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시장동향
밸류애드 성 공의 조건은
무시할 수 없는 필요조건...마켓타이밍
'밸류 애드'를 찾아서
상업용 부동산에서 밸류애드(Value-Add) 전략은 목표 수익률을 대략 8~12% 수준으로 잡는다. 시장에 저평가된 자산을 매입해 가치를 끌어올려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투자로 신용도 높은 임차인, 장기 임차계약 등에 기반해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코어(Core) 전략과는 차별화된다.
밸류애드 전략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단기적인 시장 약세와 임차인의 니즈 변화 등은 매력적인 투자 기회로 다가온다. 시장 사이클이 조정이나 약세 국면에 들어가면 자산을 매입해 밸류애드를 통해 가치를 끌어올리고 시장 회복 또는 호황의 흐름에 자산을 매각해 목표했던 수익률을 웃도는 엑시트도 가능하다. 임대공간 확보가 필요한 업종의 업황이 호조를 보인다면 이들의 니즈에 맞는 공간으로 재구성해 우량 임차인을 확보하고 임대료도 올려 밸류를 올릴 수도 있다.
밸류애드의 3박자 갖춘 '케이스퀘어시티'
케이스퀘어시티는 과거 한국씨티은행이 본사로 사용하던 지하 7층~지상 20층 규모의 프라임 오피스 빌딩이다. 코람코신탁은 지난 2019년 '코람코가치부가 2-2호 리츠'를 설립해 2080억 원에 매입했다. 이후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나섰다. 기존 임차인인 씨티은행 임차만기와 중구청의 인허가 등으로 실제 리모델링은 2020년 5월부터 시작됐다.
2021년 상반기를 증축 공사의 목표 기간으로 잡았다. 먼저 저층부의 리테일 기능을 강화하면서 10%의 용적률 인센티브도 받았다. 저층부를 가로 활성화 용도로 변경하면서 가능했다. 건물 전면을 커튼월로 변경해 전층에서 청계천 조망이 가능하게 했다. 기계, 설비, 전기계통 등 캐팩스 투자도 함께 했다. 공사가 끝나자 빌딩은 프라임오피스로 탈바꿈했고 임대도 착착 진행됐다.
공사 기간 임대료를 받을 수 없었지만 밸류애드를 통해 가치를 끌어올린 빌딩은 임차인을 대부분 채웠다. 빌딩 한 층이 구분 소유라는 한계점도 있었지만 건물 통합관리 권한을 코람코가 부여받으면서 이 부분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통합관리권은 빌딩 매입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돼 매수자는 단독 소유에 준하는 안정적 운영 권한을 확보할 수 있다.
임차인을 차곡차곡 채워 임차 공간을 모두 채운 코람코는 2023년 매각 타이밍을 조율했다. 고금리 상황 속에 CBD내 핵심 프라임오피스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판단 아래 세일즈에 나섰다. 공동 매각주관사로 CBRE 코리아, 쿠시먼앤웨이크필드 코리아를 뽑아 9월 매각 공고를 내며 연내 거래 종결을 노렸다. 2023년 2분기 기준으로 국내 상업용부동산 투자시장 규모는 3조8307 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72% 증가했고 이 가운데 오피스 빌딩 거래규모는 2조3936 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시장 활기가 서서히 돌던 때였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상업시설 공실부담, 물류센터 과잉공급에 따른 임대료 하락을 경험한 기관 투자자들이 예측 가능한 수익을 선호하면서 프라임 오피스에 대한 투자 수요가 몰렸다. 고금리 환경이 오히려 코람코에게는 플러스로 작용했다. 서울 전체 오피스의 평균 공실률은 2.6%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공급이 부족한데 수요가 몰리니 임대료는 CBD 지역이 전년 동기 대비 12.9%나 뛰었다.
결과는 좋았다. 딜 종료까지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코람코는 투자 5년 만에 약 500억 원의 차익을 보고 퍼시픽자산운용에 3070 억에 매각했다. 동양생명이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다. 향후 사옥으로 쓸 것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우량 임차의 확보, 프라임급으로 변화시킨 성공적인 리모델링, 사옥 수요를 가진 SI가 참여한 투자자에게 매각. 케이스퀘어시티는 밸류애드가 갖춰야 할 모든 요건을 충족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2023년이 가장 좋은 가격에 거래를 성사시킬 시장 여건이었고 이를 코람코가 잘 포착했다.
'역사와 현대의 조화' 삼일빌딩 리모델링..역시 적절한 매각 타이밍 중요
이지스자산운용이 2018년 매입한 삼일빌딩도 밸류애드의 좋은 케이스다. 그해 7월 이지스-벤탈그린오크-SK디앤디 컨소시엄은 홍콩 기반 스몰록인베스트먼트로부터 삼일빌딩을 1550 억원에 매입했다. 역사성과 상징성에 더해 CBD내 탁월한 입지까지 겸비한 삼일빌딩의 밸류애드 포인트는 역시 리모델링이다. 노후화된 빌딩을 현대적인 감각의 디자인으로 탈바꿈하면서 동시에 현대 오피스가 가진 기능도 겸비해야 했다.
이지스는 삼일빌딩의 상징인 커튼월의 구조와 재료적인 원형을 유지하면서도 단열 성능을 끌어올렸다. 빌딩 내부의 상징적인 원형 기둥은 그대로 두고 중심부 개선 및 수평적인 디자인을 더해 공간의 효율성을 제고했다. 또 통창으로 되어 있는 삼일빌딩의 장점에 개방형 천장을 더해 내부의 공간감을 확보했다.
저층부 개선을 통해 접근성을 높여 프라임 오피스로서 사무 공간은 물론 공공 공간으로서 역할도 수행할 수 있게 했다. SK네트웍스, 서울관광재단, 북카페 카페 콤마 등이 준공 전 임대차 계약을 맺는 등 임차인도 무난하게 찾았다. 빌딩은 2021년 4월 NH아문디자산운용에 3940 억원에 매각돼 성공적인 밸류애드로 기록될 만하다. 당시 자본시장의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서울 오피스 시장은 상당히 높은 거래량을 기록하며 양호한 흐름을 보였지만 하반기 들어 금리 인상 등 대외 악재가 불거지며 일부 시장에서 투자심리 냉각이 연출되며 거래 또한 소강 국면을 보였다. 역시 밸류를 끌어올렸다고 해도 엑시트를 적절한 시점에 하는 것이 딜 성과에 주요한 포인트임을 증명한 딜로 평가된다.
쌓이는 매물..쉽지 않은 매각 타이밍
한편 밸류애드로 원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지난 2023년 케펠자산운용 품에 들어간 한국은행 소공별관이 이런 경우다. 한국은행 소공별관은 1965년 옛 상업은행 본점으로 준공된 건물로 2004년 리모델링한 자산이다. 주자장도 없고 건물도 낡아 한국은행은 지난해 6월 첫 매각 공고를 내고 7월부터 공매를 진행했지만 여러 차례 유찰됐다. 이 자산을 케펠이 1409억 원에 매입했다. 최초 공매 당시 최저 입찰가 1479억 원과 비교하면 5% 정도 떨어진 가격이다. 대금 지급도 분납이 가능해 충분한 가격 매력이 있다는 것이 케펠의 시각으로 추정된다. 케펠은 인수 후 리모델링을 진행해 공사가 끝났다. 하지만 2층 일부 공간만 임차 됐을 뿐 건물 대부분이 공실로 알려졌다. 케펠은 한국은행의 인접지라는 입지에 포커스를 맞춰 이 빌딩의 밸류를 끌어올릴 계획이었지만 이 실험은 여전히 진행형으로 보인다.
부동산 운용사가 국내 기관투자자의 자금을 모아서 사업을 진행하는 형태의 시초인 케이스퀘어 강남 2도 쉽지 않은 밸류애드 전략의 단면을 드러낸다. 2019년 코람코제2의1호자리츠는 서울시 역삼동 826 강남YBM어학원 부지(서울 역삼동 826, 826의 1, 826의 2, 826의 6)를 1450억 원에 매입, 같은 해에 KCC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리모델링을 했다. 이 건물이 케이스퀘어 강남 2다. 이 빌딩은 2022년 3월 준공됐고 바로 다음 해인 2023년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코람코가 주도해서 기존 주요 주주가 재투자하는 형태로 재매입해서 코어1호 리츠를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코람코가 제시한 가격은 평당 6400만원으로 매우 높아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코람코는 73.5%에 달하는 매우 높은 전용률을 높은 평당 매각가의 근거로 제시했지만 시장에서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평당 4000만원 대로 희망가를 크게 낮춰서 7월에 입찰을 진행했지만 이번에도 딜은 성사되지 못했다. 매수가격을 낮췄고 당시 NOC가 20만 원대 중후반이라 상승 여지도 있어 FI들이 관심을 많이 표시했지만 투자자 가운데 한 곳이 원하는 가격 수준이 아니라는 이유로 딜을 부결시켰다. 밸류를 끌어 올렸지만 적절한 매각 타이밍을 잡지 못한다면 원했던 수익률 수준을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보인다.
지금 서울 오피스의 매물이 쌓이고 있다. 올 들어 더에셋과 디타워돈의문이 우협대상자를 찾았지만 전반적으로 우량자산을 포함해 매물이 많은 상황이다. 부동산IB의 한 관계자는 “밸류를 아무리 올려도 시장 매각 타이밍을 잘못 잡을 경우 원했던 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밸류 애드는 운영기간 동안 캐시플로우가 없다 보니 엑시트 때 이 부분을 상쇄하고 남을 정도로 잘 팔아야 성공적인 전략이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