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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임대차 데이터를 보면 전략적 투자자가 보입니다”

알스퀘어, 삼양식품 남산N타워/GC녹십자 서울숲더샵 투자 유치 이호준 알스퀘어 투자자문 본부장 인터뷰

2025-09-11 08:11:56김두영doyoung.kim@corebeat.co.kr

지난해부터 오피스 매매 시장의 두드러진 특징은 전략적 투자자(SI)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물가 상승과 우수 인재 유치 등의 이유로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기업들이 오피스를 아예 인수하는 것이다. 시중 유동성 부족으로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주춤해진 탓도 있다.


대기업들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서울 도심의 비싼 오피스에서 탈출하고 있으나, IT/게임/패션 등 일부 업종 기업은 보유 현금을 기반으로 인수에 나서고 있다. 대형 오피스 매매 주관 업무는 CBRE, 세빌스, JLL, 쿠쉬먼(Cushman) 등 외국계 자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국내 토종 자문사인 알스퀘어는 오랫동안 축적해온 전국 오피스 빌딩의 임대차 데이터를 활용해, 최종 소비자인 기업들을 SI로 유치하며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알스퀘어 이호준 부사장을 만나 니치(niche) 전략을 들어봤다.

Q. 기업의 임대차 계약 정보를 어떻게 오피스 매매에 활용하나요?


알스퀘어는 전국 주요 오피스 빌딩의 임대차 현황을 직접 조사해 데이터 베이스(DB)로 구축합니다. DB를 보면 기업들의 임대차 만기가 언제 돌아오는지, 그에 따라 계약을 연장하는지 아니면 이전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기업이 성장하고, 임직원이 늘어나면 계약 기간에 맞춰 사옥을 옮기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결국 사옥 마련 수요가 발생하는 기업이 눈에 보입니다. 물론, 대기업 보다는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현금이 쌓이는 중견 기업이 주요 타겟입니다.


Q. 실제 사옥 수요가 있는 기업을 SI로 유치한 사례가 있나요?


올해는 불닭 볶음면으로 유명한 삼양식품의 남산N타워 매입을 자문했습니다. 삼양식품은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 2023 4월 서울시 재개발이 확정돼 사옥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으면서 임직원 수는 20242390명으로 2배 이상 늘었고, 보유 현금도 수천 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삼양식품은 당초 용산구의 공매로 나온 토지를 매입해 사옥을 짓고 이전할 계획이었으나 무산되면서, 난감한 처지에 빠졌습니다.

 

때마침 한 시행사가 충무로에 위치한 남산N타워를 매물로 내놓았고, 삼양식품도 도심업무지구(CBD)에 명동과 가까운 신축 빌딩을 선호해 인수 협의가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최근에는 강남업무지구(GBD) 오피스 매입 수요가 있는 전략적 투자자(SI)를 유치해, 강남구 삼성동 빌딩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습니다. 현재 우선주 투자자 모집과 딜 클로징(Deal Closing) 절차가 진행되고 습니다.

Q. SI로 사옥 수요가 있는 기업은 어디가 있을까요?


대기업보다는 IT, 게임 업종이 많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특정 제품과 서비스, 게임 매출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영업이익과 인력이 늘어난 기업이 대부분입니다. 매각이 취소되기는 했지만, () 게임 회사는 GBD 오피스를 사옥으로 매입하기 위해 800억원 투자확약서(LOC)를 제출할 정도로 현금이 많습니다.

 

코로나 이후 결혼정보 업계가 초()호황을 누리면서 1위 기업인 듀오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2배로 늘었습니다. 임직원도 크게 늘어 2024년 신논현역 근처 케이플라츠 신논현825억원에 인수했습니다.

 

골프웨어로 출발해 종합패션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한 크리스에프앤씨(CreaS F&C) 2022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형지빌딩을 13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Q. 서울숲더샵은 A to Z 로 자문한 사례인가요?


성동구에 위치한 서울숲더샵 프로젝트는 포스코E&C의 매각 자문으로 시작됐습니다. 이후 내부의 TR(Tenant Relations), 임대차 자문 팀과 TF를 구성해 전략적 투자자를 찾았습니다. 이때, 사옥 수요가 있는 GC녹십자를 유치했습니다, 알스퀘어는 리모델링을 위한 인테리어 및 공간 설계, 시공까지 맡았고, 본사도 옮겼습니다. 전사적으로 매입/매각 자문과 인테리어, SI 투자 유치까지 전 과정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Q. 전략적 투자자의 오피스 인수 구조는 어떠한가요?

전략적 투자자 유치는 임차기간이 끝나면 매번 이전을 고민하지만, 사옥을 매입하기에는 자금에 부담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합니다. 일정 금액을 투자해 안정적인 공간을 확보하고, 향후 투자에 따른 자산가치상승을 공유하는 전략으로 기업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SI는 사업 확장과  임직원들을 위한 사무 공간 확보가 우선이기 때문에, 우선주 투자자에게 보다 많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보통주로 300~500억 원 투자할 수 있는 기업들이 주된 설득 대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