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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땅값 1·2위의 엇갈린 선택...자본 체력이 갈랐다

토지등기부 분석으로 드러난 두 필지의 속살 명동愛타워, ‘삼중고’에 흔들리다 건물 대수선 공사 우리은행 명동금융센터, 소유주 교체·등기상 가압류 ‘0’

2025-12-22 07:56:42황재성js.hwang@corebeat.co.kr

2025년의 끝자락, 대한민국 부동산의 심장부인 명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국 공시지가 1위를 20년 넘게 지켜온 ‘명동愛타워’(옛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가 최근 신축에 가까운 증축·대수선 공사에 들어갔다. 공시지가 2위인 우리은행 명동지점이 여러 차례의 대수선과 내부 개편을 거쳤음에도 기존 골조를 유지한 채 60년 넘게 명동 한복판을 지켜온 것과는 결이 다른 선택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발표한 ‘2026년 표준지·표준주택 공시가격(안)’에서 중구 충무로1가 24-2번지를 ㎡당 1억8840만 원으로 평가해 전국 최고가 표준지로 선정했다. 2005년 이후 22년 연속 1위다.


2위는 인근 중구 명동2가 33-2번지로 ㎡당 1억8760만 원을 기록했다. 이 부지는 1991년부터 2004년까지 최고가를 유지하다 2005년 2위로 내려앉은 뒤 같은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두 필지의 엇갈린 선택 뒤에는 단순한 입지 차이를 넘어, 토지등기부등본이 보여주는 ‘자금 구조’의 차이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수선 공사가 진행 중인 1위

전국 최고지가의 상징인 명동愛타워는 한동안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으로 불렸다. 현재 이 건물은 오는 2026년 3월 목표로 지난 10월부터 증축을 포함한 대수선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 공사를 통해 지상 5층에서 6층으로 1개 층이 높아지고, 연면적은 551.9㎡(166.9평)에서 821.4㎡(248.5평)로 약 50% 가까이 확대될 예정이다.


이 부지는 대한민국 부동산 경매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례로 꼽힌다. 1990년대 중반 제일투자금융이 소유했던 이 땅은 1997년 외환위기(IMF) 이후 경매 시장에 나왔다. 1999년 4월, 현 소유주인 J씨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금액인 41억8000만 원에 낙찰받으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이후 기록은 화려했다. 2005년 우리은행 부지를 제치고 공시지가 전국 1위에 오른 뒤 단 한 차례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2026년 공시지가(안) 기준 ㎡당 1억8840만 원으로, 낙찰가 대비 자산 가치는 25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지가 상승의 이면을 담은 총 6장의 토지등기부등본에는 장기간에 걸쳐 반복된 차입과 담보 설정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등기부 을구에 따르면 2000년 에스코코리아의 12억 원 근저당 설정을 시작으로 신한은행, 중소기업은행, 파리크라상 등을 거치며 10여 차례 이상의 근저당권·전세권 설정과 말소가 반복됐다.


특히 최근 기록은 이 부지가 처한 상황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낸다. 2023년 중소기업은행으로부터 채권최고액 60억 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된 데 이어, 2024년 8월 36억 원, 2025년 1월 24억 원 등 추가 근저당 설정이 이어졌다. 15년간 자리를 지켰던 임차인 네이처리퍼블릭과의 전세권 설정 계약도 2024년 12월 최종 해지되며 등기부에서 사라졌다.


문제는 건물의 ‘물리적 한계’다. 1968년 사용승인을 받은 이 건물은 건폐율이 86.42%로, 현행 서울시 조례상 중심상업지역 기준(60%)을 크게 웃돈다. 전면 재건축을 선택할 경우 기존 대비 24%포인트 이상의 면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경량철골조라는 구조적 취약성과 높은 보유세 부담, 임대 수익 공백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소유주는 결국 증축 및 대수선이라는 길을 택했다. 현행 건폐율 기준상 전면 재건축 시 면적 손실이 커, 기존 골조를 활용한 증축·대수선이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단 한 줄의 등기부로 버티는 2위

반면 ㎡당 1억8760만 원으로 2위를 기록 중인 명동2가 33-2번지(우리은행 명동지점)의 토지등기부는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토지등기부등본 갑구에는 1966년 12월 7일 ‘공유물 분할’을 원인으로 주식회사 한국상업은행이 소유권을 취득한 이후, 단 한 번도 소유주가 바뀌지 않았다는 기록만 남아 있다. 1999년 한빛은행, 2002년 우리은행으로의 상호 변경 기록이 전부다. 60년 가까운 단일 소유의 역사다.


더 눈에 띄는 부분은 을구다. 수차례 채권 설정이 반복된 1위 부지와 달리, 이곳의 을구에는 ‘기록사항 없음’이라는 문구만 적혀 있다.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이 땅을 담보로 등기상 단 한 차례의 근저당 설정도 없었고, 압류나 가압류 기록 역시 전무하다. 


건축물대장상 1962년 5월 20일 사용승인을 받은 이 건물은 명동 현대화의 시발점이자 명동이 금융 1번지로 불리던 시기, 사채시장 자금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던 지점이었다. 이런 흐름은 1980년대 초중반 여의도로 금융기관들이 대거 이전하면서 쇠퇴했다.


현재 이 건물은 건폐율 81.2%, 용적률 468.5%를 확보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철근콘크리트조 골조를 유지한 채 2005년 대수선과 증축을 진행했고, 이후에도 2020년과 2025년 잇따라 내부 용도변경과 대수선을 단행했다. 22일 현장에서는 지상 1~2층에 들어설 판매시설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가격 결정은 입지, 버텨내는 힘은 자본력

결국 2025년 연말, 명동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땅을 결정하는 요인은 ‘입지’지만, 그 자리를 지켜내는 힘은 결국 ‘자본의 기초 체력’이라는 사실이다.


개인 소유주가 면적 손실 리스크를 피하며 대수선 증축을 선택하는 사이, 거대 금융 자본은 무차입 상태를 유지한 토지등기부 한 장으로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


버티는 2위와 변신을 택한 1위 대비는, 내년 명동 공시지가 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시선을 다시 한번 끌어당기고 있다.


전국 공시지가 1위 자리를 20년 넘게 지켜오고 있는 명동愛타워(옛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점)가 신축에 가까운 대수선 공사에 들어가면서 명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