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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닷컴, 역삼동 센터필드 떠난다

과도한 임차료 부담 줄이기 위해 사무실 이전 결정 영등포 신축 건물로 이전 검토했으나 막판에 무산 스타벅스 코리아, 센터필드로 대체 이전 검토

2024-08-29 08:48:03김두영doyoung.kim@corebeat.co.kr

신세계그룹의 e-커머스 기업인 SSG닷컴(이하 쓱닷컴)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센터필드를 떠나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기로 했다.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업 적자가 지속되고, 기업공개(IPO)도 어려워진 상황에서 과감한 비용 절감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SK그룹 계열사인 11번가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서울스퀘어를 떠나 경기도 광명으로 이전한 것과 같은 이유다.


글로벌 고물가, 고금리 상황에서 스타트업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유치가 사실상 멈췄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비용절감이 중요해진 것이다. 대규모 미(未)정산 사태를 불러온 전자상거래 분야의 기업들을 중심으로 서울 강남과 도심에서 빠져나감에 따라, 경기 둔화 현상이 임대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SSG닷컴, 고강도 비용 절감 시작

쓱닷컴은 그동안 수익성 보다는 시장점유율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2021년 1079억원, 2022년 1112억원, 2023년 103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쿠팡과 네이버쇼핑에 한참 밀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SG닷컴이 IPO 일정을 맞추지 못하고, 거래 규모도 예상치에 미달하면서 신세계 그룹은 국내외 재무적 투자자(FI)가 보유한 지분 30%를 연말까지 되사주기로 했다. 거래 금액만 1조1550억원에 달한다. 신세계는 지분 매입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권에서 1조2000억원~1조4000억원 차입을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는 그룹 차원에서 쓱닷컴에 강력한 구조조정과 고정비 감축을 요구하고 있으며, 1순위로 과도한 임대료 절감에 나섰다. SSG닷컴은 2022년 6월 강남구 역삼동 센터필드 EAST동으로 이전해 21-25층(약 5000평)을 사용하고 있다. 센터필드의 실질 임대료(E-NOC)는 약 45만원으로 서울 시내에서 가장 비싸다.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영업 적자 상황에서, 이렇게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 신세계 그룹의 판단이다. 쓱닷컴은 이미 지난 7월 근속 2년 이상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 퇴직을 실시해 약 250명이 회사를 떠났다. 


SSG닷컴, 영등포 이전 추진하다가 무산, 후보군 다시 물색

쓱닷컴은 2024년말을 목표로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근처 신축 건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렌트 프리(rent-free)를 감안한 살질 임대료는 약 17~18만원으로 센터필드의 40%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센터필드 임대 기간이 남은 상황에서 중도 해지할 경우 위약금 부담이 크기 때문에, 신세계 계열사를 후속 임차인으로 채워야 하는 이슈가 발생했다. 


신세계 계열사들은 센터필드의 높은 임대료에 경영실적 부담을 크게 느꼈고, 영업흑자를 내고 있는 스타벅스 코리아가 입주를 검토했다. 스타벅스는 현재 스테이트타워 남산에 입주했는데, 임대차 계약이 2026년에 만료되기 때문에 시기 조율이 어려웠다. 결국 쓱닷컴의 영등포 이전은 무산돼 다른 오피스를 물색하고 있으며, 이전 시기도 내년 4월 이후로 연기됐다. 


한편, 11번가는 2024년 11월 서울스퀘어 임대차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임대료가 2018년 7월 계약 당시 평당 22.2만원에서 올해 7월 27.6만~29.8만원으로 30% 상승하자, 비용 절감을 위해 경기도 광명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임대료는 서울스퀘어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과거 투자 자금이 넘쳐나던 스타트업 기업들이 이제는 생존 차원의 비용 절감에 주력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오피스 수요와 가격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