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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압류' 직면한 브룩필드, IFC 소유권까지 흔들리나
SPC 지분 가압류에 ‘EOD 데드라인’ 압박 리파이낸싱 전략도 중단 위기
서울 여의도 IFC를 놓고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브룩필드자산운용의 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래에셋이 IFC 이행보증금 미반환을 이유로 브룩필드가 출자한 SPC 지분에 가압류를 신청하면서, 단순한 계약금 반환 문제를 넘어 투자펀드의 EOD 가능성으로 확대됐다.
앞서 브룩필드는 2016년 IFC를 개발사인 AIG로부터 2조5500억원에 인수했다. 한국에 개별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각각의 SPC가 오피스 동(One, Two, Three IFC)과 IFC몰, 콘래드호텔을 자산으로 보유하는 방식이다. 이어 싱가포르에 펀드를 설정해 해당 펀드가 각 SPC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24년 콘래드호텔을 ARA자산운용에 매각하면서 현재는 3개 오피스 동과 IFC몰을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이 4개의 국내 SPC와 싱가포르 SPC의 지분에 최근 가압류를 신청했다. 지난 2021년 미래에셋이 IFC 인수를 추진하던 과정에서 건넨 2000억원의 이행보증금을 반환하라는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 결정을 브룩필드가 이행하지 않은데 따른 대응이다.

1개월의 EOD '데드라인' 발생
미래에셋의 가압류 신청은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브룩필드가 운용하는 펀드는 사실상 '한 달'이라는 EOD 데드라인이 생겼기 때문이다.
IFC 같은 초대형 자산의 거래는 일반적으로 가압류 같은 '심각한 문제'(encumbrance)가 발생하면 Cure Period 내 해소해야 한다는 조항이 따라 붙는다. Cure Period는 보통 1개월이다. Cure Period 안에 해소를 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EOD가 된다.
만약 EOD가 현실화되면 대주단은 기한이익상실을 통보하고 대출금 상환을 요구하게 된다.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최악의 경우 대주단이 담보권을 실행해 자산 매각에 나설 수도 있다.
IFC 리파이낸싱도 심각한 차질 불가피
당장 시급한 문제는 브룩필드가 IFC를 보유하기로 방향을 정하면서 추진하고 있는 컨티뉴에이션 펀드 프로세스도 중단된다는 것이다.
브룩필드는 일부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 요구에 응하면서도 IFC를 계속 보유하기 위해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선택했다. 기존 펀드에 담긴 자산을 새 펀드로 이전하고, 그렇게 만든 새 펀드에 새 투자자를 유치해 기존 투자자는 엑시트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우량 자산으로 평가 받는 IFC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외 연기금들의 관심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압류 신청으로 EOD 발생 가능성이 생기면서 상황이 확 달라졌다. 이미 가압류 신청이라는 중대 상황이 발생한데다 잠재적으로 EOD 트리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존 대출도 회수 모드로 전환될 수 있는 판에 신규 대출(리파이낸싱)은 불가능하다.

2000억원 마련 쉽지 않아
관건은 브룩필드의 태도다. 브룩필드는 SIAC 판결에 대응해 법적 절차를 예고하고 있다. 순순히 2000억원을 주지 않겠단 의지가 확고하다.
2000억원을 마련하기도 어려운 현실적 이유도 있다.
2000억원은 브룩필드 AUM의 0.0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IFC 투자 주체는 브룩필드가 아니라 브룩필드가 운용하는 투자펀드다. 때문에 반환해야 하는 이행보증금은 펀드에서 마련해야 한다. 브룩필드는 운용사일 뿐이다. 운용사가 투자산 자산의 손실·지급 의무를 고유계정으로 메울 의무는 없다.
펀드는 임대료 수익이 발생하면 운영비용을 뺀 나머지를 LP들에게 배당을 준다. 때문에 펀드 내 현금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2000억원을 즉시 반환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자금을 조달하려면 추가 출자로 펀드 규모를 확대하거나 대출을 조달하거나 보유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 그 어느 것도 단기에 마련하기란 불가능하다.
물론 브룩필드가 펀드에 단기 대여를 하는 등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펀드의 모든 의무는 펀드 재산으로 책임지는' 펀드 구조의 핵심 원칙을 깨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아직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기 계정에서 돈을 먼저 내주면 SIAC 판정을 수용한 것이란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이는 이후 대응 절차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전략적으로 지급을 지연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를 통해 현실적으로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은 감내해야 한다.
브룩필드는 이미 막대한 비용을 소송 비용으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SIAC는 미래에셋의 손을 들어주면서 브룩필드가 지연이자도 배상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이 지연이자만 하루에 52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년 끝에 나온 판정... 시장의 아쉬움
가압류 신청까지 이어지면서 미래에셋의 강경한 스탠스는 분명해졌다. 문제는 업계의 시선이다. 두 운용사의 분쟁 자체보다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의 중재가 미칠 시장의 파장에 대한 아쉬움이다.
시장은 SIAC가 복잡한 크로스보더 딜을 빠르게 정리해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 결론이 나오기까지 2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면서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근본적으로 초대형 부동산 거래는 개별성이 매우 크다. IFC와 같은 메가딜은 변수가 많고, 매도자와 매수자가 각 사안별로 유연하고 프라이빗하게 조율하며 합의점을 찾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부동산 시장 관행을 반영하는 중재적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한쪽의 완전한 패소, 반대쪽의 완전한 승소라는 구도는 시장이 기대했던 ‘실무형 해결’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업계가 우려하는 지점은 이 판결이 향후 부동산 거래에 새로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다. 협상을 통해 조건을 조정하고 합의점을 찾아가는 딜 구조가 아니라, 자칫하면 치킨게임으로 번지는 전례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하드 디파짓 관행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거래가 유연해지는 대신 더 경직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정 딜을 넘어 글로벌 자본의 한국 상업용 부동산 접근 방식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