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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리츠, 물류시장 흔드는 게임 체인저되나

① 1호 자산은 어디? 대전·천안·인천 소재 3곳 ② 자금은 어떻게? 3000억 조달 착수 ③ 어디에 쓰이나? ‘전국 로켓배송망’ 확충

2025-10-22 09:01:24황재성js.hwang@corebeat.co.kr

쿠팡이 본격적으로 리츠(부동산투자회사·REITs) 시장 진입의 첫 단계를 밟았다. 쿠팡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알파씨엘씨리츠운용㈜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산관리회사(AMC) 설립 인가를 획득하면서다. 이로써 쿠팡은 전국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부동산 유동화 플랫폼을 직접 운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확보했다.


이번 인가는 단순한 부채 절감이나 자산 매각 차원이 아니다. 쿠팡이 필요하면 리츠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뒤 직접 건설-임대까지 가능한 수직 계열화(vertical integration) 구조를 구축할 수 있게 된 것이 핵심이다. 시장 관심은 이제 “쿠팡 리츠가 어떤 자산을 담고,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모으며, 그 자금을 어디에 투입할 것인가”로 집중된다.


① 전국 30개 거점 순차적 편입

리츠에 편입될 1차 자산은 3곳으로 모두 자가시설이다. 대전 동구 남대전 프레시 풀필먼트센터(FC)와 충남 북천안 FC, 인천 소재 FC가 대상이다. 


이 가운데 남대전센터는 ‘1호 유동화 자산’으로 꼽혀왔던 곳이다. 연면적 8만8,544.3㎡(2만6,785평) 규모의 대형 신선식품 전용 물류센터로, 약 1,800억 원이 투입됐다. AI·빅데이터 기반 자동 분류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물류시설로, 1,300명 이상을 직접 고용 중이다.


해당 센터를 보유한 ‘쿠팡대전풀필먼트제일차㈜’가 알파씨엘씨리츠운용 지분 9%를 보유하고 있어, 쿠팡이 단순 임차인이 아닌 운용 단계부터 참여하는 '선 투자 후 유동화'(빌드-유동화) 모델임을 보여준다.  쿠팡은 앞으로 전국 30여 개 거점 물류센터를 순차적으로 리츠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계획이다.


② NH·한투 공동 주관으로 모집 착수

쿠팡 리츠의 1차 자기자본(Equity) 조달 규모는 약 3,000억 원이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공동 주관사로 참여하며, 현재 투자자 모집이 진행 중이다.


쿠팡은 증권사에 투자자 지분율을 20% 미만으로 제한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는 시장 내 이해관계 충돌을 피하고 쿠팡 중심의 독립적 리츠 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운용은 쿠팡이 9%를 출자한 알파씨엘씨리츠운용이 맡는다. 모회사 알파자산운용(2002년 설립)은 대체투자 운용 경험이 풍부한 독립계 운용사이다. 쿠팡은 대형 리츠 하우스 대신 알파를 파트너로 택함으로써 유연한 협업형 리츠 구조를 설계했다.


운용사는 자본금 70억 원으로 출범했으며, 외부 투자자 유치를 통한 단계적 증자가 예정돼 있다. 전체 조달 목표는 프로젝트 리츠를 포함해 3조~4조 원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임차인과 스폰서를 겸한 초우량 기업인 만큼, 기관투자자 참여가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③ 2026년까지 3조 투자 계획

쿠팡은 리츠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전국 로켓배송망 확충, 특히 지방 풀필먼트센터 신·증설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 2024년 3월 발표한 중장기 계획에서 “2026년까지 3조 원 이상을 투자해 전국 인구 100% 커버 가능한 무료 로켓배송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김천·제천·부산·이천·천안·대전·광주·울산 등 8개 지역에서 신규 FC 착공이 예정돼 있으며, 이는 수도권 중심의 물류 네트워크를 전국 단위로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지방 거점형 물류 리츠 생태계 구축의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지역 고용과 소비, 생활 인프라 회복에도 긍정적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실제로, 강원 삼척 도계읍은 로켓배송 도입 후 월 주문량이 5000건을 넘어서며 지역 상권이 회복세를 보였다.


쿠팡은 향후 리츠 조달 자금을 통해 이츠·플레이 등 플랫폼 사업 확장 기반도 강화할 계획이다. 즉, 물류 부동산을 장기 금융 자산화해 ‘배송–배달–콘텐츠–유통’을 잇는 수익 구조 다각화에 나선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이번 쿠팡 리츠가 국내 물류 리츠 시장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며, 부동산·물류·금융이 융합되는 ‘플랫폼형 리츠’ 모델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