난달 29일 재입찰을 실시했다.


두산그룹이 이 빌딩을 거의 통으로 쓰는 임차인인 동시에 지분을 가진 전략적 투자자(SI)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임차인은 최대한 장기로 낮은 임대료를 유지해야 하는 반면 투자자는 임대료를 높여 건물가치를 높여야 한다. 


여기에 자본차익을 노린 외부 금융투자자(FI)들의 이해까지 얽히며 구조가 복잡해졌다.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두산의 지분 참여가 매각 과정에선 불확실성을 키운 셈이다.


원매자 입장에선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두산의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 임대차 재계약 조건, 임대료 수준이 모두 거래 가격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첫 입찰에서 결정을 짓지 못하고 재입찰까지 간 건 원매수자들의 경쟁 때문이 아니라 매도자인 두산 때문이었던 것이다.

실사 거쳐 올해 안 클로징 전망

결국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 두산은 보통주 투자 조건 300억원을 선제시했고, 이에 따라 원매수자들은 투자 가능한 가격 상한을 7900억원으로 계상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코람코자산운용은 거래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몰취되는 30억원의 이행보증금을 제시하면서 딜 클로징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매도자 입장에선 그만큼 클로징 리스크를 덜 수 있다.


또 기존 자산관리 담당자를 변경하는 것보다 같은 코람코 계열에 계속 맡기는 것이 좋다는 두산의 판단도 우협 선정의 중요한 이유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차인인 두산 입장에선 자신들의 니즈를 잘 알고 있는 코람코자산신탁과 같은 계열의 코람코자산운용에 점수를 더 준 것이다.


꼬여 있는 실타래를 두산이 스스로 느슨하게 만들었고, 코람코자산신탁이 이를 잘 풀어낸 셈이다. 


이에 따라 분당두산타워 매각은 실사를 거쳐 올해 안에 매듭을 지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