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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올리브영, KDB생명타워 품기까지 막전막후
미국계 벤탈그린오크,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 펼쳐 힐튼 재개발사업 추진 중인 이지스운용도 큰 영향
CJ올리브영이 KDB생명타워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미국계 부동산 투자회사 ‘벤탈그린오크(BGO)’와 막판까지 경합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KB자산운용이 이번 거래로 2500억 원대의 차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과정에 이지스자산운용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CJ올리브영 2700만 원 제시하며 벤탈그린오크 따돌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과 매각자문사 NAI코리아-컬리어스코리아는 지난 11일 진행한 서울 용산구 KDB생명타워 매각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로 CJ올리브영을 선정했다. CJ올리브영은 KDB생명타워 임대면적의 40%를 사용 중인 주요 임차인으로서 입찰이 진행되기 전부터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여겨졌다.
CJ올리브영도 2026년 임대차 계약 만료를 앞두고 이곳을 본사 사옥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운 뒤 일찌감치 입찰 참여를 선언했다. 재무적 투자자(FI)를 끼지 않고 단독으로 입찰에 나선다는 방침도 정했다.
하지만 매각 입찰이 본격화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KDB생명타워를 우량자산으로 평가한 투자자들이 대거 입찰 참여를 선언한 것이다.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간 곳만 50여 개에 달하고, 입찰 전 현장 설명회에도 30여 개가 참여했다. 이 가운데에는 홍콩 사모펀드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 이지스자산운용, 한양재단, 삼부토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막판까지 CJ올리브영과 경합을 벌인 곳은 벤탈그린오크이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본사를 두고 운용자산만 830억 달러(2023년 6월 기준/약 120조 원)로 추정되는 글로벌 부동산 투자업체이다. 이 회사는 부동산을 매입한 뒤 리모델링 등을 통해 가치를 높이는 ‘밸류 애드(Value add)’ 방식에 능통한 곳이다.
벤탈그린오크는 인수가(3.3㎡)로 처음에 2500만 원대를 제시했다가 2600만 원으로 높이는 등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차인 교체 등을 통해 임대료 수입을 늘리고 건물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결정이었다. 그러나 CJ올리브영이 2700만 원대를 써내자 추격 매수를 포기했다.
CBD에서 프라임급 빌딩 신축 사업비보다 싸다고 판단
CJ올리브영이 다른 후보들을 압도한 인수가를 제시한 데에는 이지스자산운용의 역할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지스자산운용은 KDB생명타워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인 ‘서울역 밀레니엄힐튼호텔 부지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말 브릿지론 대주단에 만기연장을 요청하면서 총사업비로 4조 6182억 원을 제시했다. 이를 연면적으로 환산하면 3.3㎡ 당 4504만 원이다.
여기에는 사업 지연 등에 따른 금융비용과 각종 보상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 이를 제외하더라도 중심상업지구(CBD)에서 연면적 3만 3000㎡(약 1만 평) 이상 규모의 프라임급 오피스빌딩을 짓기 위해서는 최소 4000만 원대의 사업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본사 사옥 확보 의지가 강했던 CJ올리브영도 이런 점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타워에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KDB자산운용은 5월까지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CJ올리브영과 거래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양측에 특별한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무난하게 5월에 딜 클로징이 이뤄질 것이다”고 예상했다.
KB자산운용은 이 빌딩을 2018년 조성한 ‘KB스타오피스일반사모부동산모투자신탁제3호’를 통해 4250억 원(3.3㎡당 1700만 원)에 사들였다. 따라서 CJ올리브영이 제시한 대로 협상이 진행된다면 2500억 원대의 시세 차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